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박근혜 4가지 노림수

그렇게 안 된다더니…"궁하긴 궁했나 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국회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순실 사태를 덮기 위한 이슈몰이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카드를 꺼내든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종편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 중심의 개헌안 발의를 기획했던 박근혜정부는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해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당초 정치권 인사 중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선언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개헌을 하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서도 결국 개헌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면전환용]
최순실 지키려

여러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앞서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랬던 그가 개헌카드를 먼저 꺼내들면서 정치권에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졌다. 일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중론은 박 대통령이 잇따라 불거진 의혹들을 묻고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설 직후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통령의 개헌 선언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면 전환은 성공하는 듯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언 직후 “대한민국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선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정한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국면전환용’ 개헌 카드라는 의혹에 대해 “국회 내에서 개헌이라는 게 방향이 뻔한 것 아니냐”며 “이렇게 저렇게 시비할 게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해당 연설을 명백한 국면전환용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과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10여년의 세월 동안 개헌에 반대해왔던 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견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이 국면을 모면하려고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면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다. 이러한 시기에 개헌론을 제안하는 것을 보면 따라갈 수 없다”고 비꼬았다.

더민주 측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고 개헌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왔고) 임기 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시기에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왔다”며 “이젠 거꾸로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재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역풍을 맞은 상태다. JTBC를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씨가 사전에 열람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개헌동력이 한순간에 꺼지는 순간이다.

더민주 측은 즉시 박 대통령의 직접 소명이 없다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서 “만약 박 대통령이 일개 비서관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면 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주자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박 대통령의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탈당’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치적쌓기용]
“정부가 주도”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대국민사과를 한 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꺼내든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치적쌓기용으로 개헌을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었나하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청와대의 발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직후 청와대는 정부에 개헌기구를 창설해 세부안을 곧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박근혜정부가 주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단순히 국면전환용이었다면 정치권서 개헌을 주도하며 서로 담론을 주고받는 게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부 주도의 개헌을 발표함으로써 치적쌓기용이란 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서 개헌이 공약사항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쇄신공약 발표 기자회견서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자기 꺼내든 개헌, 무슨 꿍꿍이?
야권 “최순실 덮으려” 한 목소리

당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주력 공약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이 창조경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야권서 제기되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지목되면서 공약의 명분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급히 핵심공약을 개헌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련의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온 현 시점에선 정부 주도가 아닌 정치권 주도의 개헌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개헌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끝까지 레임덕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청와대의 복안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여권과 야권에서 구상하는 개헌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선 주자별로 방법론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하나의 개헌안으로 묶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정치권 내에서 우세하다. 만약 개헌 논의가 진척이 없을 경우 바통이 박 대통령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후임물색용]
반, 낙장불입

후임물색용 개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누구를 대권에 앉힐지 고민한 결과가 개헌이라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유력한 대권주자가 일찌감치 부상했던 지난 대선과는 달리 차기 대선은 무주공산에 가깝다.

집권당 실세인 친박계조차 대선주자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박 대통령이 한 명의 대선주자를 위한 정치판을 짜겠단 결론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박 대통령 입장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잡은 측에서 여지없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김영삼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명박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바 있다. 박근혜정권 또한 최근 롯데기업 수사에 들어가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 몸담으며 그러한 움직임을 줄곧 지켜봤던 박 대통령인 만큼 권력을 넘겨줄 적임자를 찾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헌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판을 만들어 놓겠다는 의중이 이번 개헌 발표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노림수가 담긴 대권 플랜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계 반기문과 같은 배
반 문재인 전선 구축될까


최씨와 연루된 잇단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내에서 위기감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헌카드를 꺼내든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설문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의 혐의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측근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퇴임 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일찍이 처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연설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박근혜정부에선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정유라, 2위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곧 감옥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후임 대통령 물색이 중요해졌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치 조직과 세가 부족한 반 총장을 친박계가 전폭 지원함으로써 반 총장과 운명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반 총장이 당선된 후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암시한 적 있다. 이에 실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게 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 고립용]
타깃은 결국 문?

개헌카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4년 중임제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대통령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즉 이번 개헌의 방점은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문재인 고립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 후임 물색의 연장선에 있다. 즉 개헌으로 반 총장을 위한 선거 시스템을 짜는 동시에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판을 만들겠단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4년 중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전향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힘을 받고 있다.

비주류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다. 앞서 홍문종 의원 또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 바 있다. 헌법학자이자 친박계인 정종섭 의원이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만약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비주류들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접점을 찾을 경우 ‘반(反) 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사태로 인해 개헌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야권은 ‘선 진상규명, 후 개헌’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즉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정면돌파해야만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개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개월 남은’ 박근혜 개헌 플랜
4월? 9월? 언제든 대선 영향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나선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개헌안 발의 시점부터 60일 이내 국회 표결이 진행, 그로부터 30일 내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4월 또는 12월에 국민투표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4월 개헌이 빠르다는 지적이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 있었던 지난 1987년 개헌의 경우 그해 6월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개헌 선언이 있었고, 4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29일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통상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 개헌안 발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월 투표의 경우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여야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내년 9월경에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대선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라는 점에서 12월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시점이든 내년 초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와 겹친다. 과연 개헌카드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늦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기사 속 기사> 가토의 폭로

“검찰이 최순실 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타츠야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이번엔 최순실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 기고를 통해 “(세월호 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한국 검찰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대한 것을 끈질기게 물었다”며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의혹’으로 박 대통령 정치생명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의 관계야말로 숨겨야 하는 일이며 박 정권 최대의 금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질문한 내용과 이유에 대해서는 기고문에서 밝히지 않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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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