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위조수표 사건 전말

“박연차 비자금 세탁 좀 합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500억 위조수표'의 첫 여정은 울산에서부터 시작됐다. 울산에 있는 한 농협에서 도난당한 자기앞수표 일반권(금액이 기재되지 않은 수표)이 거액의 위조수표로 둔갑해 서울 강남 한복판에 등장했다. 꽤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수표의 존재가 최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 강남에서 500억원대 위조수표를 담보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려던 50대 후반의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검거된 남성은 자신이 가진 수표가 정치권 비자금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이를 담보로 5억원 상당을 대출받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수표의 출처에 대해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2005년 공기총 든
2인조 강도에 털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에 있는 대부업체 직원 A씨는 500억원대 수표가 찍힌 사진 한 장을 문자로 전송받았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사업상 알고 지내던 J(59)씨. A씨에 의하면 J씨는 사진 속 수표를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J씨의 요구에 의심이 생긴 A씨는 은행에 수표 번호 조회를 요청했다. 그 결과 수표가 위조된 것 같다는 은행의 답변이 돌아왔다.

얘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겠지만, A씨는 이후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기지를 발휘했다. J씨에게 대출을 해줄 것처럼 말하면서 일단 사무실로 오라고 답신을 한 것이다. J씨는 A씨의 부름에 의심없이 사무실을 찾아갔다.

A씨는 “(J씨가) 양복을 잘 차려입고 있었다”면서 “신분증 4개, 휴대전화를 4대나 갖고 있어 놀랐다”고 당시 J씨의 행색을 묘사했다. J씨는 A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보이자 대출 금액을 5억원으로 높이기까지 했다.


J씨는 은행에 가서 수표를 돈으로 바꾸지 않고 왜 담보를 걸고 대출을 받느냐는 A씨의 질문에 “사실 이 수표는 박연차 비자금 중 일부다. 통용되지 않는 비자금이라서 은행에서 못 바꾼다”고 답했다고 한다.

J씨는 A씨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작은 가스라이터만한 전기 스틱을 꺼내 수표 용지를 긁으면서 이 방식이 수표가 진짜임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한다는 둥, 필요하면 수표를 발행한 은행의 지점장을 2시간 안에 불러오겠다는 둥의 말을 늘어놨다.

울산 농협서 도난당한 일반수표
2014년 이어 두 번째 수면 위로

그 사이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J씨는 사무실로 들이닥친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J씨는 검거되는 과정에서 30여분간 소리를 지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J씨는 당시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부과된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 중에 있었으며, 사기 등 전과가 20범에 이르는 화려한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J씨가 가지고 있던 수표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J씨가 가지고 있던 수표는 2005년 울산 두북농협 봉계지점에서 도난당한 자기앞수표 일반권 가운데 1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두북농협 봉계지점은 2005년 12월20일 공기총을 들고 침입한 2인조 강도에게 현금과 수표 등 7000만원 상당을 빼앗긴 적이 있다.


당시 사건은 은행에 직접 침입한 2명 외에도 이들을 돕거나 범인들이 입금하기로 한 돈을 찾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까지 총 8명이 범죄에 연루돼 있어 충격을 줬다. 그 중 7명은 같은해 12월 경찰에 검거됐고, 한 사람은 중국으로 달아났지만 다음 해인 2006년 경북 경주에서 잡혔다.

이 과정에서 자기앞수표 일반권도 없어졌는데, 그 중 1매가 J씨의 범행과 연관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의 경우는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해 수표 자체를 위조한 게 아니라, 용지 자체는 진짜이고 그 위에 금액만 위조해 기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J씨는 위조된 수표를 최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J씨에 따르면 최 사장은 위조수표를 J씨에게 건네면서 “이걸 담보로 대부업체에서 5억원을 빌려오라”고 말했다. J씨는 검거되기 전까지 수표가 가짜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J씨에게 수표를 건넸다는 최 사장에 대해 캐묻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라고 말해 수사진을 당혹케 했다.

강남경찰서 유명균 지능범죄 수사과 팀장은 “500억원대 수표 위조 사건은 경찰 생활 동안 본 것 중 가장 큰 액수”라고 했다. 현재 J씨는 사기미수, 위조 유가증권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울산 두북농협 은행 강도 사건에서 도난당한 자기앞수표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서울 동작경찰서는 1000억원 상당의 수표를 위조해 정권 비자금이라고 속여 유통시킨 남성을 검거했던 적이 있다.

대부업체서 돈 빌리려다 덜미
“최 사장이 줬다” 그의 정체는?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류모씨는 정권 비자금으로 발행한 수표가 있는데 이것을 대기업에서 환전하면 15%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대형식당 업주인 장모씨를 속여 사전작업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장씨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자 위조한 수표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동작경찰서가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을 보면 류씨가 범행에 사용했던 수표에는 ‘두북농협 봉계지점’이라는 지점명이 선명하게 박혀있다.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검거된 류씨는 2013년 서울 광진구에서 구모(사망)씨로부터 울산 농협이 발행한 백지 자기앞수표 20매를 1000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이 중 2매를 위조해 범행에 사용했으니 18매가 남은 셈인데, 경찰은 이를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씨가 이번 사건에서 사용한 수표는 당시 수거하지 못한 18매 중 1매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류씨와 J씨가 돈의 출처에 대해 말한 부분도 눈여겨볼만 하다. 류씨는 장씨에게 수표를 넘기는 과정에서 출처를 ‘DJ정권 정치자금으로 발행한 것’이라고 했다 한다. J씨가 범행에 사용하려던 위조수표를 박연차 비자금의 일부라고 말한 것처럼 두 사람 모두 위조된 수표를 유통시키고, 유통시키려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관련된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정치자금 용도”
진짜 누가 있나?

류씨 사건 당시 경찰 관계자는 정권 비자금 등을 운운하며 고액의 약속 어음이나 수표를 담보로 제공할 경우 해당 은행에 위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남경찰서 유 팀장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17매의 자기앞수표에 대해 “누군가 또 다시 수표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그것들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화 <기술자들> 실사 2013년 100억 수표 위조사건 전말

31명이 한장에 매달렸다

위조수표를 이용한 사기 범죄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수표를 돈으로 바꿀 때는 은행에서 번호를 확인하고 잔고가 있을 때만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은 위조수표 범죄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위조수표로 인해 피해를 본다면 개인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2013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0억원 수표 위조사건’은 가담자만 31명에 이르는 등 그 규모뿐만 아니라 치밀한 계획과 대담성 때문에 희대의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다.

치밀한 계획에 대담무쌍
희대의 사건으로 유명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3년 6월12일 경기도 수원 정자동의 한 은행에 100억원대 자기앞수표를 든 남성이 찾아왔다. 남성이 맡긴 돈은 두 개의 법인 계좌로 나뉘어 이체됐는데, 꼭 사흘 만에 명동 주변 은행에서 3억원은 현금으로, 97억원은 외화로 인출됐다. 문제는 이 수표가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였다는 점이다.

범행의 총책이었던 나모씨는 알고 지내던 김모씨 등과 함께 한장의 위조수표로 100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사채업자, 은행 현직 간부 등 다양한 사람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경찰에 의해 꼬리가 잡히면서 이들의 사기 행각도 막을 내렸다. 나씨는 검거 당시에도 1000억원대 추가 범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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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