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막후에 권력자가?’ 떠도는 이상한 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폭주하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의 비위 사실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전 사무처장의 징계를 자체 인사위원회서 취소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뾰족한 수를 쓰지 못한 채 예산삭감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고,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연맹에 이상한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당시 연맹은 8월1일로 예정된 통합 초대회장 선거 때문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소문은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시작됐다. 연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자인 사무국 직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고위직에 부탁해 징계를 축소하고 형사고발을 면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종목 단체
검은 커넥션 있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소문에 연루된 시도연맹 관계자가 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면서 드러났다. 사무국 직원에게 문체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는데 고위직을 접촉하는 과정서 사용한 비용을 연맹이 처리해주지 않아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임 임원은 “청탁은 관련 부서 실장급 이상에게 들어간 걸로 안다”며 “지인이 소개해준 사람과 문체부 직원이 식사를 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소문은 시도연맹 관계자와 사무국 직원의 실명이 덧씌워져 연맹에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 시도연맹 관계자는 “연맹 직원들하고 사이도 안 좋은데 (그들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고 한 사무국 직원은 “청탁할 이유도 없고 할 사람도 없다”며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사무국 직원이 여러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문이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올랐다.

문체부, 종목 단체 징계 결정에 개입?
고위관리가 뒤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비자금 통장 ▲뇌물 수수 ▲임직원 횡령․배임 ▲대한체육회 보조금 횡령 ▲대회비용 횡령 ▲부적격 임직원 채용 등 연맹 비리 상황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이히 신고센터) 조사 후 지난해 1월 문체부-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로 하달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보고서에는 중앙 및 시도연맹 임직원 7명의 비위 혐의가 담겨 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7명 중 실제 경찰에 고발된 건 2명에 불과했다. 그림 변칙 구입 지시, 부적정한 수당 지급 등 ‘부당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전임 회장은 무슨 이유인지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에서도 빠졌다.


경기당구연맹 회장·전무이사를 비롯, 전직 임원 3명 등 5명만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겨졌다. 연맹 심판 이사는 공금 81만9000원 횡령 혐의, 강원연맹 전무이사는 대회비 156만원 횡령 혐의를 받았지만 문체부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 횡령 금액이 200만원 이하여서 내부 징계 지시만 떨어졌다.

‘부적정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사무과장 A씨와 사무국장 B씨 역시 형사 고발 조치에서 제외됐다.

비리 혐의자 7명
2명만 경찰 넘겨

2014년 개설된 신고센터는 체육정책과 산하에 있지만 스포츠 비리 관련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향력이 문체부를 웃돈다는 말이 있다.

신고센터 조사관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규정이나 정관에 따라 비위 대상자들에게 경징계․중징계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여기에 비위 혐의가 중대한 징계 대상자의 경우 경찰 수사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연맹 비리 조사를 맡았던 C조사관은 “조사 내용과 결과 모두 체육정책과로 넘어간다.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문체부”라고 말했다. 반면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규정 적용에 있어 큰 문제만 없다면 신고센터에서 조사한 결과대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국 A씨와 B씨는 급식비 및 연구수당 임의 지급, 변칙 회계 처리, 테이블 설치비 부당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은 급식비와 연구수당으로 수년간 1억원이 넘는 돈을 근거나 관련 규정 없이 임의로 지급받았다.

특히 연구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연구수당을 빙자한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이들은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은 ‘관행이었다’고 소명했다. 이를 두고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 바 있다.

C조사관은 이에 대해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 문제는 1∼2년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한쪽에선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앞서 2013년 문체부가 감사에서 적발한 부분이다.


내부 관계자가 지난해 11월4일 문체부에 접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문체부가 2013년 규정에 없는 수당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2014년부터 오히려 급식비를 올려 받아갔다”며 “문체부 감사 결과도 전면 무시하고 계속 회계 부정을 저지르다 이번에 신고센터에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장 B씨가 수당 지급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반박이 가능하다”며 근거를 내밀었다.

‘대한당구연맹 위임 전결 내규’에 따르면 예산 집행 항목의 13번 ‘인건비, 월정판공비, 정보비, 부서운영비, 중식비 등’의 전결권자는 사무국장으로 돼있다. 기타 사업수행 및 추가 사항은 위임전결 규정에 포함·운영하며, 대부분의 업무 처리는 사무국장 전결로 처리한다는 내용도 주석으로 달려있다. 사무국 직원 중에서 적어도 국장은 수당 지급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림 변칙 구입 문제도 후속 조치가 미진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회장은 과장 A씨에게 그림을 사면서 당구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연맹 예산 440만원을 들여 그림 2점을 구입한 후 당구 큐를 산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받아 변칙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1점은 빌리어즈TV 방송국 대표에게 선물로 전달됐고, 나머지는 연맹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혐의 많아

후속조치 없어

C조사관은 “전임 회장이 그림을 구입한 이유가 개인 소장을 위한 게 아니라 후원사 대표에게 선물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크게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처리를 한 사무국 직원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회장에게는 ‘기관 경고’ 조치가 가해졌다. 그러면서 C조사관은 “기관 경고는 회장한테 한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관리단체로 지정하는데 그렇게 되면 임원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단순히 그림을 변칙으로 구매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개인에게 단체에 주는 징계를 내린 게 합당한가에 대해 묻자 C조사관은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대외적으로 지시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연맹은 징계 부과를 두고도 내내 상급 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는 연맹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양형 기준에 맞게 징계를 부과하라는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했다. 그 때문에 연맹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 동안 인건비, 행정지급비 등을 받지 못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회와 연맹이 통합되면서 지급됐어야 할 예산의 3분의 2(약 3억원으로 추정) 정도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체육회는 지난해 9월 특정감사를 통해 사무국 직원들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사무국 직원 비리 심각
단순 회계 부실로 처리

그제야 연맹은 지난해 10월27일 1차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날 부회장, 변호사,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무처 직제 변경 및 인사이동 ▲기획총무팀장 신규 채용 ▲직원 징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은 파면, ‘대회비 횡령’ 혐의의 연합회 전 사무과장은 파면 및 횡령 금액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서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가 다른 대상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맹 인사위원회 결과를 받아본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부분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연맹의 ‘막가파’식 운영은 문체부와 체육회의 안일한 문제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체부는 이번에 결정된 사무국 직원들 징계 수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을 깎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고 토로한 것이다. 또한 종목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는 체육회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모양새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의 정관 등 제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장기간 회원 종목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 ▲국제체육기구와 관련한 각종 분쟁 ▲재정악화 등 기타 사유로 원만한 사업 수행 불가 등에 해당될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된다.

연맹은 그동안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상급 단체의 지시사항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항목으로 관리단체에 지정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체육회 내부 관계자는 “종목육성부서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나눠 두 사람이 약 30종목씩을 관리한다”며 “각 종목단체에 전화를 돌리는 일만으로도 한나절이 다 간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니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체육회 감사실에서는 사무국 직원 징계 수위를 두고 “구두로 (정직 1개월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면서도 “정직 1개월도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언급해 종목 단체 인사 문제에 더 개입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급 의지 없어
수사 11개월째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전임 임원은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자가 수사 종결 시점을 물었던 9월에도 경찰은 “마지막으로 횡령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2일, 담당수사관은 “내일이라도 수사를 종결하고 싶지만 윗선에서 보완 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수사가 11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경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나가는 당구연맹
연맹에도 비선실세가?

지난해 11월21일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B씨의 징계를 취소했다. B씨는 잡지의 성격을 두고 논란 중인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통해 광고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회는 2015년 10월 B씨에게 파면 조치를 내렸다. B씨가 당시 연합회 결정에 불만이 있었다면 징계가 결정된 후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그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징계는 그대로 결정됐다. 그 징계가 1년 후 연맹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삼현 연맹 회장은 “B씨가 징계를 받을 당시 연합회 회장이 임원 선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등 문제가 많아 체육회 감사 결과 중징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징계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좀 더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체육회 자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징계 취소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당선…징계 취소 왜?

2차 인사위원회서 결정된 B씨의 파면 취소 결정은 남 회장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떠돈다. 초대 회장 선거 당시 가장 늦게 후보 등록을 한 남 회장은 B씨가 선택한 후보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돌았다. 처음에는 B씨에게 도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던 남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선거 당시 B씨가 선거운동을 해줬다”고 인정했다.

남 회장은 <스포츠 당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B씨에게 두 번째 선물을 안길 예정이다. 남 회장은 “지금으로선 협회지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이 취하되면 <스포츠 당구>의 소유권은 B씨에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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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