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때문에…” 대한민국 집단 우울증 진단

‘나는 뭐냐’ 상대적 허탈감에 멘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4년 4월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172명 구조, 295명 사망, 9명 실종. 단원고 학생, 교사, 일반인, 선원 등 총 304명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참사로 전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혼란은 분노로 바뀌었다가 이내 집단 무기력·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세월호 트라우마’다. 그로부터 2년6개월 뒤, 국민들은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공부는 해서 뭐해요?”(고3 수험생) “코피 쏟으며 들어온 대학인데 누구는….”(대학생) “이력서 50장 썼는데 족족 떨어지고 있어요.”(취준생) “일주일에 네 번 야근, 월급은 100만원.”(중소기업 수습사원)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남는 게 없어요.”(족발집 주인) “기껏 뽑아놨더니 무당한테 나라를 맡겼다.”(70대 노인)

최씨 트라우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은 연일 언론을 달구는 보도에 경악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촛불을 든 국민들은 서울광장, 광화문 등에 모여 대통령 하야, 탄핵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한 1차 범국민 행동 집회에 2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일에는 20만명, 12일에는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00만명이 모여도 소용없을 것.”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 언론 전부 한 패.” “집회에 나오긴 했지만 변화는 없을 것.” 등 비관론이 나왔다. 지난 2014년 4월 전 국민을 집단 패닉 상태로 몰고 갔던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다시 집단 무기력 현상이 국민들 사이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질병관리본부가 아주대에 의뢰해 수행한 ‘지역사회 건강조사 기반 사회심리 및 안전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경기도 안산은 불안, 스트레스, 자살 생각 등으로 고통 받는 주민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았다.

안산 단원구(11.6%), 상록구(11.3%) 등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우울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안산 단원구 주민 4.3%, 상록구 주민 4.8%가 우울 증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해결 불가능한 거대한 구조적 모순을 목격했을 때 집단 구성원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이 투표로 빌려준 권력을 받은 대통령이 일반인과 그것을 나눠 가졌다는 점에서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게다가 최씨가 문화, 국방, 외교 등 할 것 없이 전방위로 국가 정책에 손을 뻗쳤고, 그 딸인 정유라씨가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의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일상처럼 사용되는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단어가 실제 눈앞에 현실화됐다는 점도 박탈감에 단단히 한몫을 거들었다.

지난 17일은 2016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었다. 수시로 대학에 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비교적 낮아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10여년 간 수능을 위해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학교생활의 기본인 출석일수조차 제대로 채우지 않은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고 분노했다. 또 그 과정에서 대학이 학칙을 바꾸고, 면접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낙제점을 주면서까지 정씨의 입학을 도운 사실이 밝혀져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대입 취업 사업 이념…세대별 박탈감 심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회 나와 한 목소리


학교는 정씨가 입학한 이후에도 여러 가지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 형식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맞춤법도 허술한 리포트에 교수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줬다. 명문사학으로 불렸던 이대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최경희 전 총장은 끝까지 정씨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학교 측과 대립하던 이대생들은 정씨 특혜 의혹에 분노했고 농성과 시위 끝에 최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정씨는 온라인으로 자퇴서 한 장을 낸 것으로 끝이었다.
 

또 정씨가 2014년 자신의 SNS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글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 취준생 역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10명 중 4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족이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추세가 심화됐다는 방증이다. 9급 공무원으로 3급에 오르려면 3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으로 시작해도 20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청와대 전 4급 행정관 이영선씨, 3급 행정관 윤전추씨, 2급 선임행정관 김한수씨 등은 최씨와의 인연으로 30대에 고위공무원 자리에 올랐다. 이씨는 TV조선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대통령 의상실 내부 영상에서 휴대전화를 닦아 최씨에게 두 손으로 건넨 인물이다.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씨는 영상에서 서류를 보여주거나 옷을 직접 펼쳐 보이는 등 최씨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고위공무원이 최씨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던 것이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 측근 연루 의혹이 불거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강탈 시도도 있다. 차씨 측근들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기업 대표 A씨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거절할 경우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이미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공정성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고위직과의 인맥 하나로 돈, 권력 등을 부당하게 갈취한 자들의 모습은 점차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자영업자들을 좌절케 했다.

망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는 1987년 전두환정부에 맞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던 6·10민주항쟁을 떠올리게 했다. 6월 항쟁은 전국 20∼3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고 연인원 400∼500만 이상의 국민이 참여했다.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민주화선언을 이끌어냈다.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세대는 현재 5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학생운동과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로, 최근 붕괴되는 민주주의를 보며 개탄하고 있다.

특히 50대는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다. 당시 50대의 82%가 투표했고, 그 가운데 62.5%가 박 대통령을 뽑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1월 2주차(8∼10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보면 50대의 ‘긍정’ 응답 비율은 6%에 그쳤다.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노년층이 느끼는 ‘배신감’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수치를 통해 나타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긍정 응답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18대 대선 때 노년층의 80.9%가 투표했고, 그 가운데 72.3%가 박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돌아온 건 예산 삭감, 복지 축소 등 ‘찬밥’ 대접이다. 더민주 오제세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 비경제부처 질의서 “최씨 관련 예산은 271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6%가 급증했는데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예산은 5772억원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근본적 해결 시급

이 중 노인 분야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비가 전액 미편성 됐고, 노인요양시설 확충 관련 58억원 등 396억원이 삭감됐다. 이는 과거 집회나 시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노년층이 광화문으로 나오게 된 이유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 없이 사건이 흐지부지된다면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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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