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카드> 박근혜 4가지 노림수

그렇게 안 된다더니…"궁하긴 궁했나 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국회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순실 사태를 덮기 위한 이슈몰이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카드를 꺼내든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종편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 중심의 개헌안 발의를 기획했던 박근혜정부는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해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당초 정치권 인사 중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먼저 개헌을 선언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개헌을 하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서도 결국 개헌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면전환용]
최순실 지키려

여러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앞서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랬던 그가 개헌카드를 먼저 꺼내들면서 정치권에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졌다. 일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중론은 박 대통령이 잇따라 불거진 의혹들을 묻고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설 직후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통령의 개헌 선언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면 전환은 성공하는 듯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언 직후 “대한민국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선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정한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국면전환용’ 개헌 카드라는 의혹에 대해 “국회 내에서 개헌이라는 게 방향이 뻔한 것 아니냐”며 “이렇게 저렇게 시비할 게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해당 연설을 명백한 국면전환용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과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10여년의 세월 동안 개헌에 반대해왔던 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견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이 국면을 모면하려고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면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다. 이러한 시기에 개헌론을 제안하는 것을 보면 따라갈 수 없다”고 비꼬았다.

더민주 측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를 덮으려고 개헌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왔고) 임기 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지금 시기에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왔다”며 “이젠 거꾸로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재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역풍을 맞은 상태다. JTBC를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씨가 사전에 열람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개헌동력이 한순간에 꺼지는 순간이다.

더민주 측은 즉시 박 대통령의 직접 소명이 없다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서 “만약 박 대통령이 일개 비서관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면 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주자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박 대통령의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탈당’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치적쌓기용]
“정부가 주도”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대국민사과를 한 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꺼내든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치적쌓기용으로 개헌을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었나하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청와대의 발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직후 청와대는 정부에 개헌기구를 창설해 세부안을 곧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박근혜정부가 주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단순히 국면전환용이었다면 정치권서 개헌을 주도하며 서로 담론을 주고받는 게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부 주도의 개헌을 발표함으로써 치적쌓기용이란 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서 개헌이 공약사항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쇄신공약 발표 기자회견서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자기 꺼내든 개헌, 무슨 꿍꿍이?
야권 “최순실 덮으려” 한 목소리

당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주력 공약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이 창조경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야권서 제기되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지목되면서 공약의 명분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급히 핵심공약을 개헌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련의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온 현 시점에선 정부 주도가 아닌 정치권 주도의 개헌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개헌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끝까지 레임덕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청와대의 복안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여권과 야권에서 구상하는 개헌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선 주자별로 방법론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하나의 개헌안으로 묶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정치권 내에서 우세하다. 만약 개헌 논의가 진척이 없을 경우 바통이 박 대통령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후임물색용]
반, 낙장불입

후임물색용 개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누구를 대권에 앉힐지 고민한 결과가 개헌이라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유력한 대권주자가 일찌감치 부상했던 지난 대선과는 달리 차기 대선은 무주공산에 가깝다.

집권당 실세인 친박계조차 대선주자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박 대통령이 한 명의 대선주자를 위한 정치판을 짜겠단 결론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박 대통령 입장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잡은 측에서 여지없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김영삼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명박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바 있다. 박근혜정권 또한 최근 롯데기업 수사에 들어가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 몸담으며 그러한 움직임을 줄곧 지켜봤던 박 대통령인 만큼 권력을 넘겨줄 적임자를 찾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헌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판을 만들어 놓겠다는 의중이 이번 개헌 발표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노림수가 담긴 대권 플랜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계 반기문과 같은 배
반 문재인 전선 구축될까


최씨와 연루된 잇단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내에서 위기감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헌카드를 꺼내든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설문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의 혐의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측근을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퇴임 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일찍이 처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연설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박근혜정부에선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정유라, 2위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곧 감옥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후임 대통령 물색이 중요해졌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치 조직과 세가 부족한 반 총장을 친박계가 전폭 지원함으로써 반 총장과 운명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반 총장이 당선된 후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암시한 적 있다. 이에 실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게 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 고립용]
타깃은 결국 문?

개헌카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서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4년 중임제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대통령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즉 이번 개헌의 방점은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문재인 고립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 후임 물색의 연장선에 있다. 즉 개헌으로 반 총장을 위한 선거 시스템을 짜는 동시에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판을 만들겠단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4년 중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전향적인 권력구조 개편이 힘을 받고 있다.

비주류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다. 앞서 홍문종 의원 또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 바 있다. 헌법학자이자 친박계인 정종섭 의원이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만약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비주류들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접점을 찾을 경우 ‘반(反) 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사태로 인해 개헌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야권은 ‘선 진상규명, 후 개헌’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즉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정면돌파해야만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개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개월 남은’ 박근혜 개헌 플랜
4월? 9월? 언제든 대선 영향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나선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개헌안 발의 시점부터 60일 이내 국회 표결이 진행, 그로부터 30일 내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4월 또는 12월에 국민투표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4월 개헌이 빠르다는 지적이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 있었던 지난 1987년 개헌의 경우 그해 6월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개헌 선언이 있었고, 4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29일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통상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 개헌안 발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월 투표의 경우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여야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내년 9월경에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대선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라는 점에서 12월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시점이든 내년 초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와 겹친다. 과연 개헌카드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늦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기사 속 기사> 가토의 폭로

“검찰이 최순실 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타츠야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이번엔 최순실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 기고를 통해 “(세월호 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한국 검찰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대한 것을 끈질기게 물었다”며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의혹’으로 박 대통령 정치생명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의 관계야말로 숨겨야 하는 일이며 박 정권 최대의 금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질문한 내용과 이유에 대해서는 기고문에서 밝히지 않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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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