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650만권 <목민심서>, 새해에 다시 읽어야
황인경의 <목민심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 중 하나다. 책 이름을 모르는 공무원이 거의 없고, 한 번쯤 펼쳐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2014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650만 권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면 <상록수>와 <토지>에 이어 거론되는 역대 베스트셀러 3~4위권이다. 소설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닌 한 권의 고전이 이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의 위상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놀라운 숫자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질문하게 된다.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이 왜 행정의 언어로는 살아 움직이지 못했는가. <목민심서>는 흔히 “백성을 사랑하라”는 도덕서로 오해된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은 훨씬 냉정하다. <목민심서>는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집필한, 철저히 실무적인 행정 지침서다. 세금을 어떻게 걷을 것인가, 송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관리가 부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정약용은 인간이 선하다는 전제 위에 행정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12-25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