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잠룡들 손익계산서

계산기 두드리기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참여정부 시절 개헌론을 ‘블랙홀’이라 혹평했던 그가 임기 말 개헌을 들고 나와 그 의도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또 다시 달아오른 개헌론에 여야 잠룡들의 속셈도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2017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을 천명했다.

개헌 반대 왜?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선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개헌 요구를 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구성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청사진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새누리당의 청사진과 궤를 같이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중적 지지도와 외교에 강점이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친박 진영의 총리를 내세워 내치와 외치를 장악한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 야권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회피하려는 정권연장 음모로부터 나온 개헌”이라며 개헌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카드를 국면전환용 전략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연설발표 20분 전 국회의장실서 환담을 나눈 여야 대표에게 언질도 없이 기습 발표한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며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헌은 그야말로 국가적 아젠다”라고 말해 박 대통령 입장에 동조했다.

이 와중에 개헌을 바라보는 여야 잠룡들의 속셈은 엇갈리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의 개편을 의미한다. 만약 개헌이 된다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사실상 종식돼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개헌파가 뭉칠 계기를 제공하고 개헌 방식을 둘러싼 야권 내분을 은연 중에 조장해 친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주도의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눈 감고 개헌을 반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강조하면서도 책임총리제를 통한 권력 분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의 폐해 시정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대통령의 권력이 최대 8년까지 늘어나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고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제도에 3년의 권력을 얹혀 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유력 대권주자들이 선호하는 제도로 과거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약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개헌론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권력을 쥘 수 있는 현재의 판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아마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텐데 합의까지 이를 수 있을지, 합의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며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 체제는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는 건 양당이 나눠먹자는 것과 같다”고 말해 선거구제 개편 없는 분권형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내각제냐 중임제냐…냉담한 주자들
“의도 불순하다” 동조했다간 낭패?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9월 관훈클럽 토론회서 박 시장은 “개헌은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자치와 분권”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현재와 같은 권력집중형 구조로는 승자독식 현상서 벗어날 수 없다”며 “지자체장에게 폭넓은 결정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박 시장과 안 지사는 중앙에 집중된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들은 지자체장들과 힘을 합쳐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적으로 여권 잠룡들은 개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날”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지분을 갖고 정국 영향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권력의 중심이 되고 자유로운 이합집산이 가능해 연립정부로 수시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소수당서 총리를 흔들게 되면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론에는 찬성 입장이다. 그는 지난 24일 “권력구조 개편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며 “대선과 총선 시기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대통령 임기 정중간에 총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와 김무성 전 대표가 선호하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현 3당 체제의 의석분포가 정국 불안정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담보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의도

박 대통령이 임기말에 개헌론을 꺼내든 데에 대해 더민주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이걸 했다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며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그대로 소위 친박들이 유지해 자신의 훗날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절차는?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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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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