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끼어든’ 3차 면세대전 판세

황금알 낳는 거위 “주인은 정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면세점 3차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차지하기 위한 유통공룡들의 눈치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유일한 신규 사업자인 현대면세점이다. 일전의 패배를 교훈 삼아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오는 12월 중순 결정되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은 총 4장. 이 가운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통공룡들이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용 특허권 3장’의 향방이 최대 관심거리다. 특히 SK네트웍스를 제외한 4곳이 강남지역을 후보지로 내세워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현대면세점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접전 예고하
면세점 전쟁

관세청에 따르면 심사 평가 항목은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 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 총 1000점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면세점은 자기자본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유동비율, 모기업 영업실적 등 ‘운영인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면세점의 운영주체인 현대백화점은 부채비율이 34.6%에 불과할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100% 자기자본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마저 뒤따른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지표 중 하나인 신용등급 부문도 현대백화점 ‘AAA’에 이어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하는 ‘AA+’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면세점은 12월 중순 발표 예정인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할 경우 자본금 규모를 100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이 가까워질수록 후보업체들의 상생·협력 공약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공헌을 중요시하는 관세청의 심의 기준을 감안한 움직임이다. 150점이 배정된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평가지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이 부분에서 현대면세점은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현대면세점은 5년간 총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00억원 사회 환원 계획은 지난 10월 밝힌 강남지역 관광인프라 개발 투자금 300억원에 지역문화 육성 및 소외계층 지원 금액 200억원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추가 지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면세점은 지자체와 문화 및 관광 관련 재단, 학술·연구기관 등에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대면세점은 강남구와 강남문화재단 등 지역 내 관광관련 유관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문화사업을 지원한다.

지자체와 연계해 저소득층, 독거노인,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에게도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부모 가정에 대한 보육로 및 기초생활용품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투자계획은 영업이익 환원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나머지 업체들도 속속들이 추가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소·중견 브랜드 지속 발굴 및 국내외 판로 확대, 경영 안정성 제고를 위한 건전한 거래문화 정착, 파트너사와의 소통채널 확대를 위한 ‘동반성장위원회’ 신설 등 구체적인 상생 실천 방안 실천에 나설 예정이다.

워커힐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나선 SK네트웍스는 대규모 중소·중견기업 전용관 운영 등의 상생 계획을 내놨다. 워커힐면세점 중소기업 전용관 운영과 입점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센트럴시티는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지원 가능한 원활한 의료시스템 구축, 통역 서비스 지원 및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을 상호지원하기로 협약했다.


흠집 난 경쟁자
나홀로 청정지대

현대면세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받는 결정적 이유는 심사 기준 이외의 사안에서 찾을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면세점의 경쟁자들은 알게 모르게 최순실 게이트와 엮여 있다.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씩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가 미르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서 각각 28억원, 17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돌려받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에서 204억원을 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종합화학, SK텔레콤 등이 111억원을 출연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가 1억5000만원, 이마트가 3억5000만원을 내놨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을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연결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은 단순히 기부금 출연에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와 HDC신라는 최순실 모녀의 단골 성형외과와 관련된 화장품브랜드 ‘존 제이콥스’가 면세점에 입점하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의혹이 커지자 신라면세점은 매출 부진을 이유로 이 브랜드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포기를 선언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존 제이콥스 제품을 계속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SK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면세점 사업 관련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두 기업이 면세점 사업 선정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게 아닌지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면세점 경쟁 업체들의 비도덕적 측면이 부각된다는 건 현대면세점에 호재나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5개 업체 가운데 정경유착 고리에서 자유로운 곳은 현대면세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관세청의 평가항목에 기업의 도덕성과 관련된 항목은 없다.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희석시키고자 세부심사 기준을 밝히고 선정과 함께 평가 점수를 공개하기로 정한 만큼 평가 항목 이외의 판단 기준이 더해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경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보자들에게 시내면세점 특허권 3장을 모두 배정한다는 건 관세청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도덕성 측면
변수로 작용하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심사기준으로 면세점업체들을 평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이번 이슈를 완전히 배제하고 평가를 진행하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각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결격사유가 적은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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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