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타누깐을 변화시킨 ‘생각의 상자’

무서운 돌풍 ‘태국 박세리’

역전패의 여왕서 정상급으로 탈바꿈
LPGA투어 3연속 우승…조국에 활력

번번이 역전패를 당했던 LPGA투어 선수 에리야 쭈타누깐이 3연속 우승과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골프 채널은 최근 쭈타누깐이 왜 역전패의 여왕에서 LPGA 엘리트 선수로 올라서게 됐는지 분석했다.

변화된 마음가짐

에리야 쭈타누깐은 지난 4월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3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3홀 연속보기를 하면서 역전패했다. 쭈타누깐은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 압박감 속에서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쭈타누깐은 안니카 소렌스탐 등을 가르친 ‘비전 54’의 피아 닐슨을 찾아갔다. 비전 54는 매 홀 버디를 잡아 18홀에서 54타를 치려는 목표를 갖는다는 의미다. 스윙 기술이 아니라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는 멘탈 코칭 개념이다.

닐슨은 “압박감을 받게 되면 모든 선수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영향을 받는다. 어떤 선수들은 더 긴장을 하고 어떤 선수들은 급해진다. 어떤 선수들은 퍼트 경사를 너무 오래 보면서 느려지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여러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닐슨은 “쭈타누깐의 경우 서두르고 표정과 어깨가 경직되며 억지 미소를 짓는다. 숨을 깊이 쉬지 못한다”고 했다.


압박감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닐슨은 가상의 선을 그으라고 한다. 생각의 상자와 플레이 상자를 가르는 결정의 선이다. 생각의 상자는 바람이나 공의 라이, 장해물 같은 것을 체크하고 어떤 샷을 할지 결정하는 곳이다. 공이 어떻게 날아갈지를 상상도 한다. 만약 불안한 생각이 들 경우 물러섰다가 다시 생각의 상자에 들어가야 한다고 닐슨은 가르친다.

생각의 상자 속에서 결정을 한 후에는 선을 넘어 플레이 상자로 들어간다. 이 선을 넘으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생각의 상자에서 결정한 대로 공을 친다. 의심하지 말고 그립을 잡고 에이밍을 한 후 그냥 샷을 한다. 시간을 끌수록 생각이 관여해 몸에 긴장이 생기면서 근육이 굳어 문제가 생긴다. 닐슨에 의하면 안니카 소렌스탐이 이에 강했다. 결정의 선을 넘으면 자신의 기술을 믿고 생각 없이 곧바로 샷을 했다.

기억의 상자도 있다. 나쁜 샷이 생겼을 경우 잊어버리고 좋은 점을 기억하는 곳이다. 기억의 상자에서는 자신에 대한 용서와 인정이 필요하다. 쭈타누깐은 이를 배운 후 자신의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골프채널은 소개했다.

캐디도 도움이 됐다. 현재 캐디는 언니인 모리야 주타누깐의 가방을 멨다. 선수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기댈 곳이 되어주며 필요한 경우에는 강한 의견을 내고 의욕을 북돋아주면서 경기를 하게 했다. 에리야는 지난해 10연속 컷탈락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이 캐디에게 도움을 청했고 한 팀을 이뤘다.

캐디 루억은 “지난해 함께 경기해 보니 쭈타누깐은 골프 능력은 다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경기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고 했다.

쭈타누간은 “그들은 샷을 하기 전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내게 정말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골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행복하다. 내가 해야 하는 단 한 가지의 키는 나 자신에게 관대해져야 하는 것이다. 한 샷 한 샷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 좋은 샷을 날렸다고 생각하는 것, 나 자신에게 좋은 샷이었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의 선수 없다”극찬
멘탈코칭 ‘비전54’ 효과


태국 언론과 SNS도 최근 스무 살 소녀의 LPGA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대한 격한 감동을 쏟아냈다. 급여일이기도 한 5월의 마지막 월요일 출근길의 방콕 시민에게도 새벽 우승 소식은 아주 기분 좋은 최고의 화제였다.

태국의 영자일간지 방콕 포스트는 리야 쭈타누깐의 닉네임인 ‘넝 메이’를 인용해 ‘메이의 날’을 두 번씩이나 겹쳐 쓰며 가장 먼저 속보로 전했다. 태국 일간지‘방콕포스트’는 경기 후 “2013년 박인비 이후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고 적었다. 태국 유력지‘타이라드 데일리’는 “방콕 시암의 딸 쭈타누깐이 데뷔 첫 승과 함께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고 적었다.

태국 페이스북엔 ‘3연속 우승’을 뜻하는 ‘3’자와 함께 ‘어메이징(Amazing) 에리야’라는 해시 태그와 함께 격려의 글이 이어졌다.‘어메이징 타일랜드’는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태국 상징 표어인데 사람 앞에 ‘어메이징’이 사용되는 일은 흔지 않다.

태국은 최근 몇 년간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 알려진 빨강 셔츠와 노랑 셔츠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 끝에 2014년엔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오는 8월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민심 양분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토 절반에 영향을 주는 최악의 가뭄이 덮쳐 어느 해 보다 서민 고충이 크다. 이 탓에 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아세안 10개국 중 최저인 3%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에리야 쭈타누깐의 첫 우승에 이은 우승 행진은 외환위기 속에 절망하던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준 1997년 박세리의 LPGA 첫 우승을 떠올리게 한다.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에리야 쭈타누깐이 첫 우승을 차지하자 정부청사에 초청해 퍼팅을 겨루며 “더 많은 대회에서 더 많은 우승을 할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제 태국인은 스무살 에리야 쭈타누깐의 ‘어메이징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편 LPGA 동료선수들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쭈타누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볼빅 챔피언십을 준우승으로 마친 크리스티나 킴은 쭈타누간을 두고 “쭈타누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LPGA와 골프 경기에 있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킴은 “아리야에 대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아마 우리 세대에서 볼 수 없는 유형의 선수일 것이다. 볼을 날리는 파워, 골프 코스에 대한 상상력과 놀라운 실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장타자

볼빅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쭈타누간과 동반 라운딩을 한 제시카 코르다(23·미국)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우리는 쭈타누간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도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부상을 당한 후 복구하고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정말 훌륭한 선수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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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