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 부촌 “한강변이 대세”

과거 드라마를 보면 전화를 받는 부잣집 사모님이 ‘성북동입니다’ ‘평창동입니다’라고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꼭 들어갔다. 그만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압구정동,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1970년대부터 2000 년대까지는 압구정, 대치, 도곡동 등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명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형성
강북서 한강으로

사실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1960년대부터 1950여년 동안 부촌의 흐름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했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약간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1970년대 후반부터로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동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촌은 1960년대 한 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 한남동을 시작으로 1970년대 동부이촌동, 1970년대 후반부터 1980 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치, 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리고 최근 들어서는 한강변 인기를 바탕으로 청담, 반포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촌의 기준은 어떻게 볼까. 무조건 집값이 비싸다고 부촌으로 불리진 않는다. 부촌을 결정짓는 변수들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싼 집값에 교육·문화 등 주변 인프라, 이웃의 수준 등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국의 비버리힐스’라는 명성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단 부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대형 평형이 많고 학군이 좋은 데다 자기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촌 대표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은 대부분 165㎡(50평) 이상 대형 평형 단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마아파트로 대표되는 대치동은 재건축 호재 외에도 입시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게 매력이다.

1960년대 성북·평창동
1970년대부터는 강남권
최근엔 한강 조망지

진정한 부촌은 초기 부유층들이 몰려 집값이 급등한 뒤 점차 가격이 안정되고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 주민들이 구성된다. 잠깐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지역은 부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부촌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강, 숲, 공원 조망권 등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기본적으로 의료, 문화시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부촌의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번 부촌은 결코 영원한 부촌이 아니다. 부촌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환경, 인적 커뮤니티 등이 부촌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등 쾌적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공원, 녹지 등이 풍부한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이용이 수월하면서 공원이나 녹지 등이 풍부한 한강변과 남산 주변이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 중심지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사교육 차단 노력과 함께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가 부촌 명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단지처럼 ‘도심형 신흥 부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본 롯폰기힐즈와 같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쾌적성보다는 편의, 독창성의 생활패턴을 선호하는 부촌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흥 부촌은 한강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초고가 단지도 한강 주변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평형 많고
학군이 좋아야

한남·잠실·성수 등 한강변 일대에 초고가 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분양전환에 들어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7000만원을 넘었다. 한남더힐 전용 244㎡는 올 초 79억원에 거래되었는데 3.3㎡당 7840만원 선이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3.3㎡당 4173만원 선에 분양보증을 받아 1순위 청약에서 총 6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무려 6339명이 신청해 평균 100.6대1의 경쟁률로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대림산업이 이르면 연내에 선을 보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 인근에서 분양하는 ‘서울숲아크로빌’도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42~ 71층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를 지역의 한강 조망권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평수라도 최대 10억원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조망권에 따른 매매가격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의 대형 평형은 같은 평수라고 해도 조망권에 따라 최대 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강변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망권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신흥부촌의 ‘한강 사랑’은 “집은 남향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관도 바꾸고 있다. 강남에서 한강을 조망하려면 집 방향이 북향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향을 포기하는 대신 한강 조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래미안 로이뷰’는 같은 단지라도 북동향 아파트 가격이 남동향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한강 조망이 되는 전용 110㎡ 북동향 아파트는 16억~17억원, 남동향은 14억~1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아예 남향이 없는 아파트도 있다. 청담동 ‘청담 자이’는 총 708 가구 모두를 애초부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게 북동향으로 설계했다. 강북으로 올라가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에 위치한 한강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래미안이촌첼리투스(전용 124㎡)’. 한강이 잘 보이는 동은 20억~26억원에 거래되는 반면 뒤쪽에 있는 동은 18억원 수준에 머문다. 한강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동간 가격 차이는 최대 7억~ 8억원가량 벌어진다.

‘그들만의 리그’용산
서판교·남산 주변도
부유층 몰려 집값 급등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자산가들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이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도 ‘강변 불패’ 법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강 조망권 단지라고 해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한강 조망이 좋아도 지하철역과 한참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거나 학군이 취약하면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일부 한강 인접 단지 주민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등 편의시설이 멀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 인접한 단지는 외부 소음, 매연에 시달리는 것도 단점이다. 한강 조망이 부촌 지도도 바꾸고 있다. 대치·도곡에서 한강 인접한 압구정·삼성으로 이동 중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 부촌의 명성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일대였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관심과 함께 고급 주상복합 바람이 불면서 대치·도곡동 일대로 왕좌가 넘어갔는데, 자립형 사립고가 줄줄이 들어서고 내신이 강화되면서 ‘강남 8학군’ 매력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전통 부촌의 교육 파워가 시들해지면서 대치·도곡을 이끌었던 부촌 수요는 한강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00년대 후반 한강 조망을 1순위로 둔 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하면서 서울 부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한강 조망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강에 인접한 청담, 반포,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최고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강북의 경우 한강을 낀 한남, 이촌 등 전통 부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세다. 여기에 한강과 인접한 뚝섬이나 용산,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 하남 미사지구 등 한강변 주거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판교 지역도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판교 중에서도 운중동 일대는 재계의 오너, CEO들이 둥지를 틀면서 명실공히 신(新) 부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나 법조계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 마크맥이 설계한 알록달록한 단지 디자인이 인상적인 ‘판교 월든힐스’, 럭셔리 전원일기 분위기의 ‘산운 아펠바움’ 등이 서판교의 고급 부촌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교 테크로밸리의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심지역 아파트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독립되고 조용한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판교는 교통여건이 뛰어난 데다 용적률과 인구밀도가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상업시설과 분리돼 있어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운중초·중·고가 위치해 있고 운중도서관, 성남판교도서관 등이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서울·용인간 도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입지이다. 여기에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창조경제벨트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판교역, 판교~월곶 복선 전철 등도 계획돼 있어 서판교의 미래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강 조망권
매매가 차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집값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판교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판교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23만원으로 2012년 말 2092만원보다 11.04%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하나인 송파구(3.3㎡당 2342만원)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52만원에서 1810만원으로 9.56% 올랐다.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다는 점도 향후 집값 안정기나 상승기에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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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