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사저와 삼릉초 비화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09:24:45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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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못했다고? ‘공주 신경 쓸라’ 놀이터 옮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주변 과격 친박 집회로 삼성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사저 뒤편에 있는 서울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 걱정에 울상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령 1094호 ‘박근혜 사저에 얽힌 비화…예민공주 있으면 아이들 통제했다’ 기사로 과거 박 전 대통령과 삼릉초등학교의 비화를 단독 보도했다. 이 비화가 탄핵된 이후 현실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서 가장 가까운 서울삼릉초등학교(이하 삼릉초교)가 학생 등·하교 안전을 조심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사저 앞에서 과격 친박(친 박근혜) 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줄 알았나
놀이시설물 이전

삼릉초교는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한 협조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삼릉초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에는 우선 “최근 학교 주변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인해 우리 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교시 안전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상황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친박 집회를 우려해서 발송한 가정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삼릉초교는 학교 내에서 학생에게 안전 생활지도를 할 예정이라며 가정서도 같은 유의사항에 대한 철저한 지도를 부탁했다. 삼릉초교가 가정에 전달한 유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1. 당분간 등·하교는 후문으로 하지 않고, 정문으로만 통행함
2. 하교 후 행선지와 안전 상황을 부모님과 연락 유지하기(곧바로 귀가하기)
3. 등·하교 시 교통안전에 유의하기
4. 하교 후 운동장서 놀지 않기
5. 방과후 또는 휴일에 후문 근처에 돌아다니거나 놀지 않기
6. 낯선 사람을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기


앞서 <일요시사>는 지령 1094호 ‘박근혜 사저에 얽힌 비화…예민공주 있으면 아이들 통제했다’ (2016년12월26일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485) 기사를 통해 과거 박 전 대통령과 삼릉초교의 비화를 단독 보도했다. 탄핵된 이후 삼릉초교 가정통신문에서 <일요시사> 보도가 현실이 됐다.

극우 친박단체 매일 집회…인근 몸살
학부모들 뿔났다 “차라리 지방 가라”

앞서 <일요시사>는 삼릉초교를 졸업한 A씨(1994년 졸업)에게 박 전 대통령 사저에 관한 일화를 들었다.

A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 측에서 늘 정문 등교를 강권했다”며 “동쪽서 오는 학생은 후문이 지름길인데, 당시 뺑 돌아서 정문으로 등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 때문에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등교 때 초등학교 바른생활지도부(일종의 선도부)도 후문에는 서 있질 못했다고도 했다. A씨는 학교 측이 정문 등교를 강권한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학교 측에서 조심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A씨는 “어렸을 때 이런 학교 지침에 불만을 토로하자 어머니가 ‘학교 앞집에 박 전 대통령이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또 삼릉초교 학생들은 놀이터에서도 마음껏 놀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사저 바로 뒤편에 놀이터가 있었다”며 “특히 정글짐서 많이들 놀았는데 학교 측에서 ‘조용히 놀아야 한다’고 지침이 내려와 조용히 놀았다”고 말했다. 이 역시도 당시 학교 측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집 주변에서
못 놀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 운동장은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사저 바로 뒤편에 철봉 10여개가 늘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정글짐과 미끄럼틀이 자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교직원용 주차장이 들어섰다. 

정글짐은 사저와 멀찌감치 떨어진 운동장 맨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놀이터가 사저로부터 멀어진 것. 박 전 대통령 사저를 가리는 활엽수는 더욱 빽빽해졌다. 운동장서도 사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박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아이들의 놀이터를 사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취재차 삼릉초교 주변을 찾았을 당시 아이들의 뛰어노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등하교 시간에는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50∼70m 떨어진 곳에서도 아이들이 시끌벅적 교문을 드나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의혹에 대해 삼릉초교 측은 취재 당시 운동장 공원화사업을 하면서 직원용 주차장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릉초교 관계자는 “2007년 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운동장이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후문에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이 쓰던 화장실 변기도 뜯어내고 새 변기를 쓸 정도로 예민한 박 전 대통령을 보면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시끌벅적’ 도떼기시장 따로 없네∼
운동장·후문 통제 “전쟁터 같다”

더구나 90년대는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예민했던 시기였다. 박 전 대통령은 90년도 초 중반이 자신의 인생 최대 암흑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두환 5공 시절’은 정통성이 부족한 정부서 흠을 메우기 위해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상황이었다.

1980년 영남대학교 이사장에 올랐지만 학교 측의 거센 반발로 8년 만에 사임했다. 또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동생들과 이사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사임했다. 같은 해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최태민이 박 대통령을 속이고 있으니 구해달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삼릉초교에 방문하기도 했다. 삼릉초교는 1985년 개교했다. 1992년 6월11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삼릉초교 시찰을 돌았다. 컴퓨터 시범학교로 노 전 대통령이 학교 컴퓨터 교육현황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시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삼릉초교 시찰은 보기 드문 일정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총리나 교육부장관이 왔어도 충분할 텐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에 대통령까지 오는 건 좀 이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포의 등하교
빙 돌아서 다녀


박 전 대통령은 25년 만에 또 다시 인생의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민의 80%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뿐 아니라 검찰 조사도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구속 가능성이 99%라고 예상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저 집회 언제까지?

경찰이 친박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낸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내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친박 단체인 ‘자유통일유권자본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30m에 신고한 ‘박근혜 대통령 같이 갑시다’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내렸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근혜지킴이결사대(박근혜지킴이)’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점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박근혜지킴이의 집회에 원래 신고된 20명보다 많은 40∼50명 정도가 참여하면서 이 일대 구간이 꽉차 통행이 어려워 안전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박근혜지킴이 측 역시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집회 개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삼성동 주민들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지면서 기존의 박근혜지킴이 집회에도 메가폰과 앰프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집회 제한 통고를 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과 삼릉초교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에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을 지나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호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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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