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쩌다 보니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참 나쁜 대통령"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책임총리 카드를 꺼내들며 국정 혼란 수습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역임했던 김병준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때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참 나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임 국무총리로 김 후보자를,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갑작스런 교체
‘황당한’ 황교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은 비서실 개편을 통해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전격 교체했다. 이어 이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안전처 장관 등의 후속인사를 냈다.

이번 개각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고위 참모 5명을 물러나게 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단행된 2차 인적쇄신이다.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후임 인사를 먼저 내정한 뒤 총리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간 조치다.


검찰수사 본격화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 고조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일각에선 '왕의 남자'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인물이다. 대표적인 '김병준표' 정책으로는 종합부동산제,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동반성장 전략, 고용지원서비스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친노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논의할 때 김 후보자를 유력하게 거론한 이유도 ‘친노와 거리가 있는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대표도 영입 추대를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월 제 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인대회 특별강연서 “정치권이 권력을 잡는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면서 여당엔 친박(친 박근혜), 야당엔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권력 다툼 양상을 모두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친노 출신을 왜? 박근혜 노림수 의문

대구상고-영남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한국 외대 대학원,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교수직에 올랐던 그는 노무현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등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친화력, 언변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위트 넘치는 달변과 직설화법으로 동료, 제자들을 이끄는 리더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추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서 박 대통령과 각각 면담할 때도 김 후보자를 직접 언급했던 것. 한때 사기혐의로 고발까지 하며 김 후보자를 부총리서 낙마시키는 데 앞장섰던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돌파할 카드로 김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청와대가 앞으로 김 후보자에게 어떤 권한을 얼마나 부여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서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던 만큼 위기에 몰린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게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맡기느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거국내각 추진
책임총리 구상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게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대통령 권한 분담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사실상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총리들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서 "내정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볼 때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김 후보자 내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 측은 즉각 청문회 거부 방침을 내세우며 “분노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내각 정리하라고 했더니 또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할 시간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트 넘치고
달변 리더형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마디 상의없는 개편을 했다,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뒤로한 채 인사국면으로 호도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해야 할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총리뿐 아니라 경제부총리까지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분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야하랬더니 막가자는 건가”라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박 대통령과 타협할 생각 말아야 한다. 국민과 스크럼을 짜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청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대통령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경제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을 식물 대통령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비박계 거세게 반발
청문회 낙마할 수도 있어

여권에선 친박과 비박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친박계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박계에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당 회의서 “이렇게 하면 여기서 백날 떠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권성동 의원도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면 또 다른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는 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헌법 제86조 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임 황교안 총리까지는 원내 과반 의석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소 간의 잡음은 있었지만, 일단 이 과정을 통과하면 임명에 어려움은 없었다.

4·13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 국회가 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청와대가 총리 내정자를 발표하더라도 국회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자동 낙마한다. 정치권의 현재 분위기로는 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상 야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김 후보자 임명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협의없이 개각을 발표한 것은 분명 김병준 카드 무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순실 덮으려고?
당내에서도 반발

실제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서 “대통령이 국정 공백·진공상태를 만들고 또 쪽지를 내려 보내서 총리 인사를 발표했다”며 “대통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힐난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야권과 머리를 맞대 협의를 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내 방식’대로 정국을 돌파했다”며 “그 방식이 매우 졸렬하다”고 비난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준은?]

▲1954년 3월26일 경북 고령 출생
▲대구상업고교 졸업, 영남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장
▲2002년 대통령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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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