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 불법 토지전용 의혹

농사 안하면서 논밭은 뭐하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토지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용도에 맞지 않는 토지의 개발 및 이용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행정당국의 눈을 피해 토지를 본래의 용도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곤 한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역시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에이스침대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침대제조업체. 에이스침대가 과거 사치품 혹은 악세서리 정도로 비춰지던 침대를 오늘날 필수 생활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일등회사 오너
숨겨진 땅에선…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고공행진을 안성호 사장의 젊은 리더십과 연결 짓는다. 안유수 회장에 이어 에이스침대의 전권을 넘겨 받은 안 사장은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는 침대시장에서 에이스침대가 줄곧 업계 선두를 수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안 사장에게도 허물은 존재한다. 경기도와 충청북도 일대에서 포착된 다수의 토지가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토지 상당수는 불법 전용 의혹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취재 결과 안 사장 명의로 된 토지는 경기도 이천시(7722㎡), 여주시(4953㎡), 광주시(4269㎡) 일대와 충북 음성군(1만3105㎡)에서 다수 발견됐다. 해당 토지들의 총 면적은 3만49㎡(9089평)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전용이 의심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일대에 위치한 농지는 불법전용이 명백히 드러난 곳이다.

안 사장은 진우리 일대에 408-3번지(641㎡, 밭), 418-7번지(3437㎡, 밭), 419번지(875㎡, 논) 등 3곳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지목은 모두 농지(논, 밭)으로 표시돼 있지만 농지로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긴 힘들다.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처럼 꾸며진 곳이 필지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일부 지역은 콘크리트가 발라진 상태다. 대번에 농업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농지법34조'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농지법34조는 농지를 본래 용도로 사용하지 않거나 타 용도로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계법56'조에도 저촉될 수 있다.
 

해당지역 행정당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도척면사무소는 지난달 24일 현장을 확인 후 이곳 필지의 일부 면적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이에 다른 원상복구 명령이 해당 토지 소유주인 안 사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유예기간을 거친 상태에서 원상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계기관 고발 등 행정조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음성·여주·이천·광주 일대에 3만㎡ 소유
상당수 토지서 불법 흔적 ‘못잡나 안잡나’

이천시 부발읍 고백리에 위치한 안 사장 명의의 토지들은 예외 규정이 허용된 사례다. 안 사장은 고백리에 11-2번지(2615㎡, 논), 11-7번지(5107㎡, 논) 등 두 개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두 필지 모두 기본 용도는 농지임에 분명하다.

해당 토지의 실소유주가 박 사장이라는 점에서 농지법6조 위반 혐의를 생각해봄 직하다. 현행 농지법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해당 농지의 주인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지만 회사 경영만으로도 바쁜 안 사장이 농사를 직접 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위탁경영 금지를 명시한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농지법6조2항은 농지법 시행일(1996년 1월1일) 이전부터 소유한 농지의 경우 농업 경영 목적이 아니더라도 토지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안 사장의 소유권 이전일은 1990년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 필지는 개인간 임대차가 허용되는 위탁경영 허용 구역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다만 애초부터 안 사장이 원래 지목에 맞게끔 토지를 이용하고자 필지를 구입했다고 보기 힘든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주시 가남읍 상활리 일대 토지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은 불법전용이 아니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용도에 맞게끔 토지를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521-1번지(609㎡, 밭)는 농업 용도로 사용된 듯한 흔적과 소유권 이전일이 2008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위반 사항을 절대적으로 피해간다고 보긴 애매하다.  520-13번지(641㎡, 임야)는 공소시효를 지난 만큼 산지관리법 위법사안이라고 보긴 힘들고 대신 원상복구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곳곳에 의문
의도된 계획?

더 큰 문제는 음성군에서 비롯된다. 삼성면 상곡리 일대에 안 사장 명의로 된 필지는 10곳에 이르고 면적을 합산하면 1만㎡를 훌쩍 뛰어 넘는다. 모두 지목이 농지다. 해당 필지들은 삼성농공단지에 위치한 에이스침대 음성공장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상곡리 일대에서 가장 논란이 될 법한 필지는 321-5번지(2175㎡, 밭)다. 농지인 이곳의 소유주가 안 사장이라는 점에서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하는 농지법 6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음성군은 아직까지 현장점검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불법사항에 대해 인지할 경우 농지로 원상회복 또는 고발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313(1021㎡, 밭), 314번지(3002㎡, 논), 315번지(1474㎡, 밭), 316번지(3094㎡, 밭), 316-31번지(516㎡, 밭), 316-48번지(528㎡, 밭) 등에서도 농지법6조/8조와 국계법56조의 위반 의혹을 생각해봄직 하다.

에이스침대 측은 안 사장 명의의 일부 토지에 대한 불법전용 의혹에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의 일이 아닌 개인과 관련된 일이기에 회사 차원의 특별한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회사 차원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이후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행정당국의 결정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 맞네∼
앞 다툰 구설


공교롭게도 안 사장 소유의 토지에서 빚어진 불법전용 의혹은 시몬스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그의 동생, 즉 안정호 사장의 사례와 닮았다.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일대에 10만㎡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안정호 사장은 한동안 불법전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에 위치한 안정호 사장 명의의 상당수 토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지전용을 하고자 할 때는 대상농지의 소재지 관할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을 거친 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불법전용 혹은 위탁경영을 자행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행정당국은 약소하게나마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땅 구설’ 형제 나란히 도마에
동생 시몬스 사장도 무단 전용

물론 '안성호·정호' 사장이 소유한 토지 곳곳에서 드러난 불법 전용의 흔적을 무작정 고의적인 의도로 매도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을 얻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통상 토지 소유자가 불법으로 전용을 일삼는 건 전용에 따른 부담금과 함께 개발이익부담금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그만큼 토지 소유주의 체감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행정당국은 1㎡당 5만원의 전용 부담금을 매긴다. 만약 전용 허가를 받더라도 향후 전용한 토지의 가격이 오를 경우 거래 시 오른 금액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토지 소유주 상당수가 불법으로 지목을 변경하는 이유 역시 금전적 부담을 없애기 위한 포석이다. 즉, 조용히 가지고 있다가 팔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 이득을 취하더라도 행정당국에 적발되지 않는다면 농지로 이용하는 것보다 기대수익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행정당국의 미비한 대응의지가 불법전용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산지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지났어도 제대로 된 불법전용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당국이 앞장서 원상복구가 이뤄졌는지 감시해야 하지만 이를 그냥 지나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토지에서 불법전용을 확인하더라고 시정명령만 내릴 뿐 추가로 무거운 법적 제재를 기대하기 힘들 때가 많다.

손 놓은 당국
솜방망이 처벌

한 토지 전문가는 “불법전용 여부는 해당 행정당국의 농지과/산지과/도로과 등이 합동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역할 범위 안에서만 답을 내릴 때가 많다”며 “허가를 안 받고 무단으로 전용 하더라도 지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을 들고 나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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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