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주거 다운사이징 열풍

노년층이 큰 규모의 주택을 처분한 여유자금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으로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시장 주력층인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가 60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50대 후반 이상 연령층 중심으로
대형보다 중소 주택 선호 분위기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 198㎡짜리 아파트에 사는 김경수(63)씨는 100㎡대로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별다른 소득은 없는데 관리비 부담도 있고 자녀들이 모두 출가를 했기 때문에 굳이 넓은 집이 필요치 않아 작은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적은 규모의 주택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자금으로 매달 월세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노후자금 때문에…
주택시장의 명암

경기고 용인시에 사는 오경란(57·여)씨는 얼마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연면적 297㎡짜리 고급빌라를 팔고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1억원 정도 남아 있던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씨는 “딸 아이 둘도 새 가정을 꾸리면서 큰 규모의 집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매달 꼬박꼬박 갚아야 할 빚도 없어지고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여유자금도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50대 후반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대형보다는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주거 다운사이징(Down-sizing)’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와 그에 따른 자산 포트폴리오 재설정 등으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대형과 소형 주택시장의 명암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소형주택 이동 목적은 노후자금의 마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57세까지 확대되다가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 축소되는 경향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녀가 출가하는 65~70세 전후로 대형 주택을 처분, 금융부채를 갚고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50대 이상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20조2000억원)보다 12조5000억원 줄었다.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준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큰 주택 처분해 여유자금
남은 돈으로 수익형·소형

같은 기간 50대 이하의 연령층의 부채는 모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50대 후반 연령층으로 진입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박사는 “연령별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비교해보면 50대 후반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며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지만 자산이 집 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을 줄이고 차액을 노후 생활비에 보태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평대 소형 선호도 상승에 맥 못 추는 것은 대형주택이다. 기존 중대형 주택 보유세대가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면서 소형 주택 몸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 매매 시세는 1년 전보다 7.36% 올랐다.

하지만 전용 135㎡ 초과 대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이 3.22%로 소형 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59㎡형은 지난 5월 6억원(9층)에 팔렸지만, 같은 기간 전용 114㎡은 9억 4700만원(6층)에 거래됐다. 3.3㎡당 시세(공급면적 기준)로 비교해보면 전용 59㎡은 2356만원, 전용 114㎡은 2214만원으로 소형이 3.3㎡당 142만원 비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평대(59~72㎡) 아파트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많이 찾는다”며 “중대형 규모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이 인기다.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가 7.97대 1로 가장 경쟁률이 높았고 전용 60~85㎡는 5.97대 1, 85㎡ 초과 아파트는 2.90대 1로 가장 낮았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에다 50대 후반 이상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 붐으로 최근 몇 년 새 소형 주택의 몸값이 많이 뛰었다”며 “소형 주택은 그만큼 가격 부담도 있는 상태인 만큼 매입에 앞서 향후 지역별 수급 전망과 입지 여건, 가격 경쟁력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돈 몰리는
인기 단지는?

저금리가 지속되자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아파트 등 비(非)수익 부동산을 줄이고 오피스텔이나 상가, 소형 아파트 등 임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이 높은 수익형 상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알짜 상품을 잘 선택하는 안목 또한 길러야 후회 없는 투자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어는 정도의 자산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자산 점검을 통해 이미 충분한 수익률을 낸 상품이나, 더 이상 보유 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처분하고 연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24만4428건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이뤄져 2012년 14만5098건에 비해 6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대체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된 결과다.

전국의 오피스텔 연간 평균 임대수익률도 5%대 초중반 수준, 상가는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 예금금리가 1%대인 점을 고려할 때 시중금리 대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수익형 부동산 선택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먼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월수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대수익률은 조금 낮추더라도 공실 위험이 낮은 안전한 상품을 고르는 선택이 필요하다. 저금리, 고령사회화, 이혼·만혼의 증가, 집값 하락 우려 등은 ‘주택 다운사이징’과 소형 주택 수요 증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가 장기화 되고 있는 것도 베이비부머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몰리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금리가 낮을수록 유망지역에 공급되는 수익형 상품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개선되기 때문에 업종별, 임차인별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도 저금리 시대에 현명한 투자 기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택 다운사이징 시대에 주목해야 할 분양단지다.

중소형 아파트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효성이 소사2지구 A-1블록과 A-2블록에 짓는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이다. 평택 소사 2지구 A1블록과 A2블록의 총 3240가구 미니신도시급 초대형 단지로 총 40개 동, 지하 2층~지상 최고 30층, 전용면적은 59~136㎡의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 72㎡, 84㎡의 중소형 타입이 3069가구로 전체의 94%를 차지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근 단지들이 3.3㎡당 1000 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공급되고 있는 반면 3.3㎡당 800만원대 분양가 책정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을 갖추고 있는 데다 바로 옆에 초교가 예정돼 우수한 교육 여건도 갖추고 있다.


▲영천 완산 미소지움2차 프리미엄= SG신성건설이 경북 영천시 완산동에 ‘영천 완산지구 2차 미소지움 프리미엄’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8층, 6개동, 총 773가구 규모, 분양가는 3.3㎡당 최저 600만원대, 중도금 이자 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영천초·영천고 등 교육시설이 있다. 기숙형 공립중학교인 별빛중학교가 올해 개교했으며 한국폴리텍대학 영천캠퍼스, 한민고, 마이스터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동대구~영천 간 복선전철화사업이 완공되면 17분대에 대구로 오갈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오피스텔)=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26-3번지 일대에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4598.11㎡, 지하 3층~지상 25층, 총 397실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3호)이 공급된다. 지하 3~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은 근린생활시설, 5~25층은 오피스텔로 이뤄진다. 4호선 안산 고잔역 및 중앙역 도보 3분, 5분거리 역세권 오피스텔로 안산 중앙대로 접해 있다.

안산시청 등 행정타운, 세무서 등 주변 관공서, 백화점 등 밀집지역으로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전세대가 남향 위주로 공급되며 최첨단 기술과 휴식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곳으로 품격이 다른 최고급 오피스텔이라는 평가다. 공급 타입은 전용면적 기준 23㎡형, 40㎡형 크게 두 가지다. 분양가는 부가세 포함 1억2200만~2억680만원선이다. 계약금 500만원(1차),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보광종합건설이 시행 및 시공을 맡았다. 2018년 4월 준공예정.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상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초역세권 스트리트형 상가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 1층은 독점상권이 형성된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의 점포로 구성된 상가는 고객 편의를 돕는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식음료시설 입점으로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도 분양 중인데 지상 1층에 스타벅스 입점이 확정돼 운영예정에 있다. 상가동에 제2의 경리단길 장진우 거리가 조성, 먹자골목이 형성된다.


▲역북동 우남퍼스트빌(단지내 상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A1, A2블록에 ‘우남퍼스트빌’단지내 상가 분양 및 임대에 나선다. 우남퍼스트빌 A1, A2블록 총 914세대 독점 단지내 상가로 2개 동이 대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공급된다. 먼저 A1블록 단지내 상가는 409세대를 배후로 총 3개층, 14개 점포로 공급된다. 1층은 약국, 세탁소, 치킨호프, 중개업소, 2층은 미용실, 학원, 3층은 병의원 등이 권장업종이다. 전용률은 약 76%선이다.

맞은편 A2블록 단지내 상가는 505세대를 배후로 3개층, 9개 점포로 공급된다. 1층은 마트, 부동산 중개업소 2층은 미용실, 학원 3층은 병의원 등이 권장업종이다. 전용률은 약 75%선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