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가 곧 경쟁력이다

지는 패스트푸드 뜨는 패스트 캐주얼

패스트푸드가 지고 있다. 먹거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값싸지만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합리적 소비 바람과 맞물려 가성비 좋은 ‘패스트 캐주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건강 중시, 엄마표 수제버거 열풍
미국서 시작된 패스트 캐주얼 바람

‘패스트 캐주얼’은 품질과 가격, 편리함 세 가지를 충족한다. 신선한 양질의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을 부담없는 가격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격식을 차려먹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과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을 합친 ‘파인 캐주얼’과도 유사한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서 열풍을 몰고 온 수제버거전문점 ‘쉐이크쉑’과 멕시칸푸드 ‘치폴레’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수제버거전문점이 있다.

수제버거&치킨 ‘마미쿡’은 패스트 캐주얼의 선두주자다. 신선채소, 국내산 신선닭으로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엄마표 수제버거를 전면에 내세운다. 냉동패티 사용과 미리 만들어 놨다가 데워놓는 방식은 지양한다. 가격도 주력메뉴가 3000~4000원대로 합리적이다. 오히려 패스트푸드 보다 저렴한 편이다. 20년간 식품 생산·유통 등 일괄 생산체계를 갖추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온 본사의 인프라와 노하우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덕이다.

품질·가격·편리함

재료의 대량 현금구매, 직접 생산과 물류로 생산과 유통마진을 낮췄다. 마미쿡은 대기업과 외국계가 주류인 햄버거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안착했다는 평가로 벌써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 쪽에 182㎡(약 55평) 규모로 마미쿡 1호점을 개점했다.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알뜰족과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불황도 비켜갈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것이 소문나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 작년 8월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해 1년이 지난 현재 5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가격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골목상권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점포 고정비와 운영비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식사값을 아끼려는 학생과 직장인을 비롯, 좋은 재료로 갓 만든 버거를 찾는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에게 인기다. 수제버거와 아시아 대표 면요리 ‘팟타이’‘미고랭’등 잘 팔리는 메뉴로 구성했다. 아시아 면요리는 최근 젊은층에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겨냥했다. 새우와 아삭한 숙주가 들어간 태국식 볶음쌀국수 ‘팟타이’와 해산물과 채소, 화끈하게 매운 태국고추로 맛을 낸 ‘타이칠리’, 쌀국수에 갖은 채소와 고기, 해산물, 달걀 등을 넣어 볶은 인도네시아 면요리 ‘미고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대중성을 입증한 메뉴다.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5500~6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매장이 운영돼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작년에 SPC 그룹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서울 강남에 1호점 오픈한 ‘쉐이크쉑버거’도 연일 소비자들이 줄을 서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간판메뉴인 쉑버거가 6900원, 쉐이크가 5900원, 후렌치후라이가 3900원이다.

미국에서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바람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2007~2008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기간 패스트 캐주얼 방문자가 10%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한 2009~2010년에도 타 업체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지만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은 증가했다. 이러한 레스토랑의 공통점은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 즉시 조리하며 단시간 내 음식을 제공, 패스트푸드처럼 고객이 주문하고 셀프서빙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가격은 패스트푸드 보다 높고, 고급 레스토랑 보다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열풍

뉴욕 명물버거로 잘 알려진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기와 신선한 채소만을 사용한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멕시코 음식 전문 체인 치폴레도 패스트 캐주얼을 내세우며 ‘건강한 패스트푸드’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 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들의 잠자리도 높게 짚이 쌓인 헛간이어야 하는 등 동물 복지도 신경 쓴다. 고기에 각종 신선채소와 콩, 밥, 치즈 등 양질의 속재료를 넣은 타코와 브리또 등이 간판메뉴다. 지역 농가와 연계해 신선한 샐러드를 맞춤형으로 골라먹는 샐러드 뷔페도 있다. 건강한 라이스프타일을 즐길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업계로 주목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네라브레드’도 좋은 재료 사용에 적극적이다. 올해까지 150가지의 첨가물을 지점의 주방에서 완전히 없앤다는 방침이다. 샐러드 제품에 인공 감미료와 화학조미료,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981년 시작한 파네라브레드는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18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샌드위치 파니니, 스프, 샐러드 등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한다. 신선한 유기농 식품을 10달러 미만으로 판매, 기존의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기농 제품은 비싸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도 끌어 모으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2015)가 유로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매출액은 2012년과 2013년 연 평균 10%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패스트푸드는 4%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에 널리 퍼지면서 패스트푸드 수요가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즐기려는 패스트 캐주얼 수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식생활 전반에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실속소비 성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도 품질만큼 중시한다. 앞으로 품질과 가격 모두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더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패스트캐주얼의 인기가 미국 등지에서 이미 검증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인기를 끌 것이다. 마미쿡, 쉐이크쉑 등 수제버거의 열풍에서 증명됐다.

현대인들은 좋은 재료로 즉석으로 어머니가 만들어준 따듯한 집 밥을 그리워한다. 작고 소박한, 한끼라도 좋은 재료로 주문 후 바로 만든, 그러면서 가격까지 착한 음식을 찾는다.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성공의 관건은 현대인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시키는 정성이 들어간 한끼 식품을 소비자가 수용할 만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느냐다. 창업자들은 이점을 명심하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해야 하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본사가 이를 장기적으로 충족할 만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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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