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펄펄 끓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서 불모지 또는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 부동산이 메가톤급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펄펄 날아갈 기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하고 활황을 타던 지방 부동산이 올 들어 줄줄이 하락세다. 그럼에도 강원도만 거래·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림픽 이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동계올림픽이
상승 견인

강원도 부동산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고속도로 ·고속화철도 등 교통 인프라의 추진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집값과 땅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올림픽 특수로 인한 관광객 수요를 노리며 수익형 호텔과 레지던스 등 숙박 시설을 앞다퉈 짓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9600여 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를 쏟아낼 예정이다.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54만3555명이던 인구가 2014년까지 155만8885명까지 늘어나다 2015년 154만9507명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강원도 부동산 투자 열기는 분양성적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에 분양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25필지는 최고 9395대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다. 같은 달에 나온 주차장 용지도 43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6월에는 강원도 속초시 교동에서 분양한 ‘속초 교동 시티 프라디움’아파트는 최고 4.86대1의 경쟁률을 기록,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 지표도 좋다. 올해 1~5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체의 주택 거래량은 18만601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9% 줄어들었지만 강원도는 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난 1만4240건이었다. 당연 증가 폭은 전국 최대다.

불모지·변방으로 취급받다 대변신
전국서 강원도만 유독 거래·가격↑

가격도 상승세다. KB국민은행은 올 1~6월 강원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1.04%로 집계됐는데 2015년 1월 평균 1억3640만원 하던 강원도 집값은 올해 6월 1억6362만원으로 2700만원 올랐다. 지방 5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이 올 상반기 각각 0.01%, 0.26% 하락한 것과 대비적이다. 특히 춘천(1.53%)과 원주(0.86%)가 강원도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원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함께 조성되면서 집값과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춘천은 구도심이 재건축에 돌입하며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덜 올라 저평가 됐던 강원도 부동산의 상승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각종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졌다. 오는 11월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까지 개통되면 서울 강남에서 원주까지 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다. 또 현재 공사 중인 ‘중앙선 고속화철도’서원주~강릉 구간과 서울~원주 구간(운영 중)이 내년 12월 연결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7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최근 서울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추진이 확정되면서 강원도와 수도권 접근성은 한층 더 개선될 예정이다. 광역 교통망의 확충으로 강릉에 ‘세컨드하우스’를 사려는 외지인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게 도내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원도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는 두 지역을 꼽으라면 춘천과 원주시다. 먼저 춘천시의 경우 지역 내 노후 아파트를 비롯, 기업유치와 관광지 조성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춘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삼성SDS와 춘천시는 부지매입 MOU(업무협약)를 체결, 최첨단 금융센터 ‘제2데이터센터(가칭 춘천IT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춘천에서 운영 중인 더존IT그룹과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이어 삼성SDS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서면서 춘천이 ‘IT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춘천IT센터는 글로벌 프리미엄 수준인 ‘티어(Tier) 3급’으로 친환경, 고효율, 최첨단 기술을 접목, 2019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1시간 반이면 OK…뻥뻥 뚫리는 교통
메가톤급 개발호재 등에 업고 날아갈 기세


이와 함께 춘천시 중도 일대 129만1434㎡ 면적에 들어서는 레고랜드의 공사도 한창 중이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영국 멀린사가 1억달러(약 1152억원)를 투자해 테마파크와 아울렛 상가, 워터파크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춘천 중도에 들어서는 레고랜드는 전 세계 5개국 6개 도시에 있는 레고랜드 중 가장 큰 규모다. 테마파크는 2017년 3월, 관광시설은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업계는 래고랜드가 완공되면 온의 롯데 스카이 ▲연 관광객 200만명 이상 유치 ▲일자리 9800개 창출 ▲연 지방세 44억원 확보 ▲생산 유발효과 5조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호재로 춘천시는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집값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춘천시 인구 상승 추이는 지난 2월 기준 28만1559명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으로 28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8월 이후 증가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KB국민은행시세에 따르면 현재 춘천 집값은 3.3m²당 547만원으로 강원도내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1년 전(452만 원)에 비해 21% 상승했다. 2년 전(425만원)에 비해선 무려 28%가량 올랐다. 특히 신규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입주 2년차인 ‘e편한세상 춘천’ 전용 84m²의 현재시세는 2억7250만원이다. 이는 분양가(2억1500만원)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입주시점인 2년 전(2억2500 만 원)에 비해서도 4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온의동 ‘온의롯데캐슬스카이클래스’도 비슷한 상승률로 전용 84m²의 경우 입주시점에서는 분양가(2억6500만원) 대비 1000만원 올랐다. 현재 시세는 2억8000만원에서 3억원에 달한다.

원주시도 강원도 주택 분양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10년 중 강원도 최대물량이 공급되어 청약 성적도 우수하다. 지난해까지 총 2만9384가구가 공급됐다. 강원도 전체물량(6만7198 가구)의 43.7%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공급된 6개 단지는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원주롯데캐슬더퍼스트2차와 호반베르디움(8블록)에는 모집 가구수(2개 단지 1657가구)의 3배 이상인 5636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원주혁신도시 및 원주기업도시 개발과 동계올림픽을 앞둔 도로나 철도 등의 기반시설 확충 효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
집값·땅값 요동

원주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함께 조성되는 국내 유일의 지역으로, 이미 2014년부터는 원주혁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된 상태다. 올해 11월 개통 예정으로 원주에서 경기도 광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공사 중이다. 서원주에서 여주를 거쳐 신분당선 판교역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전철도 개발 중인 상태다. 이를 이용하면 광주는 35분, 판교는 7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이동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개월 동안 원주시 아파트값은 1.54% 올랐는데, 이는 강원도 아파트값 상승률(1.13%)을 웃도는 수준이다. 강원도 부동산이 뜨거워지면서 수도권 부동산 부호들이 강원도의 원룸이나 아파트를 다수 매입해 임대사업에 나서는 ‘원정 부동산 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학교가 위치한 춘천시 효자동 일대는 타 지역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원룸주택들이 수백채 들어차 있는 대표적인 강원도 대학가 원룸촌이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소는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원룸주택을 소개해주고 받는 일명 ‘복비(부동산중개수수료)’이외에도 따로 챙기는 게 있다. 바로 원룸주택 위탁 관리비다. 위탁 관리비란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원룸주택 주인을 대신해 ‘중개’는 물론 ‘건물 관리’를 위탁받아 공과금 정산, 청소, 수리 등을 해주고 받는 비용을 말한다.

이 지역 한 중개업소는 위탁관리하고 있는 원룸주택이 40채에 이를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부호들의 원정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춘천 한림대가 위치한 옥천동, 원주 상지대 인근 우산동과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라대 등이 밀집한 흥업면과 무실동, 관동대와 강릉원주대가 위치한 내곡동과 교동 등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파트도 수도권 부동산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춘천 퇴계동과 석사동, 원주 무실동 등 몇 년 전부터 전세가가 급격히 오른 지역에서 수도권 집주인을 만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춘천지역 주택매매거래자 가운데 서울과 타지역 거래자는 236명에 그쳤으나 10년이 지난 2016년 상반기에는 865명으로 266% 증가했다.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제2의 제주도로 불리며 중국 자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강원도청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비롯해 평창, 원주 등 강원도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의사를 밝혀온 중국 자본기업은 20여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및 미국계열 투자자도 일부 있지만 투자 관심을 보인 외국 기업 중 90%가 중국 자본으로 이들의 강원도 투자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투자가 확정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곳은 중국계 투자기업인 샹차오홀딩스가 전부지만 20개가 넘는 곳이 투자유치에 의사를 타진한 만큼 업계에서는 제2의 제주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강원도 동해안 일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바다 등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교통환경 접근성이 개선된 점을 꼽고 있다. 120km 구간의 원주~강릉 철도가 내년 12월 개통 예정으로 동해안 교통 접근망이 대폭 개선되고,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93.9km이 동서고속화철도 역시 확정됐다. 동흥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내년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양양국제공항은 중국 직항노선이 개설돼 관광객 특수를 기대할 수가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외에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이어 강원도 등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구적인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특성을 꼽았다. 제주도의 경우 중국 자본발 개발이 난립하면서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을 축소한 반면 강원도는 오히려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추진, 최근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를 첫 번째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 지구로 지정했다.

공급 과잉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분별없는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당분간은 호재가 많지만 동계올림픽 이후엔 공급 과잉으로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 부동산이 강원도 부동산 시세를 올려놓은 측면도 일부 있다. 올림픽 이후에도 관광객을 끌어올 만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공급 과잉의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강원도 부동산 시세가 교통 호재 등이 선반영돼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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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