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 부촌 “한강변이 대세”

과거 드라마를 보면 전화를 받는 부잣집 사모님이 ‘성북동입니다’ ‘평창동입니다’라고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꼭 들어갔다. 그만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압구정동,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1970년대부터 2000 년대까지는 압구정, 대치, 도곡동 등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명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형성
강북서 한강으로

사실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1960년대부터 1950여년 동안 부촌의 흐름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했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약간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1970년대 후반부터로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동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촌은 1960년대 한 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 한남동을 시작으로 1970년대 동부이촌동, 1970년대 후반부터 1980 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치, 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리고 최근 들어서는 한강변 인기를 바탕으로 청담, 반포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촌의 기준은 어떻게 볼까. 무조건 집값이 비싸다고 부촌으로 불리진 않는다. 부촌을 결정짓는 변수들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싼 집값에 교육·문화 등 주변 인프라, 이웃의 수준 등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국의 비버리힐스’라는 명성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단 부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대형 평형이 많고 학군이 좋은 데다 자기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촌 대표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은 대부분 165㎡(50평) 이상 대형 평형 단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마아파트로 대표되는 대치동은 재건축 호재 외에도 입시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게 매력이다.

1960년대 성북·평창동
1970년대부터는 강남권
최근엔 한강 조망지

진정한 부촌은 초기 부유층들이 몰려 집값이 급등한 뒤 점차 가격이 안정되고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 주민들이 구성된다. 잠깐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지역은 부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부촌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강, 숲, 공원 조망권 등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기본적으로 의료, 문화시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부촌의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번 부촌은 결코 영원한 부촌이 아니다. 부촌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환경, 인적 커뮤니티 등이 부촌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등 쾌적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공원, 녹지 등이 풍부한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이용이 수월하면서 공원이나 녹지 등이 풍부한 한강변과 남산 주변이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 중심지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사교육 차단 노력과 함께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가 부촌 명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단지처럼 ‘도심형 신흥 부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본 롯폰기힐즈와 같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쾌적성보다는 편의, 독창성의 생활패턴을 선호하는 부촌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흥 부촌은 한강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초고가 단지도 한강 주변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평형 많고
학군이 좋아야

한남·잠실·성수 등 한강변 일대에 초고가 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분양전환에 들어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7000만원을 넘었다. 한남더힐 전용 244㎡는 올 초 79억원에 거래되었는데 3.3㎡당 7840만원 선이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3.3㎡당 4173만원 선에 분양보증을 받아 1순위 청약에서 총 6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무려 6339명이 신청해 평균 100.6대1의 경쟁률로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대림산업이 이르면 연내에 선을 보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 인근에서 분양하는 ‘서울숲아크로빌’도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42~ 71층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를 지역의 한강 조망권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평수라도 최대 10억원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조망권에 따른 매매가격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의 대형 평형은 같은 평수라고 해도 조망권에 따라 최대 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강변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망권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신흥부촌의 ‘한강 사랑’은 “집은 남향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관도 바꾸고 있다. 강남에서 한강을 조망하려면 집 방향이 북향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향을 포기하는 대신 한강 조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래미안 로이뷰’는 같은 단지라도 북동향 아파트 가격이 남동향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한강 조망이 되는 전용 110㎡ 북동향 아파트는 16억~17억원, 남동향은 14억~1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아예 남향이 없는 아파트도 있다. 청담동 ‘청담 자이’는 총 708 가구 모두를 애초부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게 북동향으로 설계했다. 강북으로 올라가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에 위치한 한강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래미안이촌첼리투스(전용 124㎡)’. 한강이 잘 보이는 동은 20억~26억원에 거래되는 반면 뒤쪽에 있는 동은 18억원 수준에 머문다. 한강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동간 가격 차이는 최대 7억~ 8억원가량 벌어진다.

‘그들만의 리그’용산
서판교·남산 주변도
부유층 몰려 집값 급등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자산가들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이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도 ‘강변 불패’ 법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강 조망권 단지라고 해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한강 조망이 좋아도 지하철역과 한참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거나 학군이 취약하면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일부 한강 인접 단지 주민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등 편의시설이 멀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 인접한 단지는 외부 소음, 매연에 시달리는 것도 단점이다. 한강 조망이 부촌 지도도 바꾸고 있다. 대치·도곡에서 한강 인접한 압구정·삼성으로 이동 중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 부촌의 명성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일대였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관심과 함께 고급 주상복합 바람이 불면서 대치·도곡동 일대로 왕좌가 넘어갔는데, 자립형 사립고가 줄줄이 들어서고 내신이 강화되면서 ‘강남 8학군’ 매력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전통 부촌의 교육 파워가 시들해지면서 대치·도곡을 이끌었던 부촌 수요는 한강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00년대 후반 한강 조망을 1순위로 둔 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하면서 서울 부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한강 조망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강에 인접한 청담, 반포,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최고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강북의 경우 한강을 낀 한남, 이촌 등 전통 부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세다. 여기에 한강과 인접한 뚝섬이나 용산,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 하남 미사지구 등 한강변 주거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판교 지역도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판교 중에서도 운중동 일대는 재계의 오너, CEO들이 둥지를 틀면서 명실공히 신(新) 부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나 법조계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 마크맥이 설계한 알록달록한 단지 디자인이 인상적인 ‘판교 월든힐스’, 럭셔리 전원일기 분위기의 ‘산운 아펠바움’ 등이 서판교의 고급 부촌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교 테크로밸리의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심지역 아파트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독립되고 조용한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판교는 교통여건이 뛰어난 데다 용적률과 인구밀도가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상업시설과 분리돼 있어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운중초·중·고가 위치해 있고 운중도서관, 성남판교도서관 등이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서울·용인간 도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입지이다. 여기에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창조경제벨트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판교역, 판교~월곶 복선 전철 등도 계획돼 있어 서판교의 미래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강 조망권
매매가 차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집값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판교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판교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23만원으로 2012년 말 2092만원보다 11.04%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하나인 송파구(3.3㎡당 2342만원)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52만원에서 1810만원으로 9.56% 올랐다.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다는 점도 향후 집값 안정기나 상승기에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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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