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 불법 토지전용 의혹

농사 안하면서 논밭은 뭐하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토지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용도에 맞지 않는 토지의 개발 및 이용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행정당국의 눈을 피해 토지를 본래의 용도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곤 한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역시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에이스침대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침대제조업체. 에이스침대가 과거 사치품 혹은 악세서리 정도로 비춰지던 침대를 오늘날 필수 생활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일등회사 오너
숨겨진 땅에선…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고공행진을 안성호 사장의 젊은 리더십과 연결 짓는다. 안유수 회장에 이어 에이스침대의 전권을 넘겨 받은 안 사장은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는 침대시장에서 에이스침대가 줄곧 업계 선두를 수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안 사장에게도 허물은 존재한다. 경기도와 충청북도 일대에서 포착된 다수의 토지가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토지 상당수는 불법 전용 의혹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취재 결과 안 사장 명의로 된 토지는 경기도 이천시(7722㎡), 여주시(4953㎡), 광주시(4269㎡) 일대와 충북 음성군(1만3105㎡)에서 다수 발견됐다. 해당 토지들의 총 면적은 3만49㎡(9089평)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전용이 의심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일대에 위치한 농지는 불법전용이 명백히 드러난 곳이다.


안 사장은 진우리 일대에 408-3번지(641㎡, 밭), 418-7번지(3437㎡, 밭), 419번지(875㎡, 논) 등 3곳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지목은 모두 농지(논, 밭)으로 표시돼 있지만 농지로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긴 힘들다.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처럼 꾸며진 곳이 필지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일부 지역은 콘크리트가 발라진 상태다. 대번에 농업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농지법34조'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농지법34조는 농지를 본래 용도로 사용하지 않거나 타 용도로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계법56'조에도 저촉될 수 있다.
 

해당지역 행정당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도척면사무소는 지난달 24일 현장을 확인 후 이곳 필지의 일부 면적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이에 다른 원상복구 명령이 해당 토지 소유주인 안 사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유예기간을 거친 상태에서 원상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계기관 고발 등 행정조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음성·여주·이천·광주 일대에 3만㎡ 소유
상당수 토지서 불법 흔적 ‘못잡나 안잡나’

이천시 부발읍 고백리에 위치한 안 사장 명의의 토지들은 예외 규정이 허용된 사례다. 안 사장은 고백리에 11-2번지(2615㎡, 논), 11-7번지(5107㎡, 논) 등 두 개의 필지를 보유한 상태다. 두 필지 모두 기본 용도는 농지임에 분명하다.

해당 토지의 실소유주가 박 사장이라는 점에서 농지법6조 위반 혐의를 생각해봄 직하다. 현행 농지법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해당 농지의 주인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지만 회사 경영만으로도 바쁜 안 사장이 농사를 직접 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위탁경영 금지를 명시한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농지법6조2항은 농지법 시행일(1996년 1월1일) 이전부터 소유한 농지의 경우 농업 경영 목적이 아니더라도 토지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안 사장의 소유권 이전일은 1990년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 필지는 개인간 임대차가 허용되는 위탁경영 허용 구역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다만 애초부터 안 사장이 원래 지목에 맞게끔 토지를 이용하고자 필지를 구입했다고 보기 힘든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주시 가남읍 상활리 일대 토지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은 불법전용이 아니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용도에 맞게끔 토지를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521-1번지(609㎡, 밭)는 농업 용도로 사용된 듯한 흔적과 소유권 이전일이 2008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위반 사항을 절대적으로 피해간다고 보긴 애매하다.  520-13번지(641㎡, 임야)는 공소시효를 지난 만큼 산지관리법 위법사안이라고 보긴 힘들고 대신 원상복구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곳곳에 의문
의도된 계획?

더 큰 문제는 음성군에서 비롯된다. 삼성면 상곡리 일대에 안 사장 명의로 된 필지는 10곳에 이르고 면적을 합산하면 1만㎡를 훌쩍 뛰어 넘는다. 모두 지목이 농지다. 해당 필지들은 삼성농공단지에 위치한 에이스침대 음성공장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상곡리 일대에서 가장 논란이 될 법한 필지는 321-5번지(2175㎡, 밭)다. 농지인 이곳의 소유주가 안 사장이라는 점에서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제한하는 농지법 6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음성군은 아직까지 현장점검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불법사항에 대해 인지할 경우 농지로 원상회복 또는 고발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313(1021㎡, 밭), 314번지(3002㎡, 논), 315번지(1474㎡, 밭), 316번지(3094㎡, 밭), 316-31번지(516㎡, 밭), 316-48번지(528㎡, 밭) 등에서도 농지법6조/8조와 국계법56조의 위반 의혹을 생각해봄직 하다.

에이스침대 측은 안 사장 명의의 일부 토지에 대한 불법전용 의혹에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의 일이 아닌 개인과 관련된 일이기에 회사 차원의 특별한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회사 차원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이후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행정당국의 결정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 맞네∼
앞 다툰 구설


공교롭게도 안 사장 소유의 토지에서 빚어진 불법전용 의혹은 시몬스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그의 동생, 즉 안정호 사장의 사례와 닮았다.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일대에 10만㎡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안정호 사장은 한동안 불법전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에 위치한 안정호 사장 명의의 상당수 토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지전용을 하고자 할 때는 대상농지의 소재지 관할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을 거친 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불법전용 혹은 위탁경영을 자행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행정당국은 약소하게나마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땅 구설’ 형제 나란히 도마에
동생 시몬스 사장도 무단 전용

물론 '안성호·정호' 사장이 소유한 토지 곳곳에서 드러난 불법 전용의 흔적을 무작정 고의적인 의도로 매도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을 얻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통상 토지 소유자가 불법으로 전용을 일삼는 건 전용에 따른 부담금과 함께 개발이익부담금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그만큼 토지 소유주의 체감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행정당국은 1㎡당 5만원의 전용 부담금을 매긴다. 만약 전용 허가를 받더라도 향후 전용한 토지의 가격이 오를 경우 거래 시 오른 금액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토지 소유주 상당수가 불법으로 지목을 변경하는 이유 역시 금전적 부담을 없애기 위한 포석이다. 즉, 조용히 가지고 있다가 팔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 이득을 취하더라도 행정당국에 적발되지 않는다면 농지로 이용하는 것보다 기대수익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행정당국의 미비한 대응의지가 불법전용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산지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지났어도 제대로 된 불법전용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당국이 앞장서 원상복구가 이뤄졌는지 감시해야 하지만 이를 그냥 지나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토지에서 불법전용을 확인하더라고 시정명령만 내릴 뿐 추가로 무거운 법적 제재를 기대하기 힘들 때가 많다.

손 놓은 당국
솜방망이 처벌

한 토지 전문가는 “불법전용 여부는 해당 행정당국의 농지과/산지과/도로과 등이 합동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역할 범위 안에서만 답을 내릴 때가 많다”며 “허가를 안 받고 무단으로 전용 하더라도 지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을 들고 나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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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