<이슈&인물> 답 없는 이주영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장

구원투수로 어게인 18대? 산 넘어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감독이나 단장처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무거운 책임과 비판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자리에 사용한다. 지난 15일 대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독배를 들이켰다. 자유한국당서 대선 후보 선출 예비경선에 등록한 후보만도 9명에 달한다. 이 단장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이른바 ‘잡룡’들과 대선 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오전 11시21분을 기해 ‘자연인’이 됐다. 그와 동시에 대선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틀 뒤인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15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선거일을 5월9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등 숱한 말이 떠돌았던 상황이 종결되면서 정치권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일정에 따라 출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 인용
장미 대선 확정

가장 활발한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영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5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청받은 민주당 경선 1차 선거인단 수는 163만여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당초 목표치였던 200만명을 넘어 최종 선거인단 수는 2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은 과거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11.7%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0%포인트 오른 51.1%를 기록, 한국당과 격차는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이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5위권 내에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진해 있을 뿐 같은 당 다른 후보들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1∼4위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로 채워져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다수의 후보가 지지율 1%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황 권한대행 옹립을 위해 애썼지만 그마저도 무산되면서 ‘춘추잡룡시대’에 접어들었다.

반파된 한국당서 대선 이끌 중책맡아
18대 기획단장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런 상황서 대선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이 단장을 필두로 28명이 참여하는 대선기획단 구성안을 의결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서 “예전 같으면 대선기획단이 이미 조직됐을 텐데 어려운 정치적 상황상 늦게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주영 단장은 18대 대선서도 기획단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경험과 경륜, 능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18대 대선 당시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선기획단서 전략을 잘 발전시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공약을 잘 개발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며 “실력 있는 후배분들이 많지만 워낙 촉박한 대선 일정이라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뜻을 받들어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역량을 총결집시키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며 “5월9일에는 기필코 우리 보수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바르게 살려내고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한 몸 바쳐서 당과 국민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단장이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난립한 후보들을 추려 내기 위한 경선이 선결과제다. 한때 콘크리트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 무너진 지지층도 복구해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을 시사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여론을 되돌리지 않으면 대선에서 반전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물이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한국당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16일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9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15일 후보등록을 마쳤고, 16일에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등록했다.

타 정당보다 월등히 많은 후보자 수와 미미한 지지율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림도 들리지만 한국당은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보는 많은데
지지율 1% 이하

황 권한대행 출마 여부를 두고 삐걱거렸던 경선 룰은 간신히 봉합됐다.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룰을 급하게 바꾼 것이다. 당초 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바로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교안 룰’을 만들었다.

황교안 룰이 발표됐을 때 한국당 후보들은 특정 후보만을 위한 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적용 대상이 사라지자 다시 경선 룰을 바꾸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에 제일 반발이 심했다”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룰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경선룰이 변경되자 반발했던 후보들의 등록이 잇따랐다.

한국당은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진행한 후 여론조사를 거쳐 1차 컷오프로 6명의 후보를 걸러낸다. 이후 팟캐스트 토론회를 진행하고, 또다시 여론조사를 거쳐 20일에 본경선 후보 4명을 확정한다. 22일에는 4명의 후보가 부산(부산·울산·경남)과 대구(대구·경북)를 방문하고 23일에는 광주(호남)와 청주(충청)서 정견발표를 진행한다.
 

24일에는 서울(수도권·강원)을 찍는다. 26일에는 책임당원이 전국서 동시에 투표하고, 29일과 30일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오는 31일, 전당대회서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5대5 비율로 반영된다. 경선 일정과 방식이 확정됐지만 한국당 후보들이 대선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선에 등록한 후보 중 현재 재판 중이거나 예정인 후보들도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지난 2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2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시에 홍 지사의 막말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렸다.

특히 문 전 대표를 가리켜 “지금 민주당 1등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이후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말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후보 경선·단일화
대선까지 첩첩산중


막말로 존재감은 과시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홍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서 2심과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면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끝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의 대선 출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서 진행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합동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출마는 자유”라면서도 “홍준표 경남지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김진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 참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사건의 쟁점은 ‘공약이행률 71.4%’라는 김 의원 측 주장이 법정서 검증될지 여부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대선후보 난립이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인지도 쌓기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출마해서 몸값을 대선주자급으로 올려놓으면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로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산이다.

당 지지율이 10% 박스권에 갇혀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도 안 되는 상황서 이른바 지지율 바닥의 군소후보들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것. 또 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지도부의 보이지 않는 독려가 후보 난립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다.

여러 역경을 거쳐 경선서 후보를 뽑으면 여전히 범보수 후보들과 단일화 문제가 남는다. 현 대선구도서 보수 후보들은 진보 후보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에선 범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서 어느 계파의 후보가 단일 후보로 되느냐에 따라 연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친박(친 박근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연대는 물 건너가고, 비박(비 박근혜) 후보가 되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래전부터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외쳤지만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보수후보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세력, 소위 말하는 친박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 자체가 헌재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고, 불복하는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보고 단일화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단장은 박근혜정부서 해양수산부장관을 맡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 통합이 필요할 때마다 거론되는 인사다. ‘관리형 대표’ 스타일이라 분열된 당을 재건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은 매번 나온다.

계파색 옅어 관리형 리더로 제격
후보 난립·지지율 바닥 첩첩산중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법·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경남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16대 총선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서 수석정조위원장, 인권위원장, 정책위의장, 대선정책상활실장 등을 두루 맡았다. 현재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단장의 이름이 대중에 각인된 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 단장은 217일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성실한 태도로 유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원내대표 네 번, 당 대표 한 번 등 당내 선거마다 번번이 패배해 당내 직책과 관련해서는 유독 운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19대 국회서 원내대표직에 두 번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이한구 의원에게, 2013년에는 최경환 의원에게 졌다. 2014년에도 출마를 준비했지만 해수부장관에 발탁되면서 경선에 나서지 못했다. 2015년에는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뤄 원내대표직에 도전했지만 유승민(원내대표)-원유철(정책위의장) 조에 밀렸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서도 이정현 전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이 단장은 선거 내내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그 ‘계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합리더 거론
다시 대선승리?

이 단장은 2012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을 때도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 이후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보단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단장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서 한국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무너진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내 복잡한 후보 구도를 정리하고 대외적으로는 범보수 단일화를 넘어 대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이 단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리스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주영 의원에게 대선기획단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단장은 신상진 의원이 맡았다. 대선기획단은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참여해 대선 공약과 선거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는다. 대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 한국당은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했다.

대선기획단은 전략기획, 정책, 조직, 청년, 여성, 직능, 홍보, 미디어, 클린선거 등 9개 본부를 둔다. 각 본부는 10명의 본부장과 15명의 부본부장으로 구성됐다. 각 본부장에는 염동열 의원(전략기획), 이명수 의원(정책), 이성헌 전 의원(조직), 이양수 의원(청년), 이종욱 충북도의원(청년), 윤종필 의원(여성), 김정훈 의원(직능), 함진규 의원(홍보), 강효상 의원(미디어), 최교일 의원(클린선거)이 임명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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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