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재평가 받는 사람들

그땐 몰랐던 그들의 외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던 말이나 행동이 시간이 흐르면 다시없을 진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반대로 과거에는 진실처럼 믿었던 사실이 허무한 거짓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떤 사안이든 시대 보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요즘 같은 재평가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신문, 방송할 것 없이 온 언론이 매달려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수없는 의혹이 쏟아져 전 국민이 경악했다. 현실이 팍팍하면 과거를 되돌아보는 법,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일가와 연관됐던 인물들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립다’
책·영화 인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그를 다룬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일한 강원국씨의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인터넷서점 ‘예스24’서 베스트셀러 6위, ‘교보문고’서 7위에 올랐다. 상위 작품들이 전부 올해 발간된 것을 감안하면 2014년 2월에 나온 책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인 강 전 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3년, 노 전 대통령과 5년간 일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에 ‘빨간펜’ 첨삭을 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글쓰기는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연설문을 쓸 때마다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에게 관심이 쏠렸다.


노 전 대통령의 연설문 사랑은 지독한 구석이 있었다고 한다. 강 전 비서관은 언론과 인터뷰서 “노 전 대통령은 연설문을 쓸 때 같이 앉아서 고치고 토론했다”며 “말을 하셔야 말이 생각나고 말이 발전한다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보다 설득력 있는 말과 글로 다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대통령에게 연설문은 전부였다”고 했다. 국정 방향, 국내외 정책, 대통령의 의지 등 국민을 상대로 드러내는 국가 수장의 생각 자체인 연설문이 농락당한 현실이 노 전 대통령을 다시금 2016년으로 불러들였다.

최순실 게이트서 ‘재평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재판정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일갈했다는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인물로, 10·26사태의 장본인이다.
 

당시 김 전 부장을 변호했던 강신옥 변호사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부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노무현, 김재규, 이기붕, 이정희
사건과 연관 인물들 재조명 화제

강 변호사는 주간지 <시사인>과 인터뷰서 당시 영애였던 박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수차례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이를 묵살하자 거사를 결심하게 됐다는 김 전 부장의 증언을 전했다.

강 변호사는 “김 전 부장이 사형당하기 4개월 전인 1980년 1월28일 면회를 갔더니 최태민 얘기를 처음 꺼냈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최태민은 교통사고라도 내서 처치해야할 놈이라고 분개했다”고 전했다.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미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 전 부장은 최후변론서 “구국여성봉사단이 많은 부정을 저질러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돼왔다”며 “그럼에도 큰 영애(박근혜 대통령)가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아무도 문제 삼은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민정수석 박승규 비서관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본인에게 호소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구국여성봉사단은 최태민씨가 총재, 박 대통령이 명예총재를 맡고 있던 단체였다.

최근 시국을 덮친 사태에 최태민씨의 딸인 최순실씨, 최순득씨 등 최씨 일가가 얽혀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당시 김 전 부장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 역적, 대통령 살해범 등으로 불렸던 김 전 부장은 젊은 층에서 구국의 영웅, 의사, 열사 등의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민주화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함세웅 신부는 <채널예스>와 인터뷰서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제거한 바로 그날 김재규 부장이 유신의 핵을 제거했다. 김재규가 재평가되는 그날,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최순실의 관계서 이승만-이기붕의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10월19일 “최순실 모녀 사태를 보면 옛 이승만정권 때 권부 핵심 실세로 정권의 부패와 몰락을 자초했던 이기붕 일가가 떠오른다. 이기붕 일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와 이기붕 전 부통령은 대통령을 움직여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 전 부통령은 노쇠한 이승만 전 대통령 뒤에서 국정 전반을 주물렀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부정선거는 바로 이 전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1960년 예정된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정권은 이승만, 이기붕을 후보로 내세웠다. 야당인 민주당은 조병옥과 장면이 후보로 나섰다.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그 직을 승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자유당은 정당한 선거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대리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 가공할 만한 부정을 저질렀다.

국민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러다 4월11일 마산 앞바다서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신이 떠올랐다. 경찰이 쏜 최루탄을 얼굴에 맞은 김주열의 시신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부통령은 자신이 이 전 대통령에게 양자로 바쳤던 아들 이강석의 총에 죽었다.

이승만·박근혜
둘은 닮은 꼴?

이미 오래 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옥살이를 한 사람들도 재조명 받고 있다. 당시 목사였던 김해호씨는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경선 과정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2007년 6월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전 대표는 최태민이라고 하는 사람과 그의 딸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자신이 가진 재단조차 소신껏 꾸리지 못하고 농락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는가”라고 했다.


김씨의 폭로에 사람들은 그를 ‘이명박의 개’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박 대통령의 상대였던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서 일하고 있었다.

김씨는 “최 목사(최태민)와 그의 딸(최순실)이 육영재단에 개입한 1986년 이후 어린이회관 관장이 세 번 바뀌었고 직원 140명이 최 목사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직당했다”며 “유치원을 운영하던 최 목사의 딸은 서울 강남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가졌는데 이 돈은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재산일 가능성이 있으니 검증위원회가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무시당한 폭로
이제야 사실로

김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던 내용은 지금 거의 사실로 밝혀졌다. 김씨의 폭로가 9년이 지나서 일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당시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허위사실로 치부했다. 김씨는 사전선거운동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항소심에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고, 김씨는 6개월가량 옥살이를 겪었다.

김씨는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정책특보였던 임현규씨와 함께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임씨는 김씨가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작성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입장자료를 통해 “당시 제기한 의혹 상당수가 현재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당초 재심청구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다시는 이 같은 국정농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자칭 목사’ 조웅씨는 2013년에 등장했다. 조씨는 2013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조씨는 “박 대통령(당시 당선인 신분)이 평양에 방문할 때 정부에 허가받지 않은 500억원을 들고 갔고, 김일성 동상에 참배했다”고 했다.

그는 최태민씨와 관계,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 배후서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 도중 조씨를 긴급 체포했고,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1심과 2심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대법원은 원심 확정판결을 내렸다.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박 전 행정관은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오래된 측근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의 동향을 다룬 청와대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다. 박 전 행정관은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서 박 전 행정관은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와 대부분의 언론은 박 전 행정관의 발언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팍팍한 현실에 과거 회상

그의 발언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재조명받고 있다. 박 전 행정관의 발언은 최순실씨의 운전기사로 17년간 그녀를 비롯해 최씨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김모씨의 인터뷰서도 확인됐다.

김씨는 “박 의원님(박 대통령) 위에 정 실장(정윤회)이고, 그 위에 순실이(최순실)야”라고 말했다. 기자가 박 전 행정관의 발언과 같다고 말하자 “맞지. 순실이가 대장, 그 다음은 정 실장, 박 의원은 꼴등”이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잊혔던 정치인도 다시 상기시켰다.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가운데 박영수 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를 선택했다. 특검은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가능성이 있어 누가 선정될지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 가운데 등장했던 이름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다. 2014년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이후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진 이 전 대표는 특검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전 대표는 18대 대선 TV토론 때 박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토론에) 나왔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이름 박정희”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대대로 나라 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 등 날선 발언으로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사이다’라고 환호했지만 한편에선 동정론을 일으켜 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때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출판한 <i 전여옥>이라는 책에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담은 바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등의 어록들을 쏟아냈다.

전 전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언급했다. 전 전 의원은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격을 스스로 무너뜨리신 게 아닌가 하는 매우 유감스런 담화였다. 지도자라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판단하고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이미지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인 9월 초 금지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의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 메달 박탈 등의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피부 치료 때문에 찾은 병원서 의사가 부작용과 주의사항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네비도’ 주사제를 놨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박태환의 수영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막혀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박태환은 법정 다툼 끝에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 여론은 여전히 약물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박태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반전이 일어난 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박태환을 상대로 올림픽 출전 포기를 강요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다.

30년 만 재등장
이미지 회복도

김 전 차관은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언론과 인터뷰서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최근 일본 도쿄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투약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김씨 상고심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약물 고의 투여 의혹을 벗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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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