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2016년 한해 알찬 결실 이뤘다”

도청 이전 등 성과…‘올해·내년 경북 도정‘ 기자회견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28일, 도청 브리핑실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년도 도정 성과와 내년도 도정 방향을 밝혔다.

이날 김 지사는 “국내외적으로 큰 변화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도민과 함께 에너지를 모은 결과 알찬 결실을 이뤘다”며 2016년 도정 주요 성과와 2017년 도정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2016년 10대 도정 성과

김 지사가 첫 번째로 꼽은 성과는 ‘도청 이전’이었다. 김 지사는 “대구시 분리 35년 만에 도청 이전을 마무리하고 역사적인 신도청 시대를 맞이한 것이 큰 보람으로 남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도청 이전은 낙후된 경북 북부에 성장 동력이 하나 더 생겼고 국가적으로는 같은 위도상인 세종시와 동서발전 축을 형성했다. 한옥형 신청사에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해 개청 이후 지금까지 7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단순한 업무공간을 떠나 경북의 역사와 문화, 정신적 가치가 담긴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성과는 정부의 SOC예산 감축기조와 어려운 정치 상황 속에서도 경북도가 내년도 국가 투자예산을 12조원에 육박하는 11조8350억원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이후 연속 3년에 걸쳐 11조원 이상을 돌파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07년 2조원 대에 비하면 6배나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이번에 확보한 44건의 핵심 신규 사업은 총 4조1000억원을 담보할 수 있는 귀중한 종자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북의 미래를 이끌고 갈 신성장산업 동력의 출력도 매우 높아졌다. 미래창조형 핵심 신소재인 ‘탄소산업’과 ‘타이타늄산업’이 지난 12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으로써 지역기업의 탄소소재부품 기술고도화와 경쟁력의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함께 ‘경량 알루미늄소재 기반구축사업’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돼 차세대 소재산업의 활력이 기대된다.

투자유치와 일자리 분야에서도 크게 선전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경기침체, 내수부진 등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태영그룹, ㈜GS E&R, LG전자(주) 등에서 6조844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조원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미 투자기업 중에서 7개사는 1조2791억원을 증액 또는 재투자했다. 이러한 성과로 외국인투자유치 대통령상과 투자유치촉진사업평가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일자리 분야에선 청년실업 극복을 위해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도내 10개 상공회의소 3900개 회원사가 1사1청년 더 채용하기, 경북청년CEO 양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책을 운영했으며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협동조합 등 ‘공동체 일자리’를 대폭적으로 확충했다.


실제로 이번 달 도의 고용율(63.0%)이 전국 평균(61.1%)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 한해 경북도의 문화융성 시책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담은 ‘신라사 대계’를 5년에 걸쳐 집대성했다. 그 외에도 삼국유사 목판 복원, ‘한국의 편액’ 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 등재, 신라왕경 복원사업 등 경북도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문화융성 플랜이 빠르게 구체화돼 가고 있다.

경북도는 광역교통망 분야서도 괄목할 만한 결실들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지난 6월30일 포항~울산 고속도로와 지난 23일 상주~영덕간 고속도로의 개통을 비롯, 올해만 4개의 국도 노선을 개통해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 포항~영덕간 고속도로를 내년 국가예산에 반영해 지역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경북도는 ▲도청신도시 건설 ▲‘할매할배의 날’ 확산 ▲귀농귀촌 12년 연속 전국1위 ▲농식품수출 4억불 달성 등 올 한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도정방향

김 지사는 내년도 중점방향에 대해 “일자리야말로 도민의 가장 큰 바람이자 최고의 복지”라며 “내년에도 도정의 최전선을 일자리 창출에 두고 이에 집중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도는 내년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 예산을 3.3배나 증액했다.

중소기업에 1년 이상 근속한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 상당의 복지혜택을 주는 ‘경북청년복지수당’을 도입,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할 계획이다. 또 취업을 위한 훈련비와 수당을 지원하고 도와 지역대학, 기업 간의 일자리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지속가능한 ‘일자리 협력의 틀’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방에 돈을 가져오는 일은 투자유치”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에 도는 우선적으로 고용효과가 큰 관광·레저 산업과 신성장 산업을 타깃으로 전방위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펼쳐 나간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북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확충에 집중한다. 산업역량 강화를 위해 ▲동해안권에 수중로봇, 원자력, 가속기클러스터 등 해양신산업 ▲서부권에 스마트융복합산업 ▲남부권에 코스메틱과 항공전자 등 창의지식서비스산업 ▲북부권에 백신과 K-FARM 등 농생명산업을 권역별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경북도는 국제무대서 문화국가의 위상도 한층 드높이기로 했다.


내년 11월에는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을 25일 동안 개최한다.

‘옛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전’을 주제로 문화와 경제를 융합한 축제로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은 세 번째 국제행사다. 40개국 1만여명이 참여하고 국내외 관람객 3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양 실크로드로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문화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업진출과 교역 활성화, 경제적 시너지효과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일 편찬된 ‘신라사 대계’와 내년 복원이 마무리되는 ‘삼국사기 목판’을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나간다.

경북도는 도청 이전을 계기로 국토발전전략으로 공식화된 ‘한반도 허리 경제권’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반도허리고속도로 ▲동서내륙철도 ▲바이오·백신 융복합벨트 ▲ 환동해-환서해 문화루트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를 비롯해 14개 노선의 완공과 18개 노선의 착수를 통해 경북이 더 빠르고 가깝도록 교통망을 재편해 나간다.


무엇보다 쌀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쌀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 차원서 수립된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 협의회’ 구성과 ‘쌀 사랑 포럼’을 운영하는 등 쌀 수급 균형과 농가소득이 안정되도록 시범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경북도는 ▲도민행복을 위한 안전과 복지 ▲‘할매할배의 날’ 범국민적 확산 ▲민족자존의 섬 ‘독도’ 수호 ▲경북의 정체성 지키기 ▲지방분권형 개헌과 광역협력에 역점을 두고 도정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내년에도 정치적인 혼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방에서 흔들림없이 굳건히 민생을 지키겠다”며 “도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졸라매고 도정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생생지안(生生之安)’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도민의 민생과 생활현장 구석구석을 챙겨 이를 통해 지역과 나라가 편안해져 차별과 격차가 줄어드는 한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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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