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잠룡들 손익계산서

계산기 두드리기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참여정부 시절 개헌론을 ‘블랙홀’이라 혹평했던 그가 임기 말 개헌을 들고 나와 그 의도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또 다시 달아오른 개헌론에 여야 잠룡들의 속셈도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2017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을 천명했다.

개헌 반대 왜?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선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개헌 요구를 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구성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청사진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새누리당의 청사진과 궤를 같이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중적 지지도와 외교에 강점이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친박 진영의 총리를 내세워 내치와 외치를 장악한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 야권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회피하려는 정권연장 음모로부터 나온 개헌”이라며 개헌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카드를 국면전환용 전략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연설발표 20분 전 국회의장실서 환담을 나눈 여야 대표에게 언질도 없이 기습 발표한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며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헌은 그야말로 국가적 아젠다”라고 말해 박 대통령 입장에 동조했다.

이 와중에 개헌을 바라보는 여야 잠룡들의 속셈은 엇갈리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의 개편을 의미한다. 만약 개헌이 된다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사실상 종식돼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개헌파가 뭉칠 계기를 제공하고 개헌 방식을 둘러싼 야권 내분을 은연 중에 조장해 친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주도의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눈 감고 개헌을 반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강조하면서도 책임총리제를 통한 권력 분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의 폐해 시정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대통령의 권력이 최대 8년까지 늘어나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고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제도에 3년의 권력을 얹혀 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유력 대권주자들이 선호하는 제도로 과거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약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개헌론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권력을 쥘 수 있는 현재의 판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아마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텐데 합의까지 이를 수 있을지, 합의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며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 체제는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는 건 양당이 나눠먹자는 것과 같다”고 말해 선거구제 개편 없는 분권형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내각제냐 중임제냐…냉담한 주자들
“의도 불순하다” 동조했다간 낭패?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9월 관훈클럽 토론회서 박 시장은 “개헌은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자치와 분권”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현재와 같은 권력집중형 구조로는 승자독식 현상서 벗어날 수 없다”며 “지자체장에게 폭넓은 결정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박 시장과 안 지사는 중앙에 집중된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들은 지자체장들과 힘을 합쳐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적으로 여권 잠룡들은 개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날”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지분을 갖고 정국 영향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권력의 중심이 되고 자유로운 이합집산이 가능해 연립정부로 수시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소수당서 총리를 흔들게 되면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론에는 찬성 입장이다. 그는 지난 24일 “권력구조 개편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며 “대선과 총선 시기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대통령 임기 정중간에 총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와 김무성 전 대표가 선호하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현 3당 체제의 의석분포가 정국 불안정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담보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의도

박 대통령이 임기말에 개헌론을 꺼내든 데에 대해 더민주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이걸 했다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며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그대로 소위 친박들이 유지해 자신의 훗날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절차는?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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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