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이대로 한국경제도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진해운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회생 여부를 놓고 한진그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채권단이 추가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양상이다.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청산 수순이 예고된 상태. 한진해운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벌써부터 연쇄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진해운 주채권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장일치 결정
자금줄 말랐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1조원 이상 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평가했다.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부족한 자금 규모는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간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에 부족자금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일부 자금만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에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의 제시안에 대해 수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앞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해왔다. 한진그룹은 국내 해운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5일 최대 주주(지분률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부족자금이 발생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없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추가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내세워 자율협약을 추진해 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한진해운이 내놓은 5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 본부장은 “4000억원을 지원한 뒤 유상증자가 끝나고 부족할 경우 1000억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600억원이라고 밝힌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역시 담보 등으로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 추가지원 중단 ‘초강수’
법원 기업회생개시…청산 수순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방침이 정해진 이튿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냈고 법원은 하루만에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만약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들이면 한진해운은 부채를 조정 받고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법원은 청산보다는 회생 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각종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업계에선 청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식을 타진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이점만 흡수하겠다는 심산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점검 및 대응계획을 통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이 밝힌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은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이미 핵심 자신을 한진그룹 계열사 등에 처분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평택 콘테이너 터미널 지분과 부산신항만 지분 등 국내 핵심자산은 물론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과 베트남 틴깡가이멥 터미널 지분 등을 매각했다. 보유 선박 등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상거래 채권 채무자 등이 회수해 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남은 것은 항만과 항로 운영권 등에 불과하다.

사실상 부도?
공중분해 위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해운업 전반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1위 국적선사인 만큼 당장 수출물량 수송에 차질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질 거란 계산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출 물량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파산하면 미주 0.3∼1.0%, 구주 0.8∼1.6% 등 수출가격이 상승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선주협회는 17조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동시에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시에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된다. 해운선사는 화물을 연결해주는 알선업체, 육상운송업체, 급유업체, 선용품업체, 도선사, 항운노조 등 수많은 업종과 연관돼 있다. 당장 해운이나 항만, 화물차 관련 일자리만 23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다. 개인투자자가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한 만큼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와 함께 기존의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담보가 없는 회사채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조1891억원이다. 이 가운데 공모사채가 4210억원을 차지하고 사모사채가 7681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해운 대리점과 선박용품 공급업 등 협력업체에 대한 매입이 채무(637억원) 중 상당 부분 피해가 예상된다”며 “특별 대응반과 지역 현장반을 통해 밀착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실로 다가온
연쇄 피해 우려

회사채 투자자 가운데 개인 비중이 적고 기관 투자가도 분산돼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1조2000억원의 회사채 중 개인 투자자의 보유액은 8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은행권에 번질 파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신용공여액이 1조원에 달하지만 채권단 대다수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둔 상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예상외로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수다. 현재 해운업이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불황인 데다, 새롭게 출범할 해운 동맹에서 한진해운 퇴출 후 노선을 재정비할 것이기에 해운업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물량은 대부분 해외 물량이라 이는 다른 머스크 등 해외 선사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국내 물량 역시 현대상선에서 흡수가 가능해 중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손실·조선업 피폐·실업 ‘3중고’
‘모럴헤저드’ 오너 일가에 비난 봇물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위기로 몰아 넣은 총수 일가와 채권단, 감독기관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이듬해인 2006년에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받아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1차 유동성 위기 때 제대로 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채권단을 설득할 기회를 잃었다. 2014년 조 회장에게 회사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긴 이후 현재는 한진해운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한진해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최 전 회장의 일가가 소유한 재산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약 19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자구책 마련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한진해운에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한진해운의 잔여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매도한 한진해운 주식은 소액 주주들이 매수했으며 오너가의 손실은 순수한 개미들이 대신 떠안았다.

어쩌다 이지경
누구의 책임?

채권단과 정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다. 한진해운의 주채권단은 지난 5월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해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을 진행한 한진해운의 노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선업에 10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을 투입하면서 해운업에만 자체적인 해결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즉, 경영진과 채권단, 정부의 ‘등 떠밀기’식 대응이 이뤄지는 사이에 한진해운이 걷잡을 수 없이 표류했다는 주장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진해운의 굴곡진 40년

1977년 5월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선사로 설립된 한진해운은 국내 해운업의 산 증인이다. 1978년 중동항로에 이어 이듬해 북미서안 항로와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를 썼다. 1988년 대한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종합해운사로 변모했고 1994년에는 컨테이너 100만TEU 수송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200여척 1000여만톤 선박으로 전세계 60여개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별세와 동시에 형제 간 계열분리 작업 과정에서 3남 조수호 전 회장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2006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조수호 회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조 회장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업계 침체로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를 지주사로 새 출발했지만, 최 회장 휘하의 한진해운은 금융위기로 인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2013년 한진그룹으로부터 2500억원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결국 이듬해인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은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1조원을 끌어다 투입하는 등 한진해운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 때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업황이 날로 악화되며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잠깐의 호황이 찾아왔을 당시 비싼 값에 장기계약 했던 용선료를 체납했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성장에 따른 운임료 하락,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이 발목을 잡으며 누적 적자가 수조원대로 불어났다.

결국 이를 버티지 못했던 조양호 회장은 올 1월 경영권을 포기했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포기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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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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