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박근혜 4가지 노림수

그렇게 안 된다더니…"궁하긴 궁했나 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국회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순실 사태를 덮기 위한 이슈몰이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카드를 꺼내든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종편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 중심의 개헌안 발의를 기획했던 박근혜정부는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해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당초 정치권 인사 중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선언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개헌을 하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서도 결국 개헌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면전환용]
최순실 지키려

여러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앞서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랬던 그가 개헌카드를 먼저 꺼내들면서 정치권에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졌다. 일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중론은 박 대통령이 잇따라 불거진 의혹들을 묻고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설 직후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통령의 개헌 선언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면 전환은 성공하는 듯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언 직후 “대한민국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선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정한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국면전환용’ 개헌 카드라는 의혹에 대해 “국회 내에서 개헌이라는 게 방향이 뻔한 것 아니냐”며 “이렇게 저렇게 시비할 게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해당 연설을 명백한 국면전환용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과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10여년의 세월 동안 개헌에 반대해왔던 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견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이 국면을 모면하려고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면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다. 이러한 시기에 개헌론을 제안하는 것을 보면 따라갈 수 없다”고 비꼬았다.

더민주 측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고 개헌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왔고) 임기 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시기에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왔다”며 “이젠 거꾸로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재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역풍을 맞은 상태다. JTBC를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씨가 사전에 열람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개헌동력이 한순간에 꺼지는 순간이다.

더민주 측은 즉시 박 대통령의 직접 소명이 없다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서 “만약 박 대통령이 일개 비서관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면 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주자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박 대통령의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탈당’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치적쌓기용]
“정부가 주도”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대국민사과를 한 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꺼내든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치적쌓기용으로 개헌을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었나하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청와대의 발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직후 청와대는 정부에 개헌기구를 창설해 세부안을 곧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박근혜정부가 주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단순히 국면전환용이었다면 정치권서 개헌을 주도하며 서로 담론을 주고받는 게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부 주도의 개헌을 발표함으로써 치적쌓기용이란 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서 개헌이 공약사항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쇄신공약 발표 기자회견서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자기 꺼내든 개헌, 무슨 꿍꿍이?
야권 “최순실 덮으려” 한 목소리

당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주력 공약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이 창조경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야권서 제기되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지목되면서 공약의 명분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급히 핵심공약을 개헌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련의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온 현 시점에선 정부 주도가 아닌 정치권 주도의 개헌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개헌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끝까지 레임덕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청와대의 복안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여권과 야권에서 구상하는 개헌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선 주자별로 방법론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하나의 개헌안으로 묶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정치권 내에서 우세하다. 만약 개헌 논의가 진척이 없을 경우 바통이 박 대통령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후임물색용]
반, 낙장불입

후임물색용 개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누구를 대권에 앉힐지 고민한 결과가 개헌이라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유력한 대권주자가 일찌감치 부상했던 지난 대선과는 달리 차기 대선은 무주공산에 가깝다.

집권당 실세인 친박계조차 대선주자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박 대통령이 한 명의 대선주자를 위한 정치판을 짜겠단 결론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박 대통령 입장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잡은 측에서 여지없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김영삼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명박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바 있다. 박근혜정권 또한 최근 롯데기업 수사에 들어가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 몸담으며 그러한 움직임을 줄곧 지켜봤던 박 대통령인 만큼 권력을 넘겨줄 적임자를 찾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헌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판을 만들어 놓겠다는 의중이 이번 개헌 발표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노림수가 담긴 대권 플랜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계 반기문과 같은 배
반 문재인 전선 구축될까


최씨와 연루된 잇단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내에서 위기감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헌카드를 꺼내든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설문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의 혐의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측근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퇴임 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일찍이 처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연설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박근혜정부에선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정유라, 2위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곧 감옥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후임 대통령 물색이 중요해졌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치 조직과 세가 부족한 반 총장을 친박계가 전폭 지원함으로써 반 총장과 운명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반 총장이 당선된 후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암시한 적 있다. 이에 실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게 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 고립용]
타깃은 결국 문?

개헌카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4년 중임제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대통령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즉 이번 개헌의 방점은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문재인 고립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 후임 물색의 연장선에 있다. 즉 개헌으로 반 총장을 위한 선거 시스템을 짜는 동시에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판을 만들겠단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4년 중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전향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힘을 받고 있다.

비주류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다. 앞서 홍문종 의원 또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 바 있다. 헌법학자이자 친박계인 정종섭 의원이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만약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비주류들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접점을 찾을 경우 ‘반(反) 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사태로 인해 개헌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야권은 ‘선 진상규명, 후 개헌’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즉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정면돌파해야만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개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개월 남은’ 박근혜 개헌 플랜
4월? 9월? 언제든 대선 영향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나선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개헌안 발의 시점부터 60일 이내 국회 표결이 진행, 그로부터 30일 내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4월 또는 12월에 국민투표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4월 개헌이 빠르다는 지적이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 있었던 지난 1987년 개헌의 경우 그해 6월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개헌 선언이 있었고, 4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29일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통상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 개헌안 발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월 투표의 경우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여야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내년 9월경에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대선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라는 점에서 12월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시점이든 내년 초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와 겹친다. 과연 개헌카드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늦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기사 속 기사> 가토의 폭로

“검찰이 최순실 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타츠야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이번엔 최순실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 기고를 통해 “(세월호 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한국 검찰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대한 것을 끈질기게 물었다”며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의혹’으로 박 대통령 정치생명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의 관계야말로 숨겨야 하는 일이며 박 정권 최대의 금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질문한 내용과 이유에 대해서는 기고문에서 밝히지 않았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