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주거 다운사이징 열풍

노년층이 큰 규모의 주택을 처분한 여유자금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으로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시장 주력층인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가 60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50대 후반 이상 연령층 중심으로
대형보다 중소 주택 선호 분위기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 198㎡짜리 아파트에 사는 김경수(63)씨는 100㎡대로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별다른 소득은 없는데 관리비 부담도 있고 자녀들이 모두 출가를 했기 때문에 굳이 넓은 집이 필요치 않아 작은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적은 규모의 주택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자금으로 매달 월세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노후자금 때문에…
주택시장의 명암

경기고 용인시에 사는 오경란(57·여)씨는 얼마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연면적 297㎡짜리 고급빌라를 팔고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1억원 정도 남아 있던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씨는 “딸 아이 둘도 새 가정을 꾸리면서 큰 규모의 집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매달 꼬박꼬박 갚아야 할 빚도 없어지고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여유자금도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50대 후반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대형보다는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주거 다운사이징(Down-sizing)’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와 그에 따른 자산 포트폴리오 재설정 등으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대형과 소형 주택시장의 명암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소형주택 이동 목적은 노후자금의 마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57세까지 확대되다가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 축소되는 경향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녀가 출가하는 65~70세 전후로 대형 주택을 처분, 금융부채를 갚고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50대 이상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20조2000억원)보다 12조5000억원 줄었다.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준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큰 주택 처분해 여유자금
남은 돈으로 수익형·소형

같은 기간 50대 이하의 연령층의 부채는 모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50대 후반 연령층으로 진입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박사는 “연령별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비교해보면 50대 후반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며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지만 자산이 집 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을 줄이고 차액을 노후 생활비에 보태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평대 소형 선호도 상승에 맥 못 추는 것은 대형주택이다. 기존 중대형 주택 보유세대가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면서 소형 주택 몸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 매매 시세는 1년 전보다 7.36% 올랐다.

하지만 전용 135㎡ 초과 대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이 3.22%로 소형 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59㎡형은 지난 5월 6억원(9층)에 팔렸지만, 같은 기간 전용 114㎡은 9억 4700만원(6층)에 거래됐다. 3.3㎡당 시세(공급면적 기준)로 비교해보면 전용 59㎡은 2356만원, 전용 114㎡은 2214만원으로 소형이 3.3㎡당 142만원 비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평대(59~72㎡) 아파트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많이 찾는다”며 “중대형 규모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이 인기다.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가 7.97대 1로 가장 경쟁률이 높았고 전용 60~85㎡는 5.97대 1, 85㎡ 초과 아파트는 2.90대 1로 가장 낮았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에다 50대 후반 이상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 붐으로 최근 몇 년 새 소형 주택의 몸값이 많이 뛰었다”며 “소형 주택은 그만큼 가격 부담도 있는 상태인 만큼 매입에 앞서 향후 지역별 수급 전망과 입지 여건, 가격 경쟁력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돈 몰리는
인기 단지는?

저금리가 지속되자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아파트 등 비(非)수익 부동산을 줄이고 오피스텔이나 상가, 소형 아파트 등 임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이 높은 수익형 상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알짜 상품을 잘 선택하는 안목 또한 길러야 후회 없는 투자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어는 정도의 자산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자산 점검을 통해 이미 충분한 수익률을 낸 상품이나, 더 이상 보유 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처분하고 연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24만4428건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이뤄져 2012년 14만5098건에 비해 6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대체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된 결과다.

전국의 오피스텔 연간 평균 임대수익률도 5%대 초중반 수준, 상가는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 예금금리가 1%대인 점을 고려할 때 시중금리 대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수익형 부동산 선택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먼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월수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대수익률은 조금 낮추더라도 공실 위험이 낮은 안전한 상품을 고르는 선택이 필요하다. 저금리, 고령사회화, 이혼·만혼의 증가, 집값 하락 우려 등은 ‘주택 다운사이징’과 소형 주택 수요 증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가 장기화 되고 있는 것도 베이비부머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몰리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금리가 낮을수록 유망지역에 공급되는 수익형 상품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개선되기 때문에 업종별, 임차인별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도 저금리 시대에 현명한 투자 기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택 다운사이징 시대에 주목해야 할 분양단지다.

중소형 아파트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효성이 소사2지구 A-1블록과 A-2블록에 짓는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이다. 평택 소사 2지구 A1블록과 A2블록의 총 3240가구 미니신도시급 초대형 단지로 총 40개 동, 지하 2층~지상 최고 30층, 전용면적은 59~136㎡의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 72㎡, 84㎡의 중소형 타입이 3069가구로 전체의 94%를 차지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근 단지들이 3.3㎡당 1000 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공급되고 있는 반면 3.3㎡당 800만원대 분양가 책정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을 갖추고 있는 데다 바로 옆에 초교가 예정돼 우수한 교육 여건도 갖추고 있다.


▲영천 완산 미소지움2차 프리미엄= SG신성건설이 경북 영천시 완산동에 ‘영천 완산지구 2차 미소지움 프리미엄’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8층, 6개동, 총 773가구 규모, 분양가는 3.3㎡당 최저 600만원대, 중도금 이자 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영천초·영천고 등 교육시설이 있다. 기숙형 공립중학교인 별빛중학교가 올해 개교했으며 한국폴리텍대학 영천캠퍼스, 한민고, 마이스터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동대구~영천 간 복선전철화사업이 완공되면 17분대에 대구로 오갈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오피스텔)=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26-3번지 일대에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4598.11㎡, 지하 3층~지상 25층, 총 397실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3호)이 공급된다. 지하 3~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은 근린생활시설, 5~25층은 오피스텔로 이뤄진다. 4호선 안산 고잔역 및 중앙역 도보 3분, 5분거리 역세권 오피스텔로 안산 중앙대로 접해 있다.

안산시청 등 행정타운, 세무서 등 주변 관공서, 백화점 등 밀집지역으로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전세대가 남향 위주로 공급되며 최첨단 기술과 휴식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곳으로 품격이 다른 최고급 오피스텔이라는 평가다. 공급 타입은 전용면적 기준 23㎡형, 40㎡형 크게 두 가지다. 분양가는 부가세 포함 1억2200만~2억680만원선이다. 계약금 500만원(1차),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보광종합건설이 시행 및 시공을 맡았다. 2018년 4월 준공예정.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상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초역세권 스트리트형 상가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 1층은 독점상권이 형성된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의 점포로 구성된 상가는 고객 편의를 돕는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식음료시설 입점으로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도 분양 중인데 지상 1층에 스타벅스 입점이 확정돼 운영예정에 있다. 상가동에 제2의 경리단길 장진우 거리가 조성, 먹자골목이 형성된다.


▲역북동 우남퍼스트빌(단지내 상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A1, A2블록에 ‘우남퍼스트빌’단지내 상가 분양 및 임대에 나선다. 우남퍼스트빌 A1, A2블록 총 914세대 독점 단지내 상가로 2개 동이 대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공급된다. 먼저 A1블록 단지내 상가는 409세대를 배후로 총 3개층, 14개 점포로 공급된다. 1층은 약국, 세탁소, 치킨호프, 중개업소, 2층은 미용실, 학원, 3층은 병의원 등이 권장업종이다. 전용률은 약 76%선이다.

맞은편 A2블록 단지내 상가는 505세대를 배후로 3개층, 9개 점포로 공급된다. 1층은 마트, 부동산 중개업소 2층은 미용실, 학원 3층은 병의원 등이 권장업종이다. 전용률은 약 75%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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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