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쩌다 보니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참 나쁜 대통령"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책임총리 카드를 꺼내들며 국정 혼란 수습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역임했던 김병준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때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참 나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임 국무총리로 김 후보자를,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갑작스런 교체
‘황당한’ 황교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은 비서실 개편을 통해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전격 교체했다. 이어 이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안전처 장관 등의 후속인사를 냈다.

이번 개각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고위 참모 5명을 물러나게 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단행된 2차 인적쇄신이다.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후임 인사를 먼저 내정한 뒤 총리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간 조치다.


검찰수사 본격화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 고조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일각에선 '왕의 남자'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인물이다. 대표적인 '김병준표' 정책으로는 종합부동산제,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동반성장 전략, 고용지원서비스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친노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논의할 때 김 후보자를 유력하게 거론한 이유도 ‘친노와 거리가 있는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대표도 영입 추대를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월 제 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인대회 특별강연서 “정치권이 권력을 잡는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면서 여당엔 친박(친 박근혜), 야당엔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권력 다툼 양상을 모두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친노 출신을 왜? 박근혜 노림수 의문

대구상고-영남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한국 외대 대학원,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교수직에 올랐던 그는 노무현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등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친화력, 언변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위트 넘치는 달변과 직설화법으로 동료, 제자들을 이끄는 리더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추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서 박 대통령과 각각 면담할 때도 김 후보자를 직접 언급했던 것. 한때 사기혐의로 고발까지 하며 김 후보자를 부총리서 낙마시키는 데 앞장섰던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돌파할 카드로 김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청와대가 앞으로 김 후보자에게 어떤 권한을 얼마나 부여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서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던 만큼 위기에 몰린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게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맡기느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거국내각 추진
책임총리 구상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게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대통령 권한 분담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사실상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총리들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서 "내정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볼 때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김 후보자 내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 측은 즉각 청문회 거부 방침을 내세우며 “분노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내각 정리하라고 했더니 또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할 시간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트 넘치고
달변 리더형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마디 상의없는 개편을 했다,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뒤로한 채 인사국면으로 호도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해야 할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총리뿐 아니라 경제부총리까지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분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야하랬더니 막가자는 건가”라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박 대통령과 타협할 생각 말아야 한다. 국민과 스크럼을 짜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청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대통령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경제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을 식물 대통령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비박계 거세게 반발
청문회 낙마할 수도 있어

여권에선 친박과 비박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친박계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박계에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당 회의서 “이렇게 하면 여기서 백날 떠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권성동 의원도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면 또 다른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는 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헌법 제86조 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임 황교안 총리까지는 원내 과반 의석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소 간의 잡음은 있었지만, 일단 이 과정을 통과하면 임명에 어려움은 없었다.

4·13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 국회가 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청와대가 총리 내정자를 발표하더라도 국회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자동 낙마한다. 정치권의 현재 분위기로는 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상 야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김 후보자 임명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협의없이 개각을 발표한 것은 분명 김병준 카드 무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순실 덮으려고?
당내에서도 반발

실제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서 “대통령이 국정 공백·진공상태를 만들고 또 쪽지를 내려 보내서 총리 인사를 발표했다”며 “대통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힐난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야권과 머리를 맞대 협의를 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내 방식’대로 정국을 돌파했다”며 “그 방식이 매우 졸렬하다”고 비난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준은?]

▲1954년 3월26일 경북 고령 출생
▲대구상업고교 졸업, 영남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장
▲2002년 대통령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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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