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박근혜 4가지 노림수

그렇게 안 된다더니…"궁하긴 궁했나 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국회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순실 사태를 덮기 위한 이슈몰이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카드를 꺼내든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종편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 중심의 개헌안 발의를 기획했던 박근혜정부는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해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당초 정치권 인사 중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선언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개헌을 하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서도 결국 개헌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면전환용]
최순실 지키려

여러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앞서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랬던 그가 개헌카드를 먼저 꺼내들면서 정치권에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졌다. 일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중론은 박 대통령이 잇따라 불거진 의혹들을 묻고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설 직후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통령의 개헌 선언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면 전환은 성공하는 듯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언 직후 “대한민국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선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정한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국면전환용’ 개헌 카드라는 의혹에 대해 “국회 내에서 개헌이라는 게 방향이 뻔한 것 아니냐”며 “이렇게 저렇게 시비할 게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해당 연설을 명백한 국면전환용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과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10여년의 세월 동안 개헌에 반대해왔던 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견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이 국면을 모면하려고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면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다. 이러한 시기에 개헌론을 제안하는 것을 보면 따라갈 수 없다”고 비꼬았다.

더민주 측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고 개헌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왔고) 임기 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시기에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왔다”며 “이젠 거꾸로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재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역풍을 맞은 상태다. JTBC를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씨가 사전에 열람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개헌동력이 한순간에 꺼지는 순간이다.

더민주 측은 즉시 박 대통령의 직접 소명이 없다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서 “만약 박 대통령이 일개 비서관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면 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주자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박 대통령의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탈당’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치적쌓기용]
“정부가 주도”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대국민사과를 한 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꺼내든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치적쌓기용으로 개헌을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었나하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청와대의 발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직후 청와대는 정부에 개헌기구를 창설해 세부안을 곧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박근혜정부가 주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단순히 국면전환용이었다면 정치권서 개헌을 주도하며 서로 담론을 주고받는 게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부 주도의 개헌을 발표함으로써 치적쌓기용이란 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서 개헌이 공약사항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쇄신공약 발표 기자회견서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자기 꺼내든 개헌, 무슨 꿍꿍이?
야권 “최순실 덮으려” 한 목소리

당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주력 공약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이 창조경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야권서 제기되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지목되면서 공약의 명분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급히 핵심공약을 개헌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련의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온 현 시점에선 정부 주도가 아닌 정치권 주도의 개헌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개헌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끝까지 레임덕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청와대의 복안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여권과 야권에서 구상하는 개헌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선 주자별로 방법론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하나의 개헌안으로 묶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정치권 내에서 우세하다. 만약 개헌 논의가 진척이 없을 경우 바통이 박 대통령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후임물색용]
반, 낙장불입

후임물색용 개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누구를 대권에 앉힐지 고민한 결과가 개헌이라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유력한 대권주자가 일찌감치 부상했던 지난 대선과는 달리 차기 대선은 무주공산에 가깝다.

집권당 실세인 친박계조차 대선주자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박 대통령이 한 명의 대선주자를 위한 정치판을 짜겠단 결론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박 대통령 입장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잡은 측에서 여지없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김영삼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명박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바 있다. 박근혜정권 또한 최근 롯데기업 수사에 들어가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 몸담으며 그러한 움직임을 줄곧 지켜봤던 박 대통령인 만큼 권력을 넘겨줄 적임자를 찾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헌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판을 만들어 놓겠다는 의중이 이번 개헌 발표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노림수가 담긴 대권 플랜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계 반기문과 같은 배
반 문재인 전선 구축될까


최씨와 연루된 잇단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내에서 위기감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헌카드를 꺼내든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설문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의 혐의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측근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퇴임 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일찍이 처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연설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박근혜정부에선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정유라, 2위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곧 감옥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후임 대통령 물색이 중요해졌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치 조직과 세가 부족한 반 총장을 친박계가 전폭 지원함으로써 반 총장과 운명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반 총장이 당선된 후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암시한 적 있다. 이에 실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게 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 고립용]
타깃은 결국 문?

개헌카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4년 중임제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대통령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즉 이번 개헌의 방점은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문재인 고립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 후임 물색의 연장선에 있다. 즉 개헌으로 반 총장을 위한 선거 시스템을 짜는 동시에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판을 만들겠단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4년 중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전향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힘을 받고 있다.

비주류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다. 앞서 홍문종 의원 또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 바 있다. 헌법학자이자 친박계인 정종섭 의원이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만약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비주류들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접점을 찾을 경우 ‘반(反) 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사태로 인해 개헌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야권은 ‘선 진상규명, 후 개헌’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즉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정면돌파해야만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개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개월 남은’ 박근혜 개헌 플랜
4월? 9월? 언제든 대선 영향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나선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개헌안 발의 시점부터 60일 이내 국회 표결이 진행, 그로부터 30일 내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4월 또는 12월에 국민투표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4월 개헌이 빠르다는 지적이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 있었던 지난 1987년 개헌의 경우 그해 6월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개헌 선언이 있었고, 4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29일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통상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 개헌안 발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월 투표의 경우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여야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내년 9월경에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대선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라는 점에서 12월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시점이든 내년 초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와 겹친다. 과연 개헌카드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늦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기사 속 기사> 가토의 폭로

“검찰이 최순실 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타츠야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이번엔 최순실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 기고를 통해 “(세월호 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한국 검찰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대한 것을 끈질기게 물었다”며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의혹’으로 박 대통령 정치생명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의 관계야말로 숨겨야 하는 일이며 박 정권 최대의 금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질문한 내용과 이유에 대해서는 기고문에서 밝히지 않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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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