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사업에 낀 김건희 측근들 막전막후

“돈만 되면 무속·브로커 꼬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수차례 원조를 진행했다. 이 계획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전부터 언급했던 내용이다. 실제 윤석열정부 초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이 시작됐다. 용산 참모들과 주무 부처 등은 자금 회수 불투명을 우려했다. 지원이 강행된 내막에는 ‘김건희의 입김’이 존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일가. 이른바 김건희 일가의 비리에는 사이비 종교, 무속이 자주 등장한다. 해외 원조 사업에도 개입한 의혹은 최근 드러났다. 공적개발원조(ODA)에 통일교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주무 부처 안팎에서는 시작부터 수상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시작부터
의심 눈초리

윤석열정부는 ODA 공여국 세계 10위를 약속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 간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목표였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원조 제도다. 지원금을 받은 개발도상국은 항구, 다리, 도로, 댐, 병원 등 시설을 짓게 된다.

이 같은 지원은 국가 간 약속이자 사업인 만큼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

EDCF 운용위원회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제7조를 바탕으로 지원 효율성과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평가한다. 하지만 윤정부의 EDCF 사업은 심의 과정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와 우크라이나 EDCF는 이권 청탁, 주가조작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이 캄보디아에 제공한 EDCF 차관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로 불공정성이 알려졌다. 캄보디아 EDCF 사업이 통일교의 로비로 인한 특혜성 지원이라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통일교 2인자로 알려졌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2022년 3월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소개로 당선자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통일교가 메콩강 핵심 부지에 종교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공적원조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 6000만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2개 등을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실제 윤정부는 캄보디아 EDCF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약 9730억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2022~2030년)로 증액했다.

윤정부 때 EDCF 사업을 수주했거나 수주를 시도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도 특혜 논란의 주인공이다. 희림은 김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 설계·감리를 맡았던 만큼 정권과 유착관계가 깊은 것으로 의심받은 기업이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와 김씨를 연결한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메시지에 “희림 대표도 같이 한번 뵙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캄보디아 사업 불투명한데도 추진
정부 논의 전 주가조작범·사이비 종교인 설쳐

<한겨레21> 단독 보도에 따르면 희림은 EDCF로 지원한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 부속병원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참여 시점은 2021년이다.


희림은 윤정부에서 2023년 7월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잔지바르에 60㏊ 규모의 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희림이 탄자니아와 이 사업을 약속하고 2년이 지난 뒤 EDCF 지원이 논의된다.

수출입은행은 이 사업에 EDCF 지원을 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지난 7월31일 발주했다.

또 희림은 2022년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망 구축 및 교차로 개선 사업과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화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 역할로 참여했다. 2023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빙구니 병원 및 훈련센터 사업, 지난해에는 모잠비크 베이라 및 펨바 국제공항 현대화 사업 등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주했다.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EDCF 지원도 주가조작의 뇌관이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2023년 윤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카호우카 댐 재건 지원 ▲철도 노선 고속화(키이우~폴란드 등)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씨 주식 계좌 관리인이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2023년 5월14일, 해병대 예비역 단체 대화방인 ‘멋쟁해병’에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틀 뒤 윤석열 부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배우자와 만났다. 이때부터 웰바이오텍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통일교 개입
동남아 지원

이어진 윤정부의 EDCF 논의는 지속해서 관련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한다. 2023년 5월17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만나 EDCF 추가 지원을 약속하는 방안에 가서명했다.

같은 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삼부토건 인사와 함께 폴란드에 가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는 이 시기에 상승했다.

윤정부는 지난해 4월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21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약정도 했다. 약 3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차관 협정 직전인 4월9일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건설사와 우크라이나 내 주택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발표 당일 주가가 17%가량 올랐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도주했던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을 검거했다. 이 부회장이 이끈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던 무렵 전환사채(CB) 발행·매각으로 투자자들이 약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공조해 오후 6시14분께 이 부회장을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7월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지 55일 만이다. 그는 차량으로 압송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이 부회장은 2023년 5∼9월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를 받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부토건 측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려 재건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주가조작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특검팀은 7월14일 이 부회장과 함께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다만 조 전 회장에 대해선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조 회장은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의 기획자이자 주범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여태 잠적해 왔다. 그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정보도 나돈 바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 조사를 토대로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씨의 연관성을 규명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의 계좌 관리를 맡기도 한 그는 삼부토건 측과 김씨 간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이 전 대표를 별도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필리핀 지원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의 압력으로 재개됐다. 필리핀 재무부는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EDCF 차관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필리핀 전역에 산재한 350곳에 모듈형 교량을 짓는 5억1000만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건설 사업인데, 필리핀 정부는 이 가운데 4억3900만달러(약 6117억원)의 차관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 사업은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을 정도로 필리핀 정부에 절실한 사업이었다. 필리핀 농촌 지역 350곳에 강철 모듈형 교량을 건설해 농민과 농산물이 이동할 수 있는 농로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2028년까지 루손섬에 210개, 비사야스섬에 88개, 민다나오섬에 53개의 다리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부실·부패 가능성에 필리핀 "지원 불가" 결론
권성동, 최상목에 압력 행사해 판단 여러 번 뒤집어

필리핀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관 신청서를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차관을 신청하고 한 달 뒤인 2023년 12월 직접 농업개혁부 장관과 차관을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고, 같은 달 7일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과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면담했다.

이 사업에는 필리핀 LCS그룹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기재부는 필리핀의 요청을 받고 해당 사업의 EDCF 지원 여부를 수개월 동안 심의했으나 참여하려는 기업이 없었다. 기재부는 사업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 2월 “EDCF 지원이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특히 기재부가 사업 지원을 거절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실·부패 가능성 때문이다.

해당 사업에 현지 컨설턴트로 참여한 필리핀 현지 기업 A사는 과거 비슷한 교량 건설사업에서 부실공사를 했고 부정부패 의혹이 있었다. 이 회사는 1996년 200개 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가 납품 논란을 일으켰고, 도로와 연결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교량을 설치하는 등 부실공사 문제로 말썽이 됐다.

그러나 권 의원은 당시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지원을 다시 검토해달라”며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에 EDCF를 지원하면, 그 대가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권 의원이 직접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참여 의향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권 의원의 압박에 결국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의 필리핀 사무소가 5월 필리핀 농업개혁부 차관과 면담을 했다. 필리핀은 이 사업이 필리핀 정부의 최우선 사업이며, 권 의원이 언급한 대우건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선정한 사업 대상지 350곳은 엄격한 검토를 거쳐 선정한 곳이라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재확인한 결과 대우건설은 사업지가 너무 많아 관리 측면에서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우려에도
압박·강행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점은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그마치 7000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