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골퍼들의 행복한 성적표

“가족은 나의 힘”

‘아빠’라는 이름으로 필드를 누비는 프로골퍼들에게 가족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특히 결혼 후 첫 우승 또는 재기에 성공하는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가장 먼저 가족을 품에 안는다. KPGA투어에서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필드를 누비는 선수만 어림잡아 10여명에 달한다.

필드 장악한 유부남 전성시대
가정 꾸리고 꽃핀 선수생활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다. 올해 KPGA투어 상금왕에 도전하는 최진호(32·현대제철)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상금왕 2연패와 2016∼2017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을 노리는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문경준(34·휴셈), 2013년 KPGA 대상 수상자 류현우(35), 통산 4승을 거두고 있는 박상현(33·동아제약), 선수회 ‘회장님’ 김형태(39), 군산의 사나이 주흥철(35)은 모두 가족이라는 든든한 힘을 가졌다.

아빠골퍼 대부분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가진 이후 선수생활의 꽃을 피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동부화재프로미 오픈과 넵스헤리티지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상금왕과 다승왕 등극을 노리는 최진호는 한때 긴 슬럼프에 빠져 골프를 그만두려 했었다. 2005년 데뷔한 최진호는 2006년 비발디파크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차지하며 그해 신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경험했다.

그러나 가족이 최진호의 골프인생을 바꿔 놨다. 두 아들(승언·승현)의 아빠인 최진호에게 결혼 전 인생의 전부는 골프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생긴 최진호에겐 안정이라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과 달리 골프 자체를 즐기려는 마음도 생겼다. 최진호는 “가족이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최진호는 이제 곧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 최진호는 “셋째는 뱃속에서부터 복덩이였다. 셋째를 가진 뒤 2승을 했다”면서 “상금왕이라는 타이틀을 아내에게 주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가족이 있기에


김경태에게도 가족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됐다. 2007년 데뷔해 남자골프의 희망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종횡무진 맹활약한 김경태에게 슬럼프란 없을 줄 알았다. 워낙 탄탄한 실력을 자랑했기에 남의 얘기처럼 들렸다.그러나 김경태에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2012년 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을 노리던 김경태는 단 몇 천달러 차이로 출전권을 놓쳤다. 그 충격으로 2년 동안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50위 이내에서 맴돌던 세계랭킹은 어느새 300위 밖으로 추락했고, 빠져나오려고 노력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끝을 모르던 추락은 결혼과 동시에 멈췄다. 2015년 1월 결혼한 김경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혼다타일랜드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뮤제플래티넘오픈, 후지산케이클래식, 아시아퍼시픽 다이아몬드컵, ABC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201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일본 상금왕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56위로 끌어올렸다.

든든한 버팀목 “포기는 없다”
심신 안정·책임감 ‘일석이조’

부활의 힘이 된 건 가족이다. 지난해 4월 첫아들 재현 군이 태어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정을 꾸린 뒤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됐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되면서 골프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생겼다. 김경태는 “아들이 태어난 뒤 좋은 일만 생기고 있다. 복덩이인 것 같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알게 됐고, 동시에 가족을 생각하면 힘든 일도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며 아들 자랑에 침이 말랐다.

문경준은 졸업 후 뒤늦게 골프채를 잡고 프로의 길을 걸었다. 경력이 짧았던 문경준은 프로 무대에서도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한때 공황장애를 앓는 등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평범했던 문경준은 결혼 후 골프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아들이 보는 앞에서 멋지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문경준은 “10년 동안 곁을 지켜온 아내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든든한 울타리가 됐던 아내가 너무 고맙다”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대학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박상현에게 아내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아내는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함께 하는 내조의 여왕이다. 물론 옆에는 네 살배기 아들 시원군도 함께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아빠들

올해 KPGA선수회 회장으로 뽑힌 김형태는 소문난 애처가다. 그는 2006년 하나투어 몽베르 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여자친구에게 바치며 청혼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가정을 꾸렸다. 7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이들에게 2013년, 기쁜 소식이 들어왔다. 아내가 임신을 한 것. 그림자 내조를 펼치기로 유명한 아내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KPGA선수권 대회장을 찾았다. 아내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은 김형태는 5번째 우승 트로피를 아내에게 선물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2014년 군산CC 오픈에서 데뷔 8년 만에 첫우승을 차지한 주흥철은 아내와 아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긴 무명생활을 참고 견뎌온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던 한을 풀어낸 우승이었다. 특히 그의 아들은 2013년 폐동맥 경막 폐쇄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우승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을 보상받는 것 같다며 눈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주흥철은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면서 골프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다. 가족의 힘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2013년 KPGA 대상 수상자 류현우도 대표적인 아빠 골퍼다. ‘다승이 아빠’로 유명해진 그는 우승의 염원을 담아 아들 이름을 ‘다승’이라고 짓기까지 했다. 류현우는 지금도 아들의 이름대로 다승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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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