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의 남자’ 이원종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공중전화 수금원서 청와대 2인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 자리에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이 투입됐다. “소통과 협치의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회동을 한지 불과 이틀 만에 청와대 참모진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4·13 총선 민의를 수용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계와의 소통·협치 정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사 때마다 
총리 물망에 

특히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인적쇄신과 개편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청와대 비서진의 상징인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하고 국정 전반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수석,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수석을 교체함에 따라 앞으로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소통·협치, 민생·경제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지난 15일 춘추관에서 이런 내용의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를 발표했다. 김 홍보수석은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은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고 친화력과 신망이 있는 분이다”며 “박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여 국민 소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비서실장이 친박이 차기 대선후보로 점찍어 놓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충청모임 ‘청명회’에서 함께 활동해온 멤버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이 비서실장은 “두텁다고는 하는데 같은 고향인 정도”라며 “각별하게는 뭐…”라고 청와대 기자들에게 말했다. ‘최근에 언제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래됐다. (반 총장이 청와대) 수석 하실 때 부부 모임으로 청와대 초청받아서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반 총장 방한을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이 비서실장의 인사가 이뤄져 정치권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반응이 엇갈렸다.

총선 참패 후 참모진 개편카드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 비서실장은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대통령직속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무하여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한 분”이라며 “탁월한 친화력과 신망을 갖춘 분으로 앞으로 청와대와 정치권 간 원활한 의사소통 등에도 앞장서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인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비서실장 교체 등 일부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총선 민의와 거리가 있는 인사다”며 “교체폭과 인사 내용이 총선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에 최소한의 답도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박 대통령의 이번 비서실장 교체 인선 등 참모진 개편의 폭과 내용에대해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비서실장이 민심을 가감 없이 직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비서실장은 임명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님을 보필하는 소임을 맡게 돼 우선 두려운 생각과 아울러서 어깨가 매우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평생 공직자는 자기가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요.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며 “앞으로 노력해서 대통령께서 지향하는 희망의 새시대,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열어가는 데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체신학교 나와
신화적인 존재

박 대통령이 이 비서실장을 발탁한 것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오랜 공직 경험으로 이른바 ‘행정의 달인’으로 불려온 이 비서실장은 대통령 보좌 및 청와대 업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데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박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말 임명된 이병기 비서실장은 4·13 총선 이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박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미뤄왔다.

이 비서실장은 현 정부의 4대 실장이다. 초대 허태열(경남 고성), 2대 김기춘(경남 거제), 3대 이병기(서울) 비서실장에 이은 첫 충청권 출신 인사이기도 하다.
 

이 비서실장은 ‘두루 원만하고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는 안정적인 사람’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비서실장은 어릴적 소나무 껍질로 허기를 채울 만큼 어렵게 자랐으나 서울시장과 충북도지사를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이 비서실장은 1942년 충북 제천 출신이다. 너무 가난해 고교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한 이 비서관은 국립 체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1963년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 전화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한다. 가죽가방을 매고 걸어 다니며 서울시내 공중전화기의 동전을 거둬들이는 일을 했다. 밤에는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야간으로 다녔다.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청 사무관으로 첫 발을 내디딘 뒤 대부분 공직 경험을 서울시에서 쌓았다. 용산·성동·강동·성북·동대문 등 5개 지역 구청장을 지냈다.

광화문 전화국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
충북지사 3번 자타공인 ‘행정의 달인’

이 비서실장은 사무관 시절 청와대 내무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새마을운동의 기초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실장은 2014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마을운동 사업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에겐 못살고 굶주린 농촌을 바꿔야겠다는 무서운 집념이 있었다”며 “아침마다 대통령께서 밤새 고민한 흔적이 글과 그림으로 표시된 쪽지가 내려오는데 그 쪽지를 받아들고 열심히 연구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의 이런 경력 때문에 ‘아버지’와의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노태우정부 때인 1991년에는 청와대 내무행정비서관, 이듬해 관선 충북지사(제26대), 1993년에는 관선 서울시장(제27대)으로 일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서울시장에서 물러났지만,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강의하고 청주 서원대 총장을 지내는 등 교육계에 몸담기도 했다. 정치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가지만, 지방자치제 선거를 통해 다시 부활한다.

1998년 지방선거 때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으로 민선 제2기 충북지사(제30대)에 당선됐다. 당시 당선소감문에서 “박달재 알쫑이(알토란 같은 원종이)가 충북을 꿈과 희망이 넘치는 한반도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일성을 밝혔다.


2002년 선거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31대 충북지사 재선 고지를 밟았다. 관선까지 합쳐 모두 3차례에 걸쳐 충북 도정을 이끌었다. 충북지사 재임 때 2002 오송 국제바이오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오성바이오단지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50%가 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용퇴했다.

소탈한 스타일
반기문과 연결?

이 비서실장의 성품은 소탈하고 부드러워 정치권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하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이 이 비서실장을 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충북지사 시절 비서실 직원도 모르게 맏딸 결혼식을 치를 정도다. 또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풍부한 행정 경험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 인선 때마다 단골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13년 8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됐다. 


<min1330@ilyosisa.co.kr> 

 

[이원종은?]

▲1942년 충북 제천 ▲제천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한양대학교 행정학 석사 ▲제4회 행정고시 ▲서울시 용산구청장 ▲청와대 내무행정비서관 ▲제26·30·31대 충북지사 ▲제27대 서울시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 ▲제4대 서원대학교 총장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석좌교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사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기사 속 기사>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은 누구?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한 달 만인 지난 15일 전격 단행된 청와대 경제팀 개편인사로 안종범 신임 정책조정수석과 강석훈 신임 경제수석을 발탁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경제브레인의 한 축인 강 수석의 등판은 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과 함께 4대 구조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다른 축인 안 수석을 거중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정책조정수석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면 국정 기조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뜻도 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수석과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만든 주인공들로 ‘진박’으로 통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는 경제정책 운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청와대 경제팀의 무게감은 경제부총리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강 수석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 당시엔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 부단장을 맡아 공약을 주도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19대 국회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했고, 공무원연금제도개혁TF 위원을 맡아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강 의원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대우 경제연구소를 거쳐 한국재정학회 이사, 성신여대 입학홍보처장 등을 재임했고,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강 의원은 또한 20대 총선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당내 경선에서 박성중 당선인에게 패배해 낙천했다.

안 수석은 1981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1984년 동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를 마친 후 1991년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996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조정부장, 2002년까지 감사원 국책사업감시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시립대학교, 1998년부터 현재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학계에도 몸을 담았다.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 간사 등을 지냈다.

특히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후보 경선캠프 정책메세지 본부장,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2014년부터 최근까지 경제수석을 역임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청와대에서는 안 정책조정수석이 각종 정부 정책을 원활히 보좌해 후반기 정책운영 효율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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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