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구연합회 비리 복마전

직원이 빼 먹고 간부도 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인 물은 썩는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집단 내부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집단에서 썩은 곳이 발견되면 내부 사람들은 자정을 위해 힘쓴다. 범위가 넓을 경우엔 외부에서 환부를 도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사후처리에 불과할 뿐이다. 썩은 부분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수록 피해를 받는 이들은 늘어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집단이라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당구연합회)가 극심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횡령 등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고 지원이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삭감된 상태다.
 
터질 게 터졌다
감시시스템 없어
 
지난 3월 당구연합회와 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사)대한당구연맹)으로 통합됐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가 통합되면서 하급단체도 변화를 겪은 것이다. 
 
두 단체의 통합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특히 당구연합회는 성원 미달로 해산 총회가 두 번이나 무산됐다가 세 번째에 가서야 간신히 단체 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당구연합회의 내홍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둘러싼 논쟁부터 사무처 직원들의 비리, 횡령 등 비위 의혹이 당구연합회를 뒤흔들었다. 그 중 몇가지는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전국당구연합회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자료에는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조사한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특히 협회 통장으로 관리됐어야 하는 대회 참가비를 사무국 직원들의 개인통장으로 받아 임의로 유용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서에 따르면 대회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전 사무처 과장 A씨는 2009년부터 당구연합회에서 주최, 주관하는 전국대회 참가비를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했다. A씨가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은 대회는 2009년부터 확인된 것만 46개에 달한다. 2015년 12개, 2014년 9개, 2013년 9개, 2012년 3개, 2011년 5개, 2010년 4개, 2009년 4개 등이다. 
 
A씨는 문체부 조사에서 2009년 7월28일부터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아 집행했다고 진술했고, 거래 내역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조사관이 개최 계획, 결과보고, 정산내역 등 대회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A씨는 “작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횡령·비리·공금 유용 ‘비리 백화점’
4000만원 빼돌렸는데 ‘파면’으로 끝
 
이에 조사관들이 당구연합회 홈페이지의 대회 관련 공지사항과 참가비 입출금 내역서,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A씨가 3개의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하고 남은 잔액 가운데 43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 역시 조사 결과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해당 계좌에서 공금을 수시로 인출해 용돈, 개인 채무, 신용카드 대금, 통신비, 교통 범칙금 등을 납부하는 데 사용했다. 특히 전 사무처장 B씨의 아내에게 차량 할부금으로 6회에 걸쳐 200여만원을 보내주는 등 협회에서 공금으로 다뤄야 하는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A씨의 추가 횡령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2014년 9월 자신이 속칭 카드깡을 해준 업체 대표로부터 300여만원을 받았다. 또한 다른 당구용품 업체로부터 2009년과 2010년 각각 500여만원, 520여만원을 받는 등 3600여만원 상당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이 돈에 대해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상환했다는 증빙 자료가 없어 조사관들은 횡령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사무처 직원의 공금 유용 혐의도 나왔다. 사무국 직원 C씨는 2012년 2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11개의 포켓볼 전국대회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아 A씨에게 보내 대회비로 사용하게끔 했고, 이 중 1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C씨는 10만원을 상환했다. 
 
문체부는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바탕으로 당구연합회의 부적정한 회계 처리에 대해 지적했다. 당구연합회 회계규정을 보면 모든 수입은 당구연합회 명의 계좌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확인된 것만 총 57개 대회에서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았으며, 7년간 단 한 번도 대회 집행 이후 남은 잔액을 당구연합회의 수입으로 입금하지 않았다. 
 
수상한 사무처장 
부당수익 의혹
 
또한 당구연합회는 아무 근거 없이 A씨에게 차량 보조금과 업무 활동비 등 명목으로 2010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지급했고, 2012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는 매월 20만원씩 지급했다. 당구연합회가 6년간 A씨에게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임의로 지급한 셈이다. 이에 대해 A씨는 “2010년도 이사회에서 차량 보조금 및 급여보조금 명목으로 매월 50만원씩 지급하기로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당구연합회 형편이 어려워져 사무국에서 자체 조정해 20만원씩 지급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에는 특정 직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이 없었고, 근거나 증빙 자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이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을 되파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는 추가 제보를 받긴 했으나 증빙 자료가 없고, 직원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해 확인이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필요하며,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A씨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 조치를, C씨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는 전 사무처장인 B씨에 대한 진정서를 받았지만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B씨가 조사 당시 이미 당구연합회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 파면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B씨에게 걸려있던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등으로 인한 고소·고발 조치가 지난 3월 취하되면서 그에 대한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사무처 직원들의 경우 일부나마 비위 혐의가 확인된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4일 문체부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B씨는 <스포츠 당구>를 발행하면서 광고 수익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발인은 진정서에서 B씨가 잡지를 발행해온 13년간 약 3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횡령·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단체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00년 당구연합회가 창립될 무렵부터 최근까지 약 16년간 당구연합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스포츠 당구>는 2002년 5월부터 발행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인지, 개인지인지 여부다. 잡지의 성격에 따라 B씨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무처 비위 사실 드러나
수시로 인출해 사적 유용

국체회는 당구연합회에 진정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당구연합회는 진정서가 접수된 지 1주일 만인 9월11일 1차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1차 징계위원회는 B씨의 복무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를 논하는 자리였다.
 
당시 당구연합회 회장 D씨는 B씨의 무단결근, 회장 불신임 하극상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상태였다. B씨는 진정서가 접수되기 전날인 9월3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진정서 건이 불거지면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자리에서의 소명 발언을 통해 “저는 <스포츠 당구>가 완벽하게 개인지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으로 등록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협회지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였다면 지난 십 몇 년간 국체회에 예·결산이 다 잡혔어야 했는데 그런 적이 없다”면서 “대의원들이나 이사님들이 한 번도 이의 제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게 개인잡지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B씨가 줄곧 편집인으로 있던 <스포츠 당구>는 약 13년간 제호가 세 번, 등록사항이 여섯 번이나 바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쳤다. <스포츠 당구>의 첫 제호는 <당구소식>이었다. 당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였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 주소였다. 이후 제호가 <스포츠 빌리아드>로 바뀌는데 이때 발행소 주소가 연합회와 관계없는 곳으로 변경된다. 
 
고발인은 그 당시기 B씨가 <스포츠 당구>를 사유화하려 했던 1차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서울시가 <스포츠 빌리아드>에 발행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들었다. 서울시는 2008년 <스포츠 빌리아드>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19조에 의한 필요적 게재 사항 중 발행처를 임의로 변경·게재해 발행한 사실에 대해 행정처분을 진행했다.
 
그러자 B씨는 2008년 <스포츠 당구>라는 제호로 잡지를 다시 등록하기에 이른다. 이때는 발행소 주소를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로 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신임 회장인 D씨가 자신을 발행인으로 잡지를 재등록하는 등 등록사항이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8월 초까지 <스포츠 당구>는 안정기를 맞았다. 
 
<스포츠 당구>
사유화 시도
 
하지만 8월12일 B씨는 돌연 서울 송파구청에 <스포츠 당구>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회장의 직인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B씨가 폐업신고서에 기록한 폐업사유는 ‘협회 방침’이었다. 당시 회장이었던 D씨는 펄쩍 뛰었다. 자신은 <스포츠 당구> 폐업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직인을 내준 사실도 없다는 것이었다.
 
B씨는 약 2주 뒤인 8월말경 서울 강동구청에 자신을 발행인이자 편집인으로 하는 동일 제호의 <스포츠 당구>를 등록 신고했다. B씨의 두 번째 잡지 사유화 시도다. 고발인은 <스포츠 당구>의 등록사항과 제호가 바뀌는 동안 B씨가 매월 2500만원 어치의 광고를 수주해 연간 약 2억∼3억원, 13년간 총 32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당구연합회 부회장, 이사 등 임원 3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B씨와 <스포츠 당구>에 관한 의혹을 약 한 달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16일 2차 징계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스포츠 당구>의 성격을 협회지로 결론내리면서 B씨가 광고 수익 등으로 부당 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근거로 중간에 <스포츠 당구>가 2년(<스포츠 빌리아드> 제호로 발행됐던 시기)을 제외하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당구연합회 회장으로 발행됐던 점을 들었다. 협회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또한 B씨가 강동구청에 새로 등록한 잡지에 대한 권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결론 내린 이상 모든 권한을 당구연합회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당구연합회가 B씨를 상대로 낸 정기간행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면서 당구연합회에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송파구청에 낸 폐업신고를 무효로 확인해 주면서 <스포츠 당구>는 협회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진행한 <스포츠 당구>에 대한 폐업신고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폐업신고서를 위조해 진행했기에 이는 무효라고 재결했다. 
 
그럼에도 B씨는 여전히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임원과 대의원의 동의없이 잡지를 13년간이나 계속할 수 있었겠나”라면서 “개인잡지에 협회 이름을 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협회에 권한이 조금 있을 수는 있다”는 말을 남겼다. B씨는 현재 가처분 소송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는 제소 명령 신청을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 B씨가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려면 그간 잡지를 발행하면서 얻은 수익에 대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 자료가 있으면 된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대해 “(세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그 부분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B씨는 <스포츠 당구>가 개인지든, 협회지든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B씨는 현재 <큐스포츠>라는 당구 관련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 <큐스포츠> 홈페이지에는 ‘스포츠당구는 매월 발간되는 당구 관련 월간지로서 전국의 모든 당구장과 동호인, 그리고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매월 무료로 발송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B씨는 이를 두고 “<스포츠 당구> 홈페이지를 바꿔 쓰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면서 수정 조치를 취한 상태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제호만 바뀌었을 뿐 <스포츠 당구> 당시 광고주들이 <큐스포츠>에도 광고를 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라는 게 중론인데, 왜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체부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모든 사안 중 사후 처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재조사를 대한체육회에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지시했는데 경징계로 끝났다던가 하는 정도만 재조사하는 것이지 이미 파면, 해임 등 조치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당구연합회 내부에서 불거져 나왔지만 크게 보면 상급 단체의 관리 소홀도 원인 중 하나”라면서 “이번 일을 제대로 털고 가지 못하면 통합 단체인 (사)대한당구연맹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처리 미흡
문체부 재조사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체육회 산하 단체는 오래 앉아있으면 반드시 때가 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상급 단체의 외부 감사는커녕 내부에서도 감사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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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