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화제> 전경련 어버이연합 스폰 의혹 진실게임

정관계 관통 ‘큰 게이트’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보수시민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그 동안 청와대 등의 지시로 관제 데모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 대표적인 민간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어버이연합에 억대 자금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어버이연합은 이 돈을 다시 탈북자단체에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에게 집회 동원을 위해 준 돈의 출처가 전경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에게 일당을 주고 동원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발단은 한 언론 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언론은 지난 11일 “어버이연합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었고, 이때 일당 2만원씩을 주고 탈북자 1259명을 고용한 것을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어버이연합 어떤 조직? =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8일 설립된 보수시민단체로 ‘아스팔트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주로 60대 이상 노인들이 가입한 단체이다. 정치적으로 극우적 성격을 띠며, 집회 등을 통한 정치적 활동에 매우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반북, 매카시즘적 태도를 보이며, 고엽제전우회 등과 함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유명하다. 사무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의동에 소재하고 있다.

한 명이 20회 집회
40만∼50만원 수입

어버이연합은 정부정책등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때면 항상 보수정치세력의 입장에서 격렬하게 반대시위를 해왔다. 이들의 무조건적이고 극단적인 시위방식은 항상 반대 시위자들과의 충돌을 불러왔으며, 이로 인한 비난과 비판이 줄곧 이어져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노인들만으로 구성된 이 단체가 지속적으로 극렬한 정치적 시위를 지속하는 이유가 국내 보수계열 정치단체의 지원과 비호 때문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왔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집권한 상태에서 경찰 등은 어버이연합의 시위가 폭력으로 번져도 이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또한 이들의 정치적 시위가 항상 보수정당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 세력을 규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정권에 의해 고용된 ‘알바’라는 주장도 사실은 이미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


누구 지시 받고 움직였나
노인들의 박근혜 호위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기 중에 서울특별시가 2010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의 ‘도시 빈곤층 무의탁 독거노인 점심 라면 및 도시락 제공’이란 명목으로 1100만원을 지원해 이러한 사실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운영진은 누구? = 어버이연합은 크게 회장, 고문, 부회장, 공동대표, 사무총장 실무 국장 아래 2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회장은 심인섭씨가 맡고 있으며, 실무는 추선희 사무총장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심 회장은 정년퇴임 후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추 사무총장은 과거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세월호 반대 집회는 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선에서 추 사무총장이 시위자를 모집하고, 그 밑으로 일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총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 밑에는 지부장 6∼7명이 있다. 총책과 지부장은 모두 탈북자 출신이다.

돈 받고…
관제 데모 의혹

어떤 시위해왔나? = 어버이연합은 그간 집회·시위 때 화형식과 폭력 행사 등으로 종종 물의를 빚어 왔다. 어버이연합은 2010년 초까지 주로 북한의 핵 실험 반대, 한미 FTA의 비준 촉구 등의 시위를 전개해오고 있었다. 2011년 7월30일에는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와 관련해 영도조선소에서 집회를 갖는 3차 희망버스를 태종로에서 저지하고 버스 내에 난입해 승객 및 주변 행인들의 신분증 등을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승객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2011년 8월1일에는 반값등록금 집회에 반대하며 집회에 참여한 당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최고위원(현 국민의당 의원)에게 물병 등을 던졌으며, 2011년 8월2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철회를 위한 농성장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에게 '골통을 부숴라'는 등의 폭언과 함께 우산 등으로 폭행을 했다.

이외 2013년에는 통합진보당 해체를 촉구하는 혈서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문재인 더민주(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정계 퇴진 등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했다. 당시 야당과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합의한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당시 대표)도 화형식의 대상이 됐다. 또 그 동안 어버이연합이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규탄 집회에 대규모로 동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원된 사람은 누구? = 일부 언론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탈북자들을 조직적으로 세월호 반대 집회에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어버이연합이 돈을 주고 집회에 동원한 탈북자들의 내역이 기록돼 있는 것이다. 장부에는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의 전체 수는 물론 개개인의 이름과 계좌번호, 지급된 일당까지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가졌다. 이때 일당 2만원을 받고 고용된 탈북자 수는 1259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2518만원이다. 같은 기간 어버이연합이 참여한 집회는 102회로, 세월호 반대 집회가 약 40%에 이르고 있다.

세월호 반대 집회 알바 모집 역시 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최고 윗선에는 추 사무총장이 아래 탈북자들을 모집하고 일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총책’이 있다. 총책 밑에는 지부장들이 있는데 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인천·광명·송파·가양·양천·상계·중계 등을 관리한다. 총책과 지부장은 모두 탈북자 출신들이 맡았다.
 

지도부가 집회에 동원할 인원수를 총책에게 전달하면 총책의 책임 아래 탈북자들을 모집한다. 장부에는 각 지역별로 동원된 인원도 집계돼 있다. 알바 동원이 상시화되면서 정산은 월말에 한꺼번에 이뤄졌는데, 많을 경우 40만∼50만원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이 한 달에 20회 이상의 집회에 고용된 것이다.

자금 어디서 나오나? = 한 언론은 추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전경련 이름으로 2014년 9월, 11월, 12월 3차례 걸쳐 1억2000만원이 입금됐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자체 입수한 기독교선교복지재단의 2014년 계좌입출금 내역을 공개하면서 “이 계좌는 사실상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라며 “추 사무총장은 어버이연합의 조직 운영과 자금 관리를 맡고 있고 이 계좌에서 어버이연합 사무실 임대료 등이 지급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계좌 주인인 선교복지재단은 이미 수년 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로
검은 커넥션

어버이연합의 차명 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의 거래내역을 보면 전경련은 추 사무총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17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에서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주인에게 600만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 탈북자 동원을 책임지고 있는 탈북어머니회 김모 회장에게 2900만원이 지급됐다. 김 회장은 어버이연합 내에서도 탈북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전해진다.

2014년 9월5일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에 전경련 명의로 4000만원이 입금됐고, 그 다음날 어버이연합은 민생법안 처리 촉구 시위를 벌였다. 또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때 일당 2만원씩을 주고 탈북자 수 천명을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경련이 돈을 대주며 보수단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집단행동을 하도록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지시설 진실은? = 어버이연합의 자금을 지원해 준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집회를 지시한 윗선이 청와대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관계자 A씨는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공격을 하는 것 같다”며 “집회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안 받아줘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의혹’
청와대·전경련 막후 지원 진실게임

이 관계자는 “올해 초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지지 집회를 지시했는데 어버이연합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집회를 했다가는 역풍이 일 것이라고 여겼다”며 “애국보수단체의 역할과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시’를 내린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B행정관을 지목했다. B행정관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전향386’과 ‘시대정신’이라는 단체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 시절 좌파 운동가였으나 1990년대 후반 노선을 갈아타 보수 진영에 참여했으며 북한 인권 운동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들어와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B행정관은 보수 성향의 탈북단체들을 사실상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단체 대표 C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탈북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있었는데, 이 때 B행정관을 처음 만났고 이후에도 수차례 만났다.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B행정관을 만난 적도 있다”며 “B행정관이 탈북단체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계 대표단체
정치개입 시도?

한 언론에 따르면 보수 시민단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D씨도 ㅎ행정관에 대해 “탈북자 단체장들과 연루가 많이 돼 있다”고 설명한 후 “어버이연합의 경우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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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