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관왕’ 홍만표 면죄부 후폭풍

“또 제 식구 봐주기” 역시 대한민국 검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줬다. ‘우리 식구(?) 중에는 청탁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가 검찰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홍 변호사에 이어 수사선상에 오른 두 현직 검사에 대한 결과도 비슷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검찰 안팎에선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 여론이 들끓지만 이를 무마할 ‘카드’가 대기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검찰은 최근 경찰들과 관련한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이 제 식구 수사를 제대로 했겠느냐?”

부장검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검찰 청탁·알선 명목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홍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홍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지방세기본법 위반 등 4개 죄명이 적용됐다.

날카로운 칼끝
왜 무뎌졌을까

검찰은 이날 홍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수사검사의 ‘정운호 봐주기’ 등 소위 전관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검사들이 홍 변호사에게 전관예우를 한 적이 없으며, 로비 또한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홍 변호사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검사 등을 두 차례 찾아갔고, 이들과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해당 고위 관계자가 ‘정 대표를 구속할 것’이라며 ‘싸늘하게’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던 검찰 전관로비 의혹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피의자 외에 털끝 하나 안 다치는 정밀 수사”라고 평가했다. 앞서 홍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제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변호사의 말처럼 검찰은 ‘법조계 선배’가 감당할 정도의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 외에 정운호 법조비리에 엮인 또 다른 법조인은 박모 부장검사다. 검찰은 정 대표에게 억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박 검사의 자택과 그가 근무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사무실을 지난 21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박 검사의 개인 통장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지난 2014년 정 대표의 지인 최모씨를 통해 감사원 감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상가 운영업체로 A사를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정 대표는 앞서 A사의 사업권을 매수해 사업을 확장 중이었다. A사가 감사를 받게 되면 정 대표의 사업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대표가 박 검사를 통해 해당 감사 무마를 시도했으며, 박 검사는 해당 감사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감사원 간부에게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는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 검사에게 자금을 전달한 최모씨에게서 구체적인 돈 전달 장소와 시기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검사가 지난달 초 뇌출혈로 입원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박 검사는 실어증을 보이는 등 인지·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방문조사를 비롯한 조사 방법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검사가 실제 감사원 간부에게 해당 자금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운호 구명로비 ‘혐의 없음’ 결론
전관예우 없었다? “먼지만 털었다”


그런데 박 검사에 대한 수사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홍만표는 살리고 다른 검사 사건을 꺼내 체면치레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박 검사는 홍 변호사와 가까운 ‘실세 법조인’과 달리 쳐내기기 쉽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온다.
 

박 검사는 사법연수원 16기로 김현웅 법무부장관, 김수남 검찰총창 등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동기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박 검사는 서울고검에 근무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서울고검은 한직으로 통한다. 조직 서열상 서울지검의 상급 기관이지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반부패부 제외) 실제 영향력은 전무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고검은 주로 항고사건과 관련한 법률 자문 및 행정업무 등을 처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장 만만한 게 고검 검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홍 변호사에게 청탁 받은 의혹이 있는 실세 검사(박 지검장과 최 3차장검사) 대신 비주류인 박 검사를 제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박 검사에 대해서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기소 중지’ 등 면죄부를 줄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세 살리고
비주류 쳐내나

이와 함께 상반기 법조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진경준 사건’이다. 그런데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100억대 시세 차익 의혹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진경준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롯데그룹 비자금 사건 등이 터지며 사실상 톱이슈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시세 차익 의혹과 관련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더딘 수사 속도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검찰은 김 대표를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진 전 검사장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 2005년 넥슨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2500원에 매입했다. 주식 매입 대금은 4억5000만원이다. 그런데 진 전 검사장은 지난해 보유 중인 넥슨 일본법인 주식을 전량 매각하며 126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당시 시민사회 안팎에선 대박 주식 거래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4월12일 “현직 검사가 성장성이 높은 넥슨 주식을 뇌물로 받은 것”이라며 진 전 검사장을 대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이첩됐다.

지난 11일 고발인 조사를 받은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이 사건은 당연히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며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 출자를 포기하고 넥슨재팬을 만들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특수한 사람들에게만 주식을 나눠줬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중은 제 머리
못 깎는데…

이에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에 대한 시세 차익 의혹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거짓으로 소명했다며 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주식 취득 및 처분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같은 달 진 전 검사장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이 적지 않았다.


최근 전·현직 검사들의 비리가 쏟아지면서 검찰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일각에선 물타기를 의심할 정도로 서울중앙지검 일선 부서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던 지난 1일 형사5부는 폭스바겐을 압수수색했다. 특수2부는 1년 가까이 끌어 오던 KT&G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튿날 오전엔 방위사업수사부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의혹과 관련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판·검사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유의미한 진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4일 진경준 사건이 언론 보도로 재점화되자 국민적 공분은 검찰에 쏠렸다. 공교롭게도 나흘 뒤 반부패범죄특별범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등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벌인 수사 대부분이 시기에 구애 받지 않는 기획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다’는 세간의 의심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검찰은 현재 대기업 사정과 별개로 경찰 수사 카드를 만지고 있다. 홍 변호사의 전관로비 의혹에 대한 무혐의 수사가 문제가 되자 이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신자용 부장검사)에서는 두 건의 경찰 비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민에 뺨맞고 경찰에 화풀이
비난 여론 덮을 카드 대기?

첫 번째 건은 지난 3월에 터질 뻔했던 ‘북창동 게이트’(일요시사 1050호, 1054호 참조) 사건이다. 당시 북창동에 있는 B룸살롱 바지사장 주모씨는 “업소 실질 사장인 봉모씨가 경찰과 세무서 직원에게 수십년간 로비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주씨와 봉씨의 동업자 서모씨와 이모씨를 지난 3월 조사했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형사 4부는 B룸살롱과 서씨와 이씨의 집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B룸살롱 경리 탁모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형사 4부는 이 때 압수수색에서 ‘관처리 비용’이라는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처리 비용은 공무원(경찰, 구청 공무원, 세무서 직원)에게 상납한 리스트를 의미한다. 이때는 정 대표의 법조비리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홍 변호사와 얽힌 검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시기였다.

SBS는 지난 22일 검찰이 강남 룸살롱 단속 정보를 흘려준 브로커를 구속했으며, 브로커가 경찰에게 상납한 로비리스트를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로부터 이틀 뒤다. 공교롭게도 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형사 4부였다. 형사 4부가 국면전환용으로 경찰 비리를 ‘전담 마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경찰 관계자들은 “검찰이 표적수사(정치적인 목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인물을 정해 놓고 벌이는 수사. 편파성이 문제가 되곤 한다)를 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새 법조계 내부비리 때문에 (경찰을 수사해 법조비리를) 희석하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본건과 별도로
경찰비리 수집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도 검찰의 이런 움직임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사위 출신 한 법조인은 “쥐고 있던 것을 터트려서 물타기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인지사건은 처리 시한이 없으므로 검찰이 패를 쥐고 있다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수사 중인 경찰 수사 두 건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항으로 가타부타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만표 비리' 특검 가능성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내부 인사들에 대해 ‘로비와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중심으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정운호 게이트’와 법조 비리에 대해 국회 청문회를 열자고 합의한 야3당은 특검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사정기관 내부 식구의 문제를 스스로 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큰 만큼 (법조비리 사건이야말로) 가장 특검에 적합한 사건이라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법사위 간사인 이용주 의원도 “특검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도부와 향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이번 법조비리를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변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정운호 대표를 둘러싼 법조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실제 로비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검찰 스스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회는 하루 빨리 특검을 구성해 사법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자정 작용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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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