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시몬스 사장 농지 불법전용 의혹

회사일도 바쁜데 주말마다 농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기업 사장이 포착됐다. 몇 해 전 비슷한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던 전력이 있건만 별다른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전에 논란이 됐던 곳과 행정구역을 공유한다. 매일 출퇴근하는 건물의 옥상에서 훤히 보이는 문제의 땅을 볼 때마다 당사자는 어떤 생각에 잠길지 궁금할 따름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모토로 내건 시몬스는 국내 2위 침대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1992년 설립 이래 착실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침대회사로 입지를 공고히 한 상태. 과거 사치품 혹은 악세서리 정도로 비춰지던 침대가 오늘날 필수 생활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또 불거진
농지 구설

수치로 드러나는 실적 추이는 시몬스의 최근 상승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418억원으로 1271억원이던 2014년에 비해 10% 가까이 뛰어 올랐다. 단순히 매출만 오른 게 아니다. 256억원의 영업이익은 132억원이던 전년과 비교해 두배 가까이 급증했고 순이익은 109억원에서 166억원으로 치솟았다. 모든 실적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시몬스의 고공행진을 안정호 사장의 젊은 리더십과 연결 짓는다. 2001년 4월 시몬스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안 사장은 시몬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경영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시몬스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이천시에서 안 사장은 솔선수범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설 명절을 맞이해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약 4000만원 상당의 이천쌀을 이천시에 기탁했다. 모가면 신갈1리 마을회관 건립비용으로 전체 사업비 3억2000만원 가운데 2억2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상생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안 사장에게도 낙인처럼 뒤따르는 지우고 싶은 흔적이 존재한다. 안 사장이 직접 나서 지역 사랑을 실천하던 이천시에서 촉발된 논란이었다는 점에서 낯설게 받아들여질 뿐이다.

2014년 안 사장은 불법 농지 매입 의혹에 휘말렸다. 이천시 모가면 일대 약 3만7890㎡의 농지를 2011년 매입해 농업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채 가지고 있다가 적발된 혐의다.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소재지 관할 자치단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천 모가면 일대 농업용도 적발
감사원 감사 시작되자 급히 처분

2014년 9월 초 감사원이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안 사장이 문제의 토지를 판매한 시점은 10여일이 지난 후였다. 시기가 맞아 떨어지자 안 사장이 서둘러 농지를 처분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모가면 일대의 토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면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게 정상이건만 안 사장은 사뭇 달랐다. 취재 결과 안 사장의 불법 농지 획득 및 전용의 증거로 의심되는 사안이 이천시의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모가면 신갈리에서 장소가 대월면 장평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안 사장은 대월면 장평리 일대에 10만㎡ 이상의 토지를 보유한 상태다. 지번에 따라 낱개로 쪼개면 약 20곳의 필지에 이른다. 모두 안 사장 명의로 된 토지다.

흥미로운 사실은 안 사장이 보유한 토지 상당수가 에이스침대 제3공장을 둘러싼 형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몬스의 본사는 이 곳에서 2∼3km 떨어진 대월면 대평로 590(장평리 232번지)에 위치한다. 두 회사는 형제가 각각 독립 경영하는 체제다. 침대시장 1위인 에이스침대를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2위인 시몬스는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안유수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지역에 위치한 안 사장의 거의 모든 토지는 지목이 농지와 산지로 이뤄졌고 일부 과수원 부지를 포함한다. 상당수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다.

의심 부르는
이상한 흔적들

농업진흥구역은 농지가 집단화되어 농업 목적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땅을 일컫는다. 농업진흥구역 안에서는 농업 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토지 이용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즉, 농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은 법에 위반됨을 뜻한다. 

따라서 농지전용을 하고자 할 때는 대상농지의 소재지 관할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을 거친 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농지를 원래 용도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농지 전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용도로 사용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곤 한다. 안 사장의 사례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논란이 될 법한 필지는 ‘장평리 7-1번지’ 일대, ‘장평리 2-2번지’ 일대로 귀결된다.

7709㎡에 달하는 장평리 7-1번지 일대의 농지는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지역이다. 지목이 논으로 돼 있는 이곳은 농사를 위한 준비가 착실히 이행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곳의 소유주인 안 사장이 땅을 고르고 농사를 짓기 위해 기반을 닦았다고 봐야 할까.

시몬스라는 2등 침대기업을 경영하는 것만 해도 바쁜 판국에 안 사장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차라리 이 땅을 안 사장이 아닌 누군가 대신 경작한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문제는 7-1번지 일대의 농지는 농지법 23조에서 말하는 위탁경영이 금지 구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농지법 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몇 가지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만 7-1번지의 경우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통한 토지 이용은 금지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 사안에 대해 시몬스 측은 “안 사장이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손을 댄 땅이 맞다”는 답변을 전해 왔다. 즉, 7-1번지에서 안 사장이 직접 땅을 일구고 농사일을 한 만큼 위법 사항과는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토지 확인…대월면 10만㎡ 이상 보유
농업진흥구역에…이 부지 역시 논란

장평리 2-2번지(3494㎡) 일대 역시 농지 불법 전용이 의심되긴 마찬가지다. 지목이 논으로 돼 있는 이곳은 원래대로면 경작이 이뤄져야 하는 토지이지만 농지로 보기에는 많은 의문이 따른다.

일단 임의적으로 필지 중간에 전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인공적인 성토절토 과정을 떠올려 봄직하다. 양쪽으로는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일종의 양어장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사실상 경작이 가능한 토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주변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농업 이외의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농업과 상관 없는 용도로 불법 전용됐을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행정당국에서 농업진흥구역 안에서의 땅을 전용하도록 허가를 쉽사리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지법 32조는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농업 생산 또는 농지 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아니한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해석에 따라 농지법 32조 이외에도 농지법 6/8/9/23조와 국계법 56조에 의율(법적인 조건이 갖춰진 사실이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죄의 경중에 따라 법을 적용함)될 수도있는 사안이다.

시몬스 측은 “무단 전용이 아니라 원래 이곳은 농업용 저수지로 되어 있던 곳이었다”며 ”중간에 변경이 있긴 했지만 원래대로 복원한 게 지금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인 출입금지
양쪽엔 물웅덩이

장평리 산 3-5번지 일대 역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장평리 산 3-5번지 일대는 지번이 임야로 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산 3-5번지 하나의 면적만 따져도 2만5119㎡에 달한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준보존산지인 이곳은 넓은 대지에 성토 절토 과정을 거쳐 잔디를 심은 정원 쯤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다만 장평리 산 3-5번지 인근에는 한눈에 봐도 고가로 보이는 소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다. 시몬스 측은 이를 토대로 이 구역을 소나무 가식장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목인 임야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당정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까. 확인 결과 이 구역은 이천시에서도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채 임의로 전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곳이었다. 다만 이천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원상복구 명령만 명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지번이 임야로 된 곳은 산지관리법에 의거 전용하거면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행 산지관리법 14조는 산지전용을 하려는 자는 그 용도를 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지의 종류 및 면적 등의 구분에 따라 산림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이런 과정을 생략했던 시몬스에게 행정당국이 약소하게나마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해석 가능하다.

시몬스 측 관계자는 “지목에 맞게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용도에 맞게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며 “행정처분에 따라 복구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지금은 이를 따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스가 복구의 의지를 뚜렷이 표출했다고 보기엔 미심쩍다. 이천시 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 2월19일까지 이 지역은 별다른 외형 변화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장평리 장평리 7-1번지, 장평리 2-2번지, 산 3-5번지 이외에도 안 사장이 장평리 일대에 소유한 필지 곳곳에서 불법 전용을 의심할만한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목이 과수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용도로 의심되는 구역(장평리 3-2번지, 장평리 3-3번지), 농지가 도로처럼 쓰이는 경우(장평리 3번지)도 해석에 따라 농지전용 의혹을 살 만한 구역이다.

농업 이외 금지
회사 “직접 농사”

한 토지 전문가는 “농지는 지목대로 사용되어야 함이 기본이지만 다른 용도로 불법사용된 정황이 간혹 드러날 때가 있다”며 “통상 이런 경우 농지법에서 말하는 농업경영과 무관한 행위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만약 당국의 허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행위였다면 관련법에 의거해 책임을 묻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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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