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막후에 권력자가?’ 떠도는 이상한 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폭주하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의 비위 사실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전 사무처장의 징계를 자체 인사위원회서 취소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뾰족한 수를 쓰지 못한 채 예산삭감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고,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연맹에 이상한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당시 연맹은 8월1일로 예정된 통합 초대회장 선거 때문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소문은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시작됐다. 연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자인 사무국 직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고위직에 부탁해 징계를 축소하고 형사고발을 면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종목 단체
검은 커넥션 있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소문에 연루된 시도연맹 관계자가 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면서 드러났다. 사무국 직원에게 문체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는데 고위직을 접촉하는 과정서 사용한 비용을 연맹이 처리해주지 않아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임 임원은 “청탁은 관련 부서 실장급 이상에게 들어간 걸로 안다”며 “지인이 소개해준 사람과 문체부 직원이 식사를 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소문은 시도연맹 관계자와 사무국 직원의 실명이 덧씌워져 연맹에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 시도연맹 관계자는 “연맹 직원들하고 사이도 안 좋은데 (그들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고 한 사무국 직원은 “청탁할 이유도 없고 할 사람도 없다”며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사무국 직원이 여러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문이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올랐다.

문체부, 종목 단체 징계 결정에 개입?
고위관리가 뒤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비자금 통장 ▲뇌물 수수 ▲임직원 횡령․배임 ▲대한체육회 보조금 횡령 ▲대회비용 횡령 ▲부적격 임직원 채용 등 연맹 비리 상황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이히 신고센터) 조사 후 지난해 1월 문체부-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로 하달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보고서에는 중앙 및 시도연맹 임직원 7명의 비위 혐의가 담겨 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7명 중 실제 경찰에 고발된 건 2명에 불과했다. 그림 변칙 구입 지시, 부적정한 수당 지급 등 ‘부당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전임 회장은 무슨 이유인지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에서도 빠졌다.


경기당구연맹 회장·전무이사를 비롯, 전직 임원 3명 등 5명만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겨졌다. 연맹 심판 이사는 공금 81만9000원 횡령 혐의, 강원연맹 전무이사는 대회비 156만원 횡령 혐의를 받았지만 문체부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 횡령 금액이 200만원 이하여서 내부 징계 지시만 떨어졌다.

‘부적정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사무과장 A씨와 사무국장 B씨 역시 형사 고발 조치에서 제외됐다.

비리 혐의자 7명
2명만 경찰 넘겨

2014년 개설된 신고센터는 체육정책과 산하에 있지만 스포츠 비리 관련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향력이 문체부를 웃돈다는 말이 있다.

신고센터 조사관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규정이나 정관에 따라 비위 대상자들에게 경징계․중징계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여기에 비위 혐의가 중대한 징계 대상자의 경우 경찰 수사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연맹 비리 조사를 맡았던 C조사관은 “조사 내용과 결과 모두 체육정책과로 넘어간다.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문체부”라고 말했다. 반면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규정 적용에 있어 큰 문제만 없다면 신고센터에서 조사한 결과대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국 A씨와 B씨는 급식비 및 연구수당 임의 지급, 변칙 회계 처리, 테이블 설치비 부당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은 급식비와 연구수당으로 수년간 1억원이 넘는 돈을 근거나 관련 규정 없이 임의로 지급받았다.

특히 연구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연구수당을 빙자한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이들은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은 ‘관행이었다’고 소명했다. 이를 두고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 바 있다.

C조사관은 이에 대해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 문제는 1∼2년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한쪽에선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앞서 2013년 문체부가 감사에서 적발한 부분이다.


내부 관계자가 지난해 11월4일 문체부에 접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문체부가 2013년 규정에 없는 수당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2014년부터 오히려 급식비를 올려 받아갔다”며 “문체부 감사 결과도 전면 무시하고 계속 회계 부정을 저지르다 이번에 신고센터에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장 B씨가 수당 지급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반박이 가능하다”며 근거를 내밀었다.

‘대한당구연맹 위임 전결 내규’에 따르면 예산 집행 항목의 13번 ‘인건비, 월정판공비, 정보비, 부서운영비, 중식비 등’의 전결권자는 사무국장으로 돼있다. 기타 사업수행 및 추가 사항은 위임전결 규정에 포함·운영하며, 대부분의 업무 처리는 사무국장 전결로 처리한다는 내용도 주석으로 달려있다. 사무국 직원 중에서 적어도 국장은 수당 지급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림 변칙 구입 문제도 후속 조치가 미진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회장은 과장 A씨에게 그림을 사면서 당구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연맹 예산 440만원을 들여 그림 2점을 구입한 후 당구 큐를 산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받아 변칙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1점은 빌리어즈TV 방송국 대표에게 선물로 전달됐고, 나머지는 연맹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혐의 많아

후속조치 없어

C조사관은 “전임 회장이 그림을 구입한 이유가 개인 소장을 위한 게 아니라 후원사 대표에게 선물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크게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처리를 한 사무국 직원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회장에게는 ‘기관 경고’ 조치가 가해졌다. 그러면서 C조사관은 “기관 경고는 회장한테 한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관리단체로 지정하는데 그렇게 되면 임원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단순히 그림을 변칙으로 구매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개인에게 단체에 주는 징계를 내린 게 합당한가에 대해 묻자 C조사관은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대외적으로 지시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연맹은 징계 부과를 두고도 내내 상급 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는 연맹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양형 기준에 맞게 징계를 부과하라는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했다. 그 때문에 연맹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 동안 인건비, 행정지급비 등을 받지 못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회와 연맹이 통합되면서 지급됐어야 할 예산의 3분의 2(약 3억원으로 추정) 정도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체육회는 지난해 9월 특정감사를 통해 사무국 직원들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사무국 직원 비리 심각
단순 회계 부실로 처리

그제야 연맹은 지난해 10월27일 1차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날 부회장, 변호사,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무처 직제 변경 및 인사이동 ▲기획총무팀장 신규 채용 ▲직원 징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은 파면, ‘대회비 횡령’ 혐의의 연합회 전 사무과장은 파면 및 횡령 금액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서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가 다른 대상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맹 인사위원회 결과를 받아본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부분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연맹의 ‘막가파’식 운영은 문체부와 체육회의 안일한 문제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체부는 이번에 결정된 사무국 직원들 징계 수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을 깎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고 토로한 것이다. 또한 종목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는 체육회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모양새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의 정관 등 제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장기간 회원 종목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 ▲국제체육기구와 관련한 각종 분쟁 ▲재정악화 등 기타 사유로 원만한 사업 수행 불가 등에 해당될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된다.

연맹은 그동안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상급 단체의 지시사항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항목으로 관리단체에 지정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체육회 내부 관계자는 “종목육성부서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나눠 두 사람이 약 30종목씩을 관리한다”며 “각 종목단체에 전화를 돌리는 일만으로도 한나절이 다 간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니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체육회 감사실에서는 사무국 직원 징계 수위를 두고 “구두로 (정직 1개월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면서도 “정직 1개월도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언급해 종목 단체 인사 문제에 더 개입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급 의지 없어
수사 11개월째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전임 임원은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자가 수사 종결 시점을 물었던 9월에도 경찰은 “마지막으로 횡령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2일, 담당수사관은 “내일이라도 수사를 종결하고 싶지만 윗선에서 보완 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수사가 11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경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나가는 당구연맹
연맹에도 비선실세가?

지난해 11월21일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B씨의 징계를 취소했다. B씨는 잡지의 성격을 두고 논란 중인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통해 광고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회는 2015년 10월 B씨에게 파면 조치를 내렸다. B씨가 당시 연합회 결정에 불만이 있었다면 징계가 결정된 후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그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징계는 그대로 결정됐다. 그 징계가 1년 후 연맹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삼현 연맹 회장은 “B씨가 징계를 받을 당시 연합회 회장이 임원 선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등 문제가 많아 체육회 감사 결과 중징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징계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좀 더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체육회 자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징계 취소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당선…징계 취소 왜?

2차 인사위원회서 결정된 B씨의 파면 취소 결정은 남 회장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떠돈다. 초대 회장 선거 당시 가장 늦게 후보 등록을 한 남 회장은 B씨가 선택한 후보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돌았다. 처음에는 B씨에게 도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던 남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선거 당시 B씨가 선거운동을 해줬다”고 인정했다.

남 회장은 <스포츠 당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B씨에게 두 번째 선물을 안길 예정이다. 남 회장은 “지금으로선 협회지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이 취하되면 <스포츠 당구>의 소유권은 B씨에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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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