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선수들 인종차별 논란

아시안이 LPGA 망친다고?

지난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출신 원로 골퍼 잰 스티븐슨(호주)은 “아시아권 선수들이 LPGA투어를 망치고 있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이 같은 스티븐슨의 발언은 큰 물의를 빚었다. 당시 스티븐슨은 LPGA투어가 미국선수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스의 발언은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자리를 굳힌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비하한 발언과 맞먹는 인종차별적 망언이었다. 스티븐슨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LPGA투어에서 비영어권, 특히 아시아권 선수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 엄존한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아시안 투자로
성장하는 LPGA

아시아권 선수에 대한 차별 논란은 2008년 LPGA투어가 비영어권 출신 선수를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치러 불합격하면 투어대회 출전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거센 반발로 결국 영어시험 방안은 백지화됐지만,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널리 확산되는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LPGA투어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우승을 휩쓰는 바람에 미국에서 점점 인기를 잃어간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 국내 골프팬 가운데도 상당수가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왜곡된 시각을 증폭시키는 것은 LPGA투어가 갈수록 아시아권 선수들의 잔치판이 되어 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 치러진 12개 대회 가운데 5개 대회 우승트로피는 한국선수가 차지했고 한국 태생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개를 가져갔다. 일본 국적의 노무라 하루도 우승컵 2개를 챙겼다. 또 한국인 부모를 둔 이민지(호주), 그리고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이 각각 1승씩 챙겼다. 13개 대회 가운데 12개 대회 우승자가 아시안 핏줄인 셈이다. 미국 국적 챔피언은 혼다 LPGA 타일랜드를 제패한 렉시 톰프슨(미국)가 유일하다. 국적이 미국이지만 LPGA투어 인기 스타나 기대주 가운데 아시아계가 적지 않다.


올해 13개 대회서 아시안 12회 우승
성적 고공행진에 시샘어린 시선 늘어

스티븐슨이 아시아권 선수가 LPGA투어를 망친다고 주장한 2003년 시즌에는 31개 대회 가운데 아시아권 선수가 우승한 대회는 10개였다. 박세리(39·하나금융)와 캔디 쿵(대만)이 각각 3승씩 거뒀고 한희원(37)이 2승, 박지은(37), 안시현(32)이 각각 1승씩 올렸다. 아시아권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스티븐슨의 주장이 맞다면 아시아 출신 우승자가 훨씬 많아진 지금 LPGA투어는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LPGA투어는 오히려 더 발전하는 중이다. LPGA투어는 지난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위축됐다. 2011년 대회는 고작 23개만 개최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회가 33개로 늘어났고 상금은 2011년보다 56%나 증가했다. 올해 LPGA투어는 지난해보다 대회는 2개, 상금은 400만달러가 늘어났다. 분명한 성장세다.

인기 폭증
선순환 구조

LPGA투어가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한 데는 아시아의 힘이 컸다. 미국 골프 칼럼니스트 랜들 멜은 트위터에 “예전에 어떤 유명 선수가 말하기를 아시안이 LPGA를 망친다고 했다. 사실은 아시아가 LPGA투어를 구해냈다”고 썼다. 스티븐슨의 ‘망언’이 틀렸다는 것이다.

2011년 LPGA투어 대회 23개 가운데 아시아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대회는 7개뿐이었다. 지금은 14개로 늘었다.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가 늘어난 덕도 있지만, 미국 땅에서 열리는 대회 18개 가운데 3분의 1에 이르는 6개가 아시아기업 후원으로 개최된다. 아시아기업의 손길이 없었다면 LPGA투어는 고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일본
LPGA ‘큰손’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2008년 이후 고사 위기에 빠진 LPGA투어를 구해낸 것은 해외로 눈을 돌린 덕”이라며 “아시아에서 건너온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LPGA투어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완 커미셔너가 말한 ‘해외’는 아시아지역과 아시아기업이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자 아시아지역에서 LPGA투어의 인기가 폭증하고 이에 따라 후원하겠다는 기업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LPGA투어 중계권을 비싼 값에 산 것도 LPGA투어에 큰 힘이 됐다. 아시아권 선수가 늘어났고 다들 뛰어난 성적을 내기에 아시아 각국 방송사가 LPGA투어 중계권 구매에 선뜻 돈을 지불한다.

LPGA투어 마케팅 담당 존 포더니 이사는 “투어 수입은 2008년보다 60%가량 늘었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절반이 넘는다”고 밝혔다.

아시아기업 투자 늘수록 규모 확대
투자 없었다면 “고사했을 것” 분석

아시아권 선수들이 영어에 서투르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박인비(28·KB금융), 최나연(29 ·SK텔레콤), 유소연(26·하나금융) 등 한국선수와 쩡야니(대만),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은 모두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하고 프로암 파트너와 대화한다. 주니어 때 미국에 유학하거나 미리 영어를 익힌 뒤 미국에 건너오는 선수가 부쩍 늘었다.

이렇듯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기업의 후원이 LPGA투어의 마케팅 동력이 됐다. 올 시즌 열리는 LPGA투어 대회 가운데 절반 이상의 타이틀스폰서가 아시아기업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16년은 지난해보다 최대 3개가 늘어난 34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기업은 15개, 44%나 된다. 특히 국산골프공 생산업체 볼빅이 나서 볼빅챔피언십을 창설했다.

한국은 이미 LPGA투어의 ‘큰손’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을 비롯해 JTBC파운더스컵(150만달러), KIA클래식(170만달러), 롯데챔피언십(180만달러) 등을 열고 있다. 볼빅이 합류하는 내년에는 일본과 같은 5개 대회로 LPGA투어에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일본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NA인스퍼레이션(250만달러)과 리코브리티시여자오픈(300만달러) 등 메이저가 2개다. 여기에 혼다LPGA타일랜드(150만달러)와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130만달러), 토토재팬클래식(150만달러) 등이 있다. 후원한 상금만 무려 980만달러(113억원)에 이른다.

한층 커지는
아시아 의존도

LPGA투어의 아시아 의존도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는 현실적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영역을 넓혀야 하고 그 대상이 바로 아시아다.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에서의 성공적인 마케팅에 자신감을 얻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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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