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미경 작가’ 지호준

확대된 세상과 자연의 콜라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진작가 지호준은 ‘현미경 작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현미경을 활용한 사진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 중인 지호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진화랑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현미경을 통해 확대된 이미지와 자연의 조합으로 재탄생된 작품이 건네는 신비로움 속으로 들어가보자.

학부에서 사진을 전공한 지호준 작가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서 석사과정을 거치며 과학적 소재를 사진 예술에 융합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이는 ‘본다’는 행위에 있어 새로운 차원의 사고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였다.

지호준은 그 첫 번째 단계로 2009년, 현미경으로 촬영한 나노이미지를 현실공간에 투사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나노그라피((Nano와 Photography의 합성어) 연작을 선보였다.

현미경+자연

언뜻 보면 나무 형상 같은 나노이미지가 일상공간에 투사됐을 때, 관객들은 자연물이 투사됐다고 믿기 쉽다. 그러다 투사된 이미지가 실제 형상, 즉 나무와 무관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움을 느낀다.

지호준의 이 같은 작업 방식은 마치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반역’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텍스트를 첨부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보는 순간에는 나무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나무가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가 대상을 당연히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인식의 틀을 깨고자 했다는 것.


‘나노그라피’로 독특한 작품
동전 신문 등 흔한 소재 접목

2011년에는 나노그라피의 개념을 ‘동전’이라는 특정 주제에 접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작업은 마이크로 단위의 광학현미경과 나노 단위의 전자현미경이라는 서로 다른 스케일로 동전을 촬영한 후 그 영상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방식을 시작으로, 이는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로까지 발전했다.

대부분 동전에 조각된 존재들은 모두 역사적, 사회적 인물들이다. 지호준은 동전 속 인물들이 한 시대 뉴스의 일부라는 점에서 신문 1면 뉴스와 동전의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해 만나는 순간을 주선한다.
 

예를 들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미국 주화 1센트에 새겨진 링컨 대통령이 만나면 어떨까 하는 연출을 통해 풍자 혹은 감동을 의도하는 방식이다.

또 몽골 화폐 1투그릭의 주인공 카를 마르크스가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목격한다는 이야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동전과 신문이라는 흔한 소재를 현미경을 통해 재해석한 결과물은 서울뿐만 아니라 뉴욕의 갤러리, 뉴욕 은행 등으로 뻗어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지호준은 이번 전시에서 나노그라피의 세 번째 전개를 소개한다. 그가 선보이는 주요 신작은 오래된 한지와 갓 생산된 한지를 전자현미경으로 비교·관찰하는 데서 시작됐다.


오래된 한지에선 시간의 누적에 따라 대자연이 오롯이 녹아있는 현상이 발견됐다. 흙이 있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시간의 섭리가 종이에도 나타나는 점을 모티브로 작업의 배경은 대자연으로 정해졌다.

한지 관찰로 새로운 시도
윤관우 협업 세대 간 동참

시간, 계절별로 전국을 돌며 촬영을 거듭하는 과정서 수확한 그림들은 숲인지 가상공간을 합성한 연출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허구성이 강화됐다.

이 작업은 타 문화 영역에 접목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그의 나노이미지는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무대 위 장면 뒤로, 연극 무대 세트의 일부로,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 건축가 승효상씨가 18년 전 설계한 주택에 투사됐다.

이번 전시에는 지호준의 확장성을 한층 더 유익한 방향으로 발현시키기 위한 특별한 기획을 가미했다. 올해 12살인 윤관우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세대를 넘어선 동참을 이끌어내보기로 한 것이다.
 

윤관우는 현미경으로 초근접해 바라본 세상에서 멀리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우주를 만나게 된다는 경험을 출력해 세상과 소통했다. 윤관우는 지난해 1월,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바 있다.

12살 작가와 협업

진화랑 관계자는 “윤관우 작가가 지호준 작가를 만나면서 본래의 이미지에 다채로운 빛깔의 옷을 입히게 되고 이를 전시해 언젠가는 철학적 의미를 담아 어엿한 예술작품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연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에는 지호준의 신작 45점, 영상 작업 2개, 윤관우와 콜라보 작업 150여점 등이 함께 전시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호준은?

▲학력


상명대학교 영상학부 사진학과 졸업(2005)
카이스트 문화기술 대학원 졸업(2010)

▲개인전

중구문화원, 대전(2016)
내설악공공미술관, 인제(2016)
신한은행, 뉴욕(2014)
신갤러리, 뉴욕(2013)
갤러리 이배, 부산(2013)
진화랑, 서울(2011)
산토리니 서울, 서울(2011)
박영덕화랑, 서울(2009)
모던 컬쳐 센터, 경기(2007)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