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스포츠 대통령’ 이기흥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장

600만 체육인 대표 ‘자격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래 초대 회장을 뽑는 선거가 열렸다. 이번 선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2020도쿄올림픽 등 큰 대회를 지휘할 수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큰 관심이 쏠렸다. 다섯 명의 후보가 나선 선거 결과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승리. 이 신임 회장은 오는 20212월까지 통합 대한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당선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산적해 있는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린 이 회장의 상황을 살펴봤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지난 5일 초대 회장 선거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열린 이번 선거에는 장정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기호순) 등 다섯 명의 후보가 나섰다.

30% 지지 당선
분산표 덕 봤다

이기흥 신임 회장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 892명 가운데 294표를 획득, 장정수(25), 이에리사(171), 장호성(213), 전병관(189)을 제치고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당선 직후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통합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등을 역점으로 두고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 투표로 치러졌던 과거와 달리 체육단체 임원과 선수·지도자·동호인 등 체육인 및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통합 대한체육회장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과 엘리트 및 생활체육을 포함, 600만명의 체육인들을 관리해야 한다.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임과 동시에 스포츠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워가 있는 자리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선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단체 통합 과정서 불거진 정부와의 갈등, 과거 6년간 이끌었던 수영연맹 비리 책임론 등 널려 있는 암초를 헤쳐 나가야 한다.

체육계 예산 지원·재정 확보 관건
문체부 반대파…향후 정부와 관계는?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하기까지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의 통합 과정은 수많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33일 체육회와 국체회를 통합체육회로 합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전문 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국체회를 하나의 단체로 통합해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체육회와 국체회 통합 문제는 체육계의 오랜 현안이기도 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 두 단체의 통합을 위한 통합준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라 올해 327일까지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통합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던 문체부는 체육회와 갈등을 빚었다. 체육회는 규모나 예산 등에서 국체회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통합 후 두 단체에 똑같은 권리를 주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은 지난 2월, 통합 대한체육회 발기인 총회가 체육회의 반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무산됐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체육회는 통합 대한체육회 정관 등을 문제삼아 불참을 선언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의 불참에도 1차 발기인 대회를 강행했다. 당시 발기인 대회는 통합준비위원 11명 중 6명만 참석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발기인 대회 파행을 두고 문체부와 체육부는 서로 책임론을 주장하며 맞붙었다. 이 과정서 당시 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회장이 문체부와 각을 세웠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서 문체부가 지금껏 해왔던 방식처럼 강압적,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 입지를 축소하고 왜소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문체부의 행보를 꼬집은 바 있다.

 

정관 문제로 진통을 겪던 통합 과정은 지난 37일 발기인 대회에 11명의 위원이 전원 참석해 새 정관 채택, 체육회 김정행 회장과 국체회 강영중 회장을 공동 회장으로 하는 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하면서 간신히 봉합됐다.

우여곡절 끝에 체육회와 국체회는 지난 321일 법적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됐다. 두 단체의 통합으로 1991년 국체회 창립 이후 분리됐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다시 한지붕 아래 놓이게 됐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지난 48일 출범식을 진행하면서 대통합을 이뤘지만 물밑에선 체육회와 국체회의 내분이 상당했다. 또 지난 5일 있었던 선거 때문에 8월에 열렸던 리우올림픽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여자배구대표팀이 네덜란드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후 배구협회의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당시 배구협회는 올림픽 기간 중 협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대표팀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배구협회는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일정에 따라 812일까지 협회장 선거를 마쳐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곡절을 넘어 통합 대한체육회 수장 자리에 오른 상황이다. 당장 통합 과정서 생긴 두 단체의 내분과 문체부와의 갈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출마했을 때부터 반문체부 인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문체부로서는 통합 과정서 사사건건 체육회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이 회장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할 뻔했다.

통합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종목 회장의 자격 상실 여부 조항을 개정해 한 달간 소급이라는 항목을 넣었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 319일 수영연맹 회장직서 사퇴했지만 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일은 325일로 소급적용 되는 한 달 이내에 있기 때문에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변, 차악…
반응 속출

이 회장은 통합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미 발생한 후보자 사임 효력을 소급적으로 제한하고 그 결과 후보자 자격까지 소급적으로 박탈하는 규정은 회장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문체부가 회장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서 터져나왔다. 지난 4일 교문위 국감서 국민의당 유성엽 위원장은 문체부서 내일(5) 있을 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며 관건선거 의혹을 꺼냈다.

문제는 이를 해명해야 하는 문체부 심동섭 체육국장이 병가를 받아 국감에 배석하지 않은 점이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체부서 이 후보만 (회장이) 안 되면 된다는 말이 돈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였다.

이 회장은 문체부와 갈등에 대해 “(문체부와) 총론에선 같은 의견인데 각론에서 이견이 있었다이견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부족한 부분을 갖추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겠다고 했다.


수영연맹 비리
리더십? 글쎄∼

20101월부터 6년간 수장으로 있었던 수영연맹이 비리로 얼룩져 관리단체로 지정된 것도 이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수영연맹 내부 비리 등 각종 구설수로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수영연맹은 전무이사를 비롯한 임원, 시도연맹 지도자들이 횡령 및 금품 상납, 선수 선발 비리 등의 의혹으로 비리 종합세트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수영연맹 비리 사태는 이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 이후 내내 발목을 잡았고 당선 이후에도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난 2월 수영연맹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문체부에 반기를 든 이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조사 결과 드러난 수영연맹의 비리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26일, 문체부는 산하단체인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에 신고된 스포츠 비리 사례를 분석해 <스포츠 비리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2014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센터에 신고된 580건의 스포츠 비리 사례 가운데 조직 사유화비리가 205(35.3%)으로 가장 많았다. 사례집에서 장기 집권을 통한 조직사유화 사례로 들고 있는 건 수영연맹의 상황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수영연맹 임원들은 10년 넘게 간부로 재직하면서 국가대표 선발, 연맹 임원 선임 등에 개입했고, 그 과정서 뒷돈을 받았다. 허위 훈련계획서를 통한 공금 횡령 과정서 회계 장부에 잘못된 날짜를 기입했지만 적발되지 않았다.

용광로론 주장하지만
갈등 풀기 쉽지 않아

실제 수영연맹 내부 간부들은 이중 계약서 등에 ‘333일 송금’ ‘20012이라고 기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금만 살펴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문제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학연, 지연 등 특정 인맥의 장기 집권으로 수영연맹 내부의 통제와 감사 기능이 마비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대표 선발을 포함해 임원, 감독 선임과 관련, 명확한 세부기준과 법령조차 없었던 점도 임원들의 뒷돈 거래를 도왔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선수들의 훈련비, 복지, 처우 개선 등에 사용돼야 할 국민 세금이 수영계 일부 지도자들의 부정한 뒷돈으로 거래되면서 선수들이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일부 지도자들의 전횡에 당황스럽다.” “선생님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등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의 철퇴를 내렸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서 뒷돈을 받거나 훈련비 등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수영연맹 임원들은 1심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달 2일 수영연맹 전 전무이사 정모씨에게 징역 3, 추징금 43900만원을 선고했다. 수영연맹 전 시설이사 이모씨에게도 징역 3년과 추징금 42950만원을 선고했다. 각각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선수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수영계 전체의 신뢰를 손상했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또 이씨에 대해선 선수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훈련비를 카지노서 도박을 하는 데 사용하거나 자신의 생활비로 유용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수영연맹 내부 임원들의 비리 현황을 본 한 체육인은 수영연맹은 마피아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로 전 국가대표 선수가 영구제명되는 일도 있었다.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전 경영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영구제명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20136월쯤 충북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8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탈의실 몰카 파문으로 안중택 대표팀 감독은 선수 관리 소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수영연맹 내부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비리, 성추문 등이 발각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회장에게 책임론이 쏠렸다. 이 회장이 비리에 관련된 정황이나 개인 비리 등이 없다 해도 6년이나 수영연맹을 이끈 수장으로서 내부 단속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갈등
못 피할 듯

1955년 대전서 태어난 이 회장은 체육인 출신은 아니지만 2000년 근대5종 경기 연맹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대한카누연맹 회장직을,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직을 수행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 때 한국선수단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올해까지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체육계 안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체육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통합 대한체육회장 당선을 두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현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막기 위해 반 정부 인사로 분류된 강성이 회장을 밀었다는 것.

이 회장은 체육계서 굵직한 요직을 맡으며 입지를 다져왔지만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정부와도 껄끄럽고 비리 문제서도 자유롭지 않은 이 회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체육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재정 자립,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 등 구체적인 공약이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면서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장호성, 이에리사, 전병관 후보가 친 정부 인사로 분류되면서 표가 분산된 것도 호재였다.

일단 이 회장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추스려야 할 때다. 집으로 치면 여기저기 어수선한 분위기다이를 수습해 우선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작은 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될 부분이 많았지만 체육인들은 이 회장을 선택했다. 이 회장이 투표 전 소견 연설서 일자리가 체육인들에게 최고의 복지라며 체육인들에게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는 단언이 달콤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이 회장의 당선은 체육계 안팎에서 이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결과다. 이 회장은 앞으로 4년간 체육인들의 지지에 답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여전히 위험요소를 잔뜩 품은 이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검증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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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