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감시사회 통찰하는 박종규

매트릭스 세계 경험해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비디오 작업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시각미술 자체의 문제와 현대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표현하고 있는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 ‘J. PARK 2016 Maze of Onlookers’가 지난 12일부터 리안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박종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들을 디지털 연산체계를 이용해 ‘픽셀화’ 시켜 ‘점’과 ‘선’으로 구성한다. 일련의 점으로 이뤄진 <Layers & Dimensions>와 선으로 코드화된 <Encoding> 연작은 작가의 기계적 프로세스를 반영한 주요 작업으로,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조형적, 개념적 작품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회 보호해야”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도로 시작된 CCTV는 현재 노동자 감시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인권침해 영역으로 확대되며 촘촘한 감시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CCTV가 시민 보호와 범죄 방지라는 초기의 역할을 넘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서로가 감시하고 감시 받는 현상들이 엉키고 설켜서 뚜렷한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조형적인 구조물 안의 비디오 영상들로 보여준다.

리안갤러리 측은 “복잡미묘하고 위험한 관계들을 시각적으로 체험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규의 CCTV 작업은 총 21대의 TV 모니터와 영상 스크린을 통해 4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6대의 모니터에선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관람객들을, 5대의 모니터에선 실시간 CCTV 화면이 시간차를 두고 보여진다. 또 다른 6대에선 우리 주변의 사회현상과 관련된 영상들이 12배속으로 빠르게 상영되고, 나머지 4대에선 전체를 아우르는 영상이 상영된다.

디지털연산 점과 선으로 구성
현대사회의 주요 이슈들 표현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무수히 많은 장소에서 무심결에 찍혔을 엄청난 양의 CCTV 영상들을 직접 대면하는 순간 감시사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며 이질적이고 낯선 감정들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도록 유도했다. 반대로 CCTV에 찍힌 수많은 영상 속에서 피사체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또 관람객이 카메라로 촬영되면서 실시간 촬영분과 시간 차이를 두고 보여지는 자신의 과거 영상을 동시에 보도록 제작됐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나를 하나의 단일한 시점에서 객관화된 피사체로 바라보는 존재론적이고 현상학적인 체험은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가볍지 않은 철학적 질문을 하게 만든다.
 

1층 전시장의 이미지들은 핸드폰 번호를 데이터화해 오목 스크린과 볼록 스크린에 투영시킨 작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능가하는 새로운 아이덴티티이자 관계를 연결해주는 핵심 코드로서의 전화번호가 갖는 의미를 시각화해 현대인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기기와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세계를 암시하고자 했다.

일상을 픽셀화

리안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의 경험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혼란스럽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길 바란다”면서 “서로가 보고 보여지고, 감시하고 감시 당하고, 탐닉하고 탐닉 당하는 등 다층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일단 시작되면 끝이 날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는 미궁 같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대한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박종규 작가는?]

1966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영천 시안미술관이 주관하는 특별 개인전 ‘J. Park 2015 ENCODING’을 선보였다. 광주시립미술관, 후쿠오카시립미술관, 파리 보자르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관훈미술관, 대구미술관, 포항문화예술회관, 시안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선보였다. 최근엔 러시아 트라이엄프 갤러리에서 개최된 한국 특별그룹전 ‘EXTENSION.KR’에 초대됐다. 현재 대구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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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