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파문으로 본' 언론인 출신 의원님 집중해부

바른말만 한다고? 후배들 입막기 급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KBS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정치권은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에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한국방송공사(이하 KBS) 보도를 통제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번만 도와주시오”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든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해 주시오”라고 말했다.

보도개입 의혹

이날 공개된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2014월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전 국장이 이 전 수석과 통화한 내용이다. 이는 김 전 국장의 폭로로 세상에 공개됐다.

KBS를 유관기관으로 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야권 의원들은 ‘이정현 녹취록’ 파문이 일자 성명을 발표하고 여당을 압박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 미방위 소속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정권의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당장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두 야당 소속 위원들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언론통제 의혹에 대한 소관 상임위 현안질의를 진행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앞서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및 민주주의회복 TF(태스크포스), 미방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권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야권 미방위 위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방송법 위반 상황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공영방송의 편집권을 보장하는 현행 방송법 4조 2항에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때문에 청문회와 현안 질의를 통해 진실을 바로잡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해당 파문에 언론인 출신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미방위에는 전체 24명의 위원들 중 6명이 언론인 출신인데 이들의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미방위에는 새누리당 강효상·민경욱·박대출, 더민주 김성수·신경민·최명길 의원이 포진해 있다.

MBC 기자 출신인 신 의원은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법에 있는 유일한 처벌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라며 “만약 이 전 수석이 수사만 제대로 받고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징역형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해당 파문이 과연 “KBS에만 국한된 일이냐”며 의문을 던진다. 다른 언론에도 관행처럼 진행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명박(MB)정권 때부터 진행된 MBC 길들이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나는 MB정권 초기에 앵커를 하다가 (MBC에서) 잘렸다.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 주주) 이사회는 이미 장악돼 있었다”라며 “그전에 (MBC) 보도국장을 찍어내서 나간 사람이 김성수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다. 당시 정치부장이 최명길 의원이었다. 그렇게 (MB정권이) 인사에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300명 중 20명…미방위에만 6명
녹취록 파문에 “KBS만 아니다”

언급된 이들은 모두 MBC 기자 출신으로 20대 총선에 당선된 사람들이다. 때문에 당선 당시 MBC 정상화를 위해 힘을 기울일 것이란 예상들이 많았다. 이번 파문 또한 언론의 정상화라는 맥락에서 힘을 합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성수 의원은 해당 파문에 대해 “(이 전 수석) 특유의 스타일로 읍소를 했다가 협박도 하면서 (기사를) 빼달라고 한 것”이라며 “청와대 비서실장도 (청와대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 더민주 의원들은 방송의 공정성 실현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다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전 수석의 당시 발언이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KBS 앵커 출신으로 현재 새누리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민경욱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 의원이) 본연의 업무 수행을 했다는 점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홍보수석은 정부의 언론관계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는 분이기에 언론과 일상적 소통을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신문 출신이자 미방위 간사로 역임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이 의원 문제를 언론 통제라는 왜곡된 틀에 가둬 청문회를 요구한 것에 동조할 수 없다”며 “과도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소속 미방위 위원들은 야권의 청문회 요청을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더민주도 같은 생각이다. 원 구성 협상 당시 새누리당이 미방위원장 자리를 사수한 이유가 내년 대선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주장한다. MBC 출신 최명길 의원은 “원구성 협상 초기부터 미방위원장 자리를 자신들이 확보해야한다고 고집한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정당한 청문회 개최 요구를 대선을 염두한 것으로 역공하는 건 미방위에 대한 여당의 장악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실제 원 구성이 되기 전 미방위는 인기 상임위가 아니라는 소문이 국회에 파다했다. 정족수가 미달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여야를 불문하고 지원자가 몰렸고 현재 24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에 종편 심사 등 언론과 관련된 주요 사안들이 걸려있기 때문에 미방위가 인기 상임위가 됐다”며 “정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봐야한다”고 해석했다.
 

해당 파문은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이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로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방송법 105조 벌칙 조항을 보면 ‘(방송법) 4조 2항을 위반한 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이 전 수석이 실형을 선고 받게 되면 의원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들 외에도 국회에는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MBC, 박준영 의원은 중앙일보 출신이다. 미방위 소속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 중 김영우 의원은 YTN, 심재철 의원은 MBC,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국일보, 한선교 의원은 MBC 스타 아나운서 출신이다. 더민주에는 앞서 언급된 사람을 제외하고 김영호(스포츠투데이), 김종민(시사저널), 노웅래(매일경제신문), 민병두(문화일보), 박병석(중앙일보), 박영선(MBC) 의원 등이 있다.

권력을 위해

범위를 넓혀서 보면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대표였으며 방문진 이사로 재직했던 더민주 권미혁 의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지낸 추혜선 의원, 시민일보 사장이었던 더민주 심재권 의원, 제15대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서형수 의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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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