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충북방송 기구한 운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4:14:10
  • 호수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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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호까지 나섰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씨씨에스충북방송의 현 경영진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경영권 교체를 목표로 한 소액주주연대와 소송 등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성실공시 이행촉구 통보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씨씨에스충북방송(이하, 씨씨에스)은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그린비티에스가 소유한 자사 보통주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5억원(대여금) 청구권에 따른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고 지난 5월22일 공시했다. 이번 가압류는 채권자 서모씨의 신청에 따라 이뤄졌다. 청구 채권은 2024년 2월22일자 대여금에 대해서다.

어쩌다···

케이블 방송업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 측이 M&A 시장에 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권 교체를 시도 중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권영완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다. 애초에 씨씨에스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2023년 11월 권 교수를 사내이사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M&A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현금 약 100억원에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와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씨씨에스는 지난 3월19일 공시를 통해 두 회사가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월22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가 됐으나, 방송법상 변경 승인 없이 지분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보유한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를 2024년 6월 21일까지 처분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이에 불복한 두 회사가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3월18일 이를 기각했다.

1심에서 패소한 두 회사는 다음 날인 3월19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1심 판결 취소와 함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씨씨에스의 최대주주 변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씨씨에스는 최대주주 변동과 관련해 추가적인 사항이 발생할 경우, 공시를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씨에스의 내리막길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7월8일 한국거래소는 씨씨에스 직원 8명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고발된 4명은 형제인 유홍무 전 회장, 유인무 대주주와 유 전 회장의 아들인 CCS충북방송 유희훈 대표이사·유희범 기획실장 등 4명이다.

2018년 창업자 200억 횡령부터 내리막
초전도체 테마주에서 싸늘한 결말까지

또 직원들이 자체 조사한 피고발인들의 횡령·배임 금액은 235억5000만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파행적인 경영으로 회사는 부실에 빠져 직원 급여가 체납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직원들이 직접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씨씨에스는 종합유선방송으로 2001년 설립돼 충주·제천·단양·진천·음성·괴산·증평 등 도내 7개 시·군의 정보와 지역 채널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전하고 있다. 2005년 말 대주주인 차종철 전 회장은 현대백화점 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인 HCN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알려진 매각 금액은 950억원이었는데, 이 같은 자금력으로 차 전 회장은 1군 건설사인 남광토건을 인수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씨씨에스 대주주는 형인 유홍무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결격사유가 있어 회장직을 맡고 동생인 유인무가 첫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후 CCS충북방송은 당기순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2015년 7월 유 전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유 전 회장을 주가를 조작,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신사업 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자 200억원이 넘는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박모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전문 주가 조작꾼과 금융 브로커에게 시세조종 자금 7억5000만원과 주식 60만주를 제공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2012년 3월 CCS에 관해 1300여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최고 3475원으로 치솟았다. 이때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CCS 주식 800만주 중 364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결국 인위적인 주가 부양과 매수된 자산운용사의 주식 매수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속아 넘어갔다.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CCS 계열회사의 유 전 회장 부동산 등에 대해 21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청구를 신청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21억원을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유 전 회장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회사 안팎의 동요는 컸다. 특정 소액주주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점에 CCS의 직원들은 직원협의체를 구성해 오너인 유씨 일가의 횡령 의혹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유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인 2015년 3월 자신의 장남인 유희훈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차남인 유희범을 기획실장에 앉혔다. 두 아들을 통한 친정 체제로 전환해 운영토록 했고 씨씨에스는 2017년 12월 영화배우 정준호가 대주주인 ㈜한국체스게임(이하, 체스게임)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억원에 잔금 70억원은 올 11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일부 6.2%를 양도하는 것이었다.

‘무자본 M&A’ 투자금 상환 안갯속
정준호에 작곡가 김형석도 헛수고

문제는 체스게임이 감독기관인 과기정통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경영권을 지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린비티에스 측은 지난해 4월22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5000만원어치의 신주를 주당 882원에 인수, 14.01%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겹치고, 씨씨에스 인수를 목적으로 경제공동체를 결성했다. 씨씨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멤버인 정평영, 김영우(이상 씨씨에스 공동대표이사), 권영완, 김지훈(이상 씨씨에스 사내이사) 등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원래 농소락 주식회사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농업회사였는데, 정씨 등이 인수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정씨와 권영완, 김지훈 3인이 사내이사로 들어왔고, 농소락 시절 이사인 한향숙, 정근원, 김혜연도 자리를 유지했다. 정씨가 40%, 권씨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씨에스를 동반 인수한 퀀텀포트와 정씨의 다른 회사인 메토모스도 각각 10%의 지분이 있다. 정씨와 권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씨씨에스 신주 인수자금 전액을 차입했다. 100% 무자본 M&A였다. 두 회사의 자본금을 전부 합해도 8억원이니 차입은 불가피했다. 자금을 빌려준 곳은 코스닥 상장사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비상장사인 광명길과 메토모스 등 4개 법인과 노모씨, 서모씨 등 2명의 개인이다.

아센디오는 작곡가 김형석이 회장으로 있는 코스피 상장 연예기획사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인수자금 차입을 위해 각각 25억원과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아센디오(45억원), 다보링크(20억원), 광명길(5억원)이 인수한다. 그린비티에스는 노씨와 서씨에게서 각각 5억원, 정씨 회사인 메토모스에게서 5000만원의 현금을 1년 만기로 빌렸다.


최근 정부의 시정명령 등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투자금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지분과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 찾기

결국 충북지역 민영방송사 씨씨에스는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매도를 추진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가압류 및 채무상환을 위해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을 철회하기 위해 경영권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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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