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가 곧 경쟁력이다

지는 패스트푸드 뜨는 패스트 캐주얼

패스트푸드가 지고 있다. 먹거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값싸지만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합리적 소비 바람과 맞물려 가성비 좋은 ‘패스트 캐주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건강 중시, 엄마표 수제버거 열풍
미국서 시작된 패스트 캐주얼 바람

‘패스트 캐주얼’은 품질과 가격, 편리함 세 가지를 충족한다. 신선한 양질의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을 부담없는 가격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격식을 차려먹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과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을 합친 ‘파인 캐주얼’과도 유사한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서 열풍을 몰고 온 수제버거전문점 ‘쉐이크쉑’과 멕시칸푸드 ‘치폴레’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수제버거전문점이 있다.

수제버거&치킨 ‘마미쿡’은 패스트 캐주얼의 선두주자다. 신선채소, 국내산 신선닭으로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엄마표 수제버거를 전면에 내세운다. 냉동패티 사용과 미리 만들어 놨다가 데워놓는 방식은 지양한다. 가격도 주력메뉴가 3000~4000원대로 합리적이다. 오히려 패스트푸드 보다 저렴한 편이다. 20년간 식품 생산·유통 등 일괄 생산체계를 갖추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온 본사의 인프라와 노하우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덕이다.

품질·가격·편리함

재료의 대량 현금구매, 직접 생산과 물류로 생산과 유통마진을 낮췄다. 마미쿡은 대기업과 외국계가 주류인 햄버거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안착했다는 평가로 벌써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 쪽에 182㎡(약 55평) 규모로 마미쿡 1호점을 개점했다.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알뜰족과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불황도 비켜갈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것이 소문나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 작년 8월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해 1년이 지난 현재 5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가격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골목상권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점포 고정비와 운영비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식사값을 아끼려는 학생과 직장인을 비롯, 좋은 재료로 갓 만든 버거를 찾는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에게 인기다. 수제버거와 아시아 대표 면요리 ‘팟타이’‘미고랭’등 잘 팔리는 메뉴로 구성했다. 아시아 면요리는 최근 젊은층에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겨냥했다. 새우와 아삭한 숙주가 들어간 태국식 볶음쌀국수 ‘팟타이’와 해산물과 채소, 화끈하게 매운 태국고추로 맛을 낸 ‘타이칠리’, 쌀국수에 갖은 채소와 고기, 해산물, 달걀 등을 넣어 볶은 인도네시아 면요리 ‘미고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대중성을 입증한 메뉴다.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5500~6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매장이 운영돼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작년에 SPC 그룹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서울 강남에 1호점 오픈한 ‘쉐이크쉑버거’도 연일 소비자들이 줄을 서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간판메뉴인 쉑버거가 6900원, 쉐이크가 5900원, 후렌치후라이가 3900원이다.

미국에서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바람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2007~2008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기간 패스트 캐주얼 방문자가 10%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한 2009~2010년에도 타 업체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지만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은 증가했다. 이러한 레스토랑의 공통점은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 즉시 조리하며 단시간 내 음식을 제공, 패스트푸드처럼 고객이 주문하고 셀프서빙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가격은 패스트푸드 보다 높고, 고급 레스토랑 보다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열풍

뉴욕 명물버거로 잘 알려진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기와 신선한 채소만을 사용한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멕시코 음식 전문 체인 치폴레도 패스트 캐주얼을 내세우며 ‘건강한 패스트푸드’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 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들의 잠자리도 높게 짚이 쌓인 헛간이어야 하는 등 동물 복지도 신경 쓴다. 고기에 각종 신선채소와 콩, 밥, 치즈 등 양질의 속재료를 넣은 타코와 브리또 등이 간판메뉴다. 지역 농가와 연계해 신선한 샐러드를 맞춤형으로 골라먹는 샐러드 뷔페도 있다. 건강한 라이스프타일을 즐길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업계로 주목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네라브레드’도 좋은 재료 사용에 적극적이다. 올해까지 150가지의 첨가물을 지점의 주방에서 완전히 없앤다는 방침이다. 샐러드 제품에 인공 감미료와 화학조미료,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981년 시작한 파네라브레드는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18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샌드위치 파니니, 스프, 샐러드 등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한다. 신선한 유기농 식품을 10달러 미만으로 판매, 기존의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기농 제품은 비싸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도 끌어 모으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2015)가 유로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매출액은 2012년과 2013년 연 평균 10%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패스트푸드는 4%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에 널리 퍼지면서 패스트푸드 수요가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즐기려는 패스트 캐주얼 수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식생활 전반에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실속소비 성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도 품질만큼 중시한다. 앞으로 품질과 가격 모두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더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패스트캐주얼의 인기가 미국 등지에서 이미 검증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인기를 끌 것이다. 마미쿡, 쉐이크쉑 등 수제버거의 열풍에서 증명됐다.

현대인들은 좋은 재료로 즉석으로 어머니가 만들어준 따듯한 집 밥을 그리워한다. 작고 소박한, 한끼라도 좋은 재료로 주문 후 바로 만든, 그러면서 가격까지 착한 음식을 찾는다.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성공의 관건은 현대인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시키는 정성이 들어간 한끼 식품을 소비자가 수용할 만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느냐다. 창업자들은 이점을 명심하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해야 하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본사가 이를 장기적으로 충족할 만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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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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