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

미분양 아파트 잘 고르면 ‘흙속의 진주’


주택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모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장의 경우 미분양의 약진이 눈에 띈다. 건설사도 분위기가 좋을 때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층이나 전망이 좋은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만 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보기보다는 향후 미래가치가 있는 상품을 고르는 지혜가 요구되므로 미분양이 된 원인을 꼭 파악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유명 단지도 알고 보면 입주 당시는 ‘미분양’
미분양 3대 키워드 ‘대단지’ ‘교통’ ‘택지지구’

‘흙속의 진주’라는 말이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어울리는 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타워팰리스 등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지들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이 처음 분양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입주 전만 해도 계약자들을 속 썩였던 미분양 단지에 불과했다. 분양 및 입주와 맞물려 몰아닥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계약 해지 물량이 늘어나는 등의 곤욕을 치렀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
이후 인기도 높아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분양당시 순위 내에서 3가구가 미달했던 반포자이 297㎡(공급면적, 90평)의 평균 시세는 30억5000만원이다. 이는 분양가 28억3000만∼29억8000만원대보다 최고 2억2000만원이 더 오른 것이다. 미계약분이 몰렸던 4층 이하 중소형 평형대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분양가가 7억원대이었던 84㎡(25평)의 현재 매매가는 평균 8억4500만원을 기록중이다. 현재 평균 14억2500만원의 시세를 형성중인 116㎡(35평)의 분양가는 10억6000만∼11억7000만원대였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비슷하다. 87.46㎡(26평형)는 6억9000만∼7억70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최근에는 9억5000만원대에 매물을 구할 수 있다. 반포동의 대표 랜드마크 단지인 이들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반포동의 지위도 달라졌다. 지난 20여 년간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도곡동이 차지하던 강남 부촌의 지위를 넘겨받은 신흥 부촌이란 평가가 많아진 것이다.

분양 당시 ‘강남 쪽방’이란 굴욕을 받으며 3순위까지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던 잠실 ‘리센츠’39㎡(12평)도 애물단지에서 값비싼 진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1억9500만원대에 분양한 이 아파트는 현재 3억7000만∼4억원대에 거래된다. 5년여 사이 시세가 분양가의 2배가 된 셈이다. 리센츠 초소형평형은 지난 2003년 정부가 전체 물량 중 20%를 60㎡(18평)이하 규모로 짓도록 한 ‘소형평형의무비율’시행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흙속의 진주는 서울 강남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광화문스페이스본’1단지 역시 2004년 분양 시 대형평형이 대거 미달 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강북의 대표 부촌 아파트로 평가받는다. 175㎡(53평)는 일반 분양가가 9억3000만원대였지만 현재 평균 매매값은 11억750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아파트는 동과 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인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재당첨 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 등 이점이 많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아 적지 않는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 아파트를 고를 때도 일정한 법칙은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대단지 아파트를 노리라는 것이다. 이유는 입주 후 인구가 한 곳에 밀집돼 학교,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지기 때문이다. 또 교통이 불편한 일부 단지의 경우 버스노선이 바뀌거나 새롭게 역이 신설되는 등 개발호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STX건설은 수원 장안구 이목동에 ‘수원 장안 STX KAN’을 분양중이다. 전용면적 59∼124㎡ 총 947가구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이다. 사업지는 강남과 18㎞거리에 위치해 있어 강남권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계약금은 10%, 중도금은 이자후불제이다. (031)246-2200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안양 석수 아이파크’를 분양중이다. 전용면적은 84∼137㎡이며 총 1134가구 중 204가구가 일반 공급 분이다. 단지 인근으로 노후주택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신 주거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031)474-2800
역세권이나 교통호재가 있는 단지들도 끊임없이 관심을 받아오는 곳이다. 교통이 뛰어난 곳은 불황기에도 강한 아파트인데다 임대수요도 풍부하다. 게다가 신규개설되는 도로나 역이 근처에 있으면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동아건설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41-1번지 일대에 ‘용산 더 프라임’559가구를 특별 분양중이다. ‘용산 더 프라임’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2분)과 삼각지역(10분), 효창공원역(15분)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KTX 승차역인 용산역, 서울역이 가깝다. 계약금은 분양금액의 5%이며, 2013년 준공 예정이다. (02)797-1139

대성산업 건설부문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대성 유니드’아파트를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 조건으로 분양중이다. 대성유니드는 전세대 중소형 인기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1호선 신이문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있고 7호선 중화역이 도보 8분 거리에 인접한 2개 노선 더블역세권으로 지하철 이용이 매우 편리하며 중랑천 조망이 가능하다. 중랑천 체육공원을 내 집 앞 정원처럼 누릴 수 있는 웰빙 아파트이다. (02)962-5585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주상복합 아파트 ‘푸르지오 월드마크’를 분양중이다. 이 단지는 성내역과 도보 4분 거리, 잠실역과 5분 거리에 있는 트리플 역세권 아파트로 9호선 연장구간인 석촌역이 가까워 가격상승여력이 높다. 최대 1억8000만원에 파격적인 할인 분양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제2롯데월드 착공이 확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02)3446-1377

할인, 금융지원 등
다양한 혜택 제공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편리한 생활환경과 교육여건, 대단지라는 장점을 고루 반영한 곳이 많다. 이는 민간 개발사업은 학교나 단지 내 상가, 노인정 같은 기본적인 부대시설만 만드는 한계가 있지만 택지지구는 교육여건과 대형상업시설 등이 갖춰지고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도로망이나 전철까지 갖춰져 입주 후 투자가치가 급속히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삼성물산은 한강신도시 Ac-15블록에 ‘Ac-15블록 래미안’을 선보이고 있다. 전용면적은 101.125㎡ 총 579가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 1020만∼1080만원 선이며, 중도금은 이자후불제가 적용된다. 2011년 1월12일 이후 전매가능하며, 입주예정일은 2012년 2월이다. 이 단지는 한강과 연결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로도시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031)985-3633

이지건설은 부산 정관신도시 A-3블록에서 ‘정관신도시 이지더원 1차’를 내놓는다. 정관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정관로와 접하고 있어 부산과 양산, 울산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며, 초등학교 2곳과 중·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약금은 10%다. (051)728-6003

대광이엔씨도 수원 광교신도시 A1블록에서 ‘광교 대광로제비앙’을 분양중이다. 광교신도시의 서북쪽에 위치하며, 남측으로는 북수원∼상현도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고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이용도 쉬운 편이다. 1566-8431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도 있다.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음은 각종 혜택이다.

▲불황에 돋보이는 ‘분양가 할인’=미분양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분양가 할인이다. 경기침체 속에 수요자들이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서다. 기존계약자도 단지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할인을 대체로 수용한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매달 이자에서 해방 ‘금융지원’=금융지원은 이자부담을 덜어준다. 다만 이자후불제는 금리 인상이 되면 ‘족쇄’가 될 수 있고 중도금 무이자도 일부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이율도 업체마다 다르다. 한 대형업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율 적용 시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반영돼 대형업체가 가산금리가 더 낮다”고 말했다.

▲빌트인 냉장고에서 온돌까지 ‘옵션 및 무료시공’=건설사가 무료로 시공해주는 옵션은 사실상 분양가할인 효과가 있다. 분양가에 알게 모르게 포함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는 무료 발코니 확장과 추가비용 없이 빌트인 냉장고, 매립형 에어컨 등을 제공한다. 울산 중구 유곡동 ‘푸르지오’아파트는 안방 붙박이장을 무료로 시공해주고 바닥에 온돌을 깔아주는 이색 마케팅을 하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에 날개 다는 ‘가격보장제’=집값 하락 우려로 주택구입을 망설이는 수요자에게 ‘책임분양’을 하는 것이다. 분양가 아래로 시세가 떨어지면 건설사가 이를 보전해 준다. 단 층수, 평형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빨리 내면 보상하는 ‘선납할인’=건설사가 정한 예정일보다 미리 내면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회사는 미분양 속에 유동성을 높일 수 있어 선호한다. 하지만 잔금 선납할인의 경우 주택분양보증의 적용을 받지 못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리스크를 지는 대신 가격할인을 얻을지 선택해야 한다.

▲살아보고 결정하는 ‘전세전환’=‘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전세로 살다가 마음에 들면 매매로 전환할 수 있어 내 집 마련에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전세만 살고 나올 때 처음상태와 똑같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은 물론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동·호수도 직접 지정해 계약할 수 있어 주택 실수요자에게 선택폭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미분양으로 남은 단지의 단점을 확인한 뒤 매입해야 한다. 우선 미분양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 및 건축상 문제인지 혹은 침체된 부동산시장 영향인지 따져봐야 한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다든가 교통, 교육여건이 불편하다면 입주 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정돼 있던 도로나 대중교통 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설 것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마케팅 직원의 전화 설명을 액면대로 듣기보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변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여러 곳 찾아본 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격 적정성을 따지는 자세도 요구된다.

특히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물건보다는 분양당첨자의 계약 취소로 생긴 미계약분이나 인기단지여서 분양 직후 잔여가구가 적은 미분양을 노리는 게 좋다. 입지조건이 좋은 택지지구나 대단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지지구나 대단지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조금이라도 좋은 층과 방향을 잡으려면 너무 뜸을 들이지 않는 게 좋다.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 초기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를 노려야 ‘돈 되는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잡기’도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입주 임박 단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것은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필수다.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주변에 있다면 분양가가 비싼 미분양 아파트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미분양이 입주 즉시 팔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 눈앞의 시장을 보지 말고 2∼3년 후의 뒤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관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보다
계약 취소분 노려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미분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멀리보고 미분양을 계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주택시장의 호황불황 패턴이 2~3년 주기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좋지 않지만 2∼3년 후 시장상황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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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