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

미분양 아파트 잘 고르면 ‘흙속의 진주’


주택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모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장의 경우 미분양의 약진이 눈에 띈다. 건설사도 분위기가 좋을 때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층이나 전망이 좋은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만 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보기보다는 향후 미래가치가 있는 상품을 고르는 지혜가 요구되므로 미분양이 된 원인을 꼭 파악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유명 단지도 알고 보면 입주 당시는 ‘미분양’
미분양 3대 키워드 ‘대단지’ ‘교통’ ‘택지지구’

‘흙속의 진주’라는 말이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어울리는 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타워팰리스 등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지들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이 처음 분양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입주 전만 해도 계약자들을 속 썩였던 미분양 단지에 불과했다. 분양 및 입주와 맞물려 몰아닥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계약 해지 물량이 늘어나는 등의 곤욕을 치렀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
이후 인기도 높아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분양당시 순위 내에서 3가구가 미달했던 반포자이 297㎡(공급면적, 90평)의 평균 시세는 30억5000만원이다. 이는 분양가 28억3000만∼29억8000만원대보다 최고 2억2000만원이 더 오른 것이다. 미계약분이 몰렸던 4층 이하 중소형 평형대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분양가가 7억원대이었던 84㎡(25평)의 현재 매매가는 평균 8억4500만원을 기록중이다. 현재 평균 14억2500만원의 시세를 형성중인 116㎡(35평)의 분양가는 10억6000만∼11억7000만원대였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비슷하다. 87.46㎡(26평형)는 6억9000만∼7억70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최근에는 9억5000만원대에 매물을 구할 수 있다. 반포동의 대표 랜드마크 단지인 이들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반포동의 지위도 달라졌다. 지난 20여 년간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도곡동이 차지하던 강남 부촌의 지위를 넘겨받은 신흥 부촌이란 평가가 많아진 것이다.

분양 당시 ‘강남 쪽방’이란 굴욕을 받으며 3순위까지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던 잠실 ‘리센츠’39㎡(12평)도 애물단지에서 값비싼 진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1억9500만원대에 분양한 이 아파트는 현재 3억7000만∼4억원대에 거래된다. 5년여 사이 시세가 분양가의 2배가 된 셈이다. 리센츠 초소형평형은 지난 2003년 정부가 전체 물량 중 20%를 60㎡(18평)이하 규모로 짓도록 한 ‘소형평형의무비율’시행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흙속의 진주는 서울 강남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광화문스페이스본’1단지 역시 2004년 분양 시 대형평형이 대거 미달 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강북의 대표 부촌 아파트로 평가받는다. 175㎡(53평)는 일반 분양가가 9억3000만원대였지만 현재 평균 매매값은 11억750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아파트는 동과 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인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재당첨 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 등 이점이 많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아 적지 않는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 아파트를 고를 때도 일정한 법칙은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대단지 아파트를 노리라는 것이다. 이유는 입주 후 인구가 한 곳에 밀집돼 학교,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지기 때문이다. 또 교통이 불편한 일부 단지의 경우 버스노선이 바뀌거나 새롭게 역이 신설되는 등 개발호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STX건설은 수원 장안구 이목동에 ‘수원 장안 STX KAN’을 분양중이다. 전용면적 59∼124㎡ 총 947가구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이다. 사업지는 강남과 18㎞거리에 위치해 있어 강남권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계약금은 10%, 중도금은 이자후불제이다. (031)246-2200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안양 석수 아이파크’를 분양중이다. 전용면적은 84∼137㎡이며 총 1134가구 중 204가구가 일반 공급 분이다. 단지 인근으로 노후주택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신 주거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031)474-2800
역세권이나 교통호재가 있는 단지들도 끊임없이 관심을 받아오는 곳이다. 교통이 뛰어난 곳은 불황기에도 강한 아파트인데다 임대수요도 풍부하다. 게다가 신규개설되는 도로나 역이 근처에 있으면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동아건설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41-1번지 일대에 ‘용산 더 프라임’559가구를 특별 분양중이다. ‘용산 더 프라임’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2분)과 삼각지역(10분), 효창공원역(15분)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KTX 승차역인 용산역, 서울역이 가깝다. 계약금은 분양금액의 5%이며, 2013년 준공 예정이다. (02)797-1139

대성산업 건설부문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대성 유니드’아파트를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 조건으로 분양중이다. 대성유니드는 전세대 중소형 인기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1호선 신이문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있고 7호선 중화역이 도보 8분 거리에 인접한 2개 노선 더블역세권으로 지하철 이용이 매우 편리하며 중랑천 조망이 가능하다. 중랑천 체육공원을 내 집 앞 정원처럼 누릴 수 있는 웰빙 아파트이다. (02)962-5585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주상복합 아파트 ‘푸르지오 월드마크’를 분양중이다. 이 단지는 성내역과 도보 4분 거리, 잠실역과 5분 거리에 있는 트리플 역세권 아파트로 9호선 연장구간인 석촌역이 가까워 가격상승여력이 높다. 최대 1억8000만원에 파격적인 할인 분양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제2롯데월드 착공이 확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02)3446-1377

할인, 금융지원 등
다양한 혜택 제공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편리한 생활환경과 교육여건, 대단지라는 장점을 고루 반영한 곳이 많다. 이는 민간 개발사업은 학교나 단지 내 상가, 노인정 같은 기본적인 부대시설만 만드는 한계가 있지만 택지지구는 교육여건과 대형상업시설 등이 갖춰지고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도로망이나 전철까지 갖춰져 입주 후 투자가치가 급속히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삼성물산은 한강신도시 Ac-15블록에 ‘Ac-15블록 래미안’을 선보이고 있다. 전용면적은 101.125㎡ 총 579가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 1020만∼1080만원 선이며, 중도금은 이자후불제가 적용된다. 2011년 1월12일 이후 전매가능하며, 입주예정일은 2012년 2월이다. 이 단지는 한강과 연결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로도시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031)985-3633

이지건설은 부산 정관신도시 A-3블록에서 ‘정관신도시 이지더원 1차’를 내놓는다. 정관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정관로와 접하고 있어 부산과 양산, 울산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며, 초등학교 2곳과 중·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약금은 10%다. (051)728-6003

대광이엔씨도 수원 광교신도시 A1블록에서 ‘광교 대광로제비앙’을 분양중이다. 광교신도시의 서북쪽에 위치하며, 남측으로는 북수원∼상현도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고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이용도 쉬운 편이다. 1566-8431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도 있다.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음은 각종 혜택이다.

▲불황에 돋보이는 ‘분양가 할인’=미분양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분양가 할인이다. 경기침체 속에 수요자들이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서다. 기존계약자도 단지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할인을 대체로 수용한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매달 이자에서 해방 ‘금융지원’=금융지원은 이자부담을 덜어준다. 다만 이자후불제는 금리 인상이 되면 ‘족쇄’가 될 수 있고 중도금 무이자도 일부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이율도 업체마다 다르다. 한 대형업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율 적용 시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반영돼 대형업체가 가산금리가 더 낮다”고 말했다.

▲빌트인 냉장고에서 온돌까지 ‘옵션 및 무료시공’=건설사가 무료로 시공해주는 옵션은 사실상 분양가할인 효과가 있다. 분양가에 알게 모르게 포함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는 무료 발코니 확장과 추가비용 없이 빌트인 냉장고, 매립형 에어컨 등을 제공한다. 울산 중구 유곡동 ‘푸르지오’아파트는 안방 붙박이장을 무료로 시공해주고 바닥에 온돌을 깔아주는 이색 마케팅을 하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에 날개 다는 ‘가격보장제’=집값 하락 우려로 주택구입을 망설이는 수요자에게 ‘책임분양’을 하는 것이다. 분양가 아래로 시세가 떨어지면 건설사가 이를 보전해 준다. 단 층수, 평형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빨리 내면 보상하는 ‘선납할인’=건설사가 정한 예정일보다 미리 내면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회사는 미분양 속에 유동성을 높일 수 있어 선호한다. 하지만 잔금 선납할인의 경우 주택분양보증의 적용을 받지 못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리스크를 지는 대신 가격할인을 얻을지 선택해야 한다.

▲살아보고 결정하는 ‘전세전환’=‘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전세로 살다가 마음에 들면 매매로 전환할 수 있어 내 집 마련에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전세만 살고 나올 때 처음상태와 똑같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은 물론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동·호수도 직접 지정해 계약할 수 있어 주택 실수요자에게 선택폭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미분양으로 남은 단지의 단점을 확인한 뒤 매입해야 한다. 우선 미분양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 및 건축상 문제인지 혹은 침체된 부동산시장 영향인지 따져봐야 한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다든가 교통, 교육여건이 불편하다면 입주 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정돼 있던 도로나 대중교통 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설 것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마케팅 직원의 전화 설명을 액면대로 듣기보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변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여러 곳 찾아본 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격 적정성을 따지는 자세도 요구된다.

특히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물건보다는 분양당첨자의 계약 취소로 생긴 미계약분이나 인기단지여서 분양 직후 잔여가구가 적은 미분양을 노리는 게 좋다. 입지조건이 좋은 택지지구나 대단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지지구나 대단지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조금이라도 좋은 층과 방향을 잡으려면 너무 뜸을 들이지 않는 게 좋다.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 초기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를 노려야 ‘돈 되는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잡기’도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입주 임박 단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것은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필수다.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주변에 있다면 분양가가 비싼 미분양 아파트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미분양이 입주 즉시 팔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 눈앞의 시장을 보지 말고 2∼3년 후의 뒤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관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보다
계약 취소분 노려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미분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멀리보고 미분양을 계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주택시장의 호황불황 패턴이 2~3년 주기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좋지 않지만 2∼3년 후 시장상황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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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