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박근혜 사저에 얽힌 비화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25:29
  • 호수 1094호
  • 댓글 0개

‘예민공주’ 있으면 아이들 통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는 ‘예민공주’로 소문난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사저 바로 옆에는 삼릉초등학교 후문이 있다. 박 대통령이 사저에서 생활했던 당시 초등학생들이 후문 길에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학교 측에서는 사저 바로 뒤편에 있던 놀이기구서도 마음껏 놀지 못하게 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12월19일 오후 1시20분. 서울 강남구 삼성2동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저. 날씨가 좋았다. 점심시간 끝물인 탓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저 앞을 지나가는 회사원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활기가 넘쳤다.

놀이터에서도
못 놀게 했다

사저로 조금만 가까이 가면 분위기는 금세 바뀐다. 긴장감이 맴돈다. 아무도 사저 앞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의 사저인 탓에 경비가 삼엄했다. 조금이라도 사저 가까이 가면 경찰은 매의 눈으로 돌변한다. 거동이 수상하면 민망할 정도로 지켜본다. CCTV도 5대나 보인다. 본능적으로 행인들은 사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가는 것 같았다. 행인들 중에서는 간간히 손가락으로 사저를 가리키며 뭐라 수군댔다.

사저 주변의 한 건물 빌라 경비소장은 “최근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산케이신문, 후지TV 등 수 많은 외신기자가 사저 앞에 와서 촬영하고 갔다”며 “히잡을 두른 중동 관광객들이 지나갔는데, 사저를 보며 손가락질했다. 내가 다 부끄럽더라”고 말했다.
 

사저 주변에 둘러싼 담장의 높이는 대략 7∼8m 가량으로 보였다. 밖에서는 집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담장에는 가시철조망이 설치돼있다. 마당에 빽빽이 자란 활엽수와 대나무가 집을 완전히 가린다. 바람에 으스스하게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서 30년간 살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사저의 높은 담과 보이지 않은 집만큼 박 대통령이 얼마나 이웃과 단절하고 살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층 벽돌집인 박 대통령 사저는 서쪽으로는 7층짜리 오피스텔, 북쪽으로는 삼릉초등학교 운동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다. 동쪽에는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을 만한 진입로가 있다. 이곳은 삼릉초등학교 후문이기도 하다.

인접한 초등학교 후문 출입 막아
지름길인데…빙 돌아서 정문으로

1994년 삼릉초등학교 졸업생 A씨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후문에 관련된 일화 하나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A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 측에서 늘 정문 등교를 강권했다”며 “동쪽서 오는 학생은 후문이 지름길인데, 당시 뺑 돌아서 정문으로 등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 때문에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며 “당시 학교 측에서는 정문 등교 강권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또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이 놀이터에서도 마음껏 놀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사저 바로 뒤편에 놀이터가 있었다”며 “특히 정글짐서 많이들 놀았는데 학교 측에서는 ‘조용히 놀아야 한다’고 지침이 내려와 조용히 놀았다”고 말했다.
 


이 역시도 학교 선생님들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초등학교 바른생활지도부(일종의 선도부)가 후문에는 서 있질 못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졸업생들 사이에선 초등학교가 당시 예민한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초등학교 주변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에서 50∼70m 떨어진 곳에서도 아이들이 시끌벅적 교문을 드나들었다.

남이 쓰던 화장실 변기도 뜯어내고 새 변기를 쓸 정도로 예민하고, 초등학생이 엄마한테 선물로 만든 가방을 “이거 너무 쪼그매서 엄마가 좋아하실까”라고 말하던 박 대통령을 보면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30년 살았는데
주민들과 단절

이 때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 가장 예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90년도 초 중반이 자신의 인생 최대 암흑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두환 5공 시절’은 정통성이 부족한 정부에서 흠을 메우기 위해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상황이었다.
 

1980년 영남대학교 이사장에 올랐지만, 학교 측의 거센 반발로 8년 만에 사임했다. 또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동생들과의 이사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사임했다. 같은 해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최태민이 박 대통령을 속이고 있으니 구해 달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삼릉초등학교에 방문하기도 했다. 삼릉초등학교는 1985년 개교됐다. 1992년 6월11일 노 전 대통령이 삼릉초등학교 시찰을 돌았다. 컴퓨터 시범학교로 노 전 대통령이 학교 컴퓨터 교육현황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시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삼릉초등학교 시찰은 보기 드문 일정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총리나 교육부장관이 왔어도 충분할 텐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에 대통령까지 오는 건 좀 이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릉초등학교 운동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사저 바로 뒤편에 철봉 10여개가 늘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정글짐과 미끄럼틀이 자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교직원용 주차장이 들어섰다. 정글짐은 사저와 멀찌감치 떨어진 운동장 맨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놀이터가 사저로부터 멀어졌다. 박 대통령 사저를 가리는 활엽수는 더욱 빽빽해졌다. 운동장서도 사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시끄러운 놀이터 빼는 공사
유별난 박 대통령 눈치봤나

삼릉초등학교 측은 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직원용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삼릉초등학교 관계자는 “2007년 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운동장이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후문에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1990년 이 집을 매입했다. 이곳에 오기 전 주소지는 중구 장충동이었다. 집은 2층 구조로 대지는 약 484.8㎡ 규모다. 박 대통령은 1998년 정계 입문 계기가 됐던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주소지를 대구 달성군으로 옮겼다.
 


하지만 주소지를 대구로 옮긴 후에도 박 대통령은 이 집을 처분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를 국정원이 물색하고 다녔다”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청와대가 밝힌 박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도 이 삼성동 사저였다.

2013년 2월25일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이 사저를 떠났다. 당시 이웃 주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임기를 잘 마치고 돌아오라’며 박 대통령을 환송했다. 주민들은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암수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상실했으며, 탄핵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매주 광화문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의 지지율인 4∼5%를 오가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
집에 손가락질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민낯은 수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통령의 임기도 다 마치지 못하고 사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네 주민들에게 환대받을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사저에서 20m도 안 되는 거리에 사는 한 주민은 “(박 대통령이) 돌아오면 안 된다. 오면 이 일대 땅값 떨어질 것 같다”며 “지금 주민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청와대 갈 때 심어준 소나무도 뽑고 싶어 할 정도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변기 집착’ 왜?

세월호 안에서 300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동안 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엔 유별난 ‘변기 집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박 대통령 탄핵 유튜브 생중계방송 ‘민주종편티비’에 출연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실은 박 대통령이 인천시청을 방문하기 전 시장실의 변기 교체를 요구했다. 송 의원 측은 “변기 커버만 바꾸면 안 되지 않느냐”고 요청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 측은 변기를 뜯어내고 통째로 바꿨다고 전했다. 이어 “변기를 뜯어가더라고 변기를… 깜짝 놀랐어 왜 변기를 뜯어가냐고. 내가 쓰는 변기를 못 쓴다 이거지”라고 말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송 의원의 폭로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박 대통령의 변기 집착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손혜원 민주당 의원실의 김성회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문회에선 지저분해서 공개 못한 제보”라며 일화를 공개했다. 김 보좌관에 따르면 제보자는 인천의 한 해군부대에서 복무했던 예비역이다. 제보자는 2013년쯤 박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군부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일정에도 없던 군부대에 방문한 이유는 “부대 사령관 집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는데 “박 대통령이 떠난 뒤 사령관 집무실 화장실을 전면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는 일주일 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관련 행사가 열리는데 그때 박 대통령이 화장실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제보자는 “타일부터 변기까지 싹 갈았다. 책정된 예산이 없어서 다른 예산을 끌어다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유별난 ‘변기집착’은 해외 정상회담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의 단체사진에 박 대통령이 빠져 있었다. 이에 회의를 주최한 미국이 “박 대통령을 챙기지 않았다” “한국을 무시했다”는 등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진촬영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가 “정상회담 장소에 있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현지 숙소의 화장실까지 갔다 왔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