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충북방송 기구한 운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4:14:10
  • 호수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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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호까지 나섰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씨씨에스충북방송의 현 경영진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경영권 교체를 목표로 한 소액주주연대와 소송 등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성실공시 이행촉구 통보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씨씨에스충북방송(이하, 씨씨에스)은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그린비티에스가 소유한 자사 보통주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5억원(대여금) 청구권에 따른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고 지난 5월22일 공시했다. 이번 가압류는 채권자 서모씨의 신청에 따라 이뤄졌다. 청구 채권은 2024년 2월22일자 대여금에 대해서다.

어쩌다···

케이블 방송업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 측이 M&A 시장에 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권 교체를 시도 중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권영완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다. 애초에 씨씨에스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2023년 11월 권 교수를 사내이사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M&A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현금 약 100억원에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와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씨씨에스는 지난 3월19일 공시를 통해 두 회사가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월22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가 됐으나, 방송법상 변경 승인 없이 지분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보유한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를 2024년 6월 21일까지 처분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이에 불복한 두 회사가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3월18일 이를 기각했다.

1심에서 패소한 두 회사는 다음 날인 3월19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1심 판결 취소와 함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씨씨에스의 최대주주 변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씨씨에스는 최대주주 변동과 관련해 추가적인 사항이 발생할 경우, 공시를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씨에스의 내리막길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7월8일 한국거래소는 씨씨에스 직원 8명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고발된 4명은 형제인 유홍무 전 회장, 유인무 대주주와 유 전 회장의 아들인 CCS충북방송 유희훈 대표이사·유희범 기획실장 등 4명이다.

2018년 창업자 200억 횡령부터 내리막
초전도체 테마주에서 싸늘한 결말까지

또 직원들이 자체 조사한 피고발인들의 횡령·배임 금액은 235억5000만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파행적인 경영으로 회사는 부실에 빠져 직원 급여가 체납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직원들이 직접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씨씨에스는 종합유선방송으로 2001년 설립돼 충주·제천·단양·진천·음성·괴산·증평 등 도내 7개 시·군의 정보와 지역 채널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전하고 있다. 2005년 말 대주주인 차종철 전 회장은 현대백화점 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인 HCN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알려진 매각 금액은 950억원이었는데, 이 같은 자금력으로 차 전 회장은 1군 건설사인 남광토건을 인수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씨씨에스 대주주는 형인 유홍무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결격사유가 있어 회장직을 맡고 동생인 유인무가 첫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후 CCS충북방송은 당기순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2015년 7월 유 전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유 전 회장을 주가를 조작,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신사업 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자 200억원이 넘는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박모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전문 주가 조작꾼과 금융 브로커에게 시세조종 자금 7억5000만원과 주식 60만주를 제공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2012년 3월 CCS에 관해 1300여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최고 3475원으로 치솟았다. 이때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CCS 주식 800만주 중 364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결국 인위적인 주가 부양과 매수된 자산운용사의 주식 매수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속아 넘어갔다.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CCS 계열회사의 유 전 회장 부동산 등에 대해 21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청구를 신청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21억원을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유 전 회장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회사 안팎의 동요는 컸다. 특정 소액주주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점에 CCS의 직원들은 직원협의체를 구성해 오너인 유씨 일가의 횡령 의혹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유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인 2015년 3월 자신의 장남인 유희훈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차남인 유희범을 기획실장에 앉혔다. 두 아들을 통한 친정 체제로 전환해 운영토록 했고 씨씨에스는 2017년 12월 영화배우 정준호가 대주주인 ㈜한국체스게임(이하, 체스게임)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억원에 잔금 70억원은 올 11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일부 6.2%를 양도하는 것이었다.

‘무자본 M&A’ 투자금 상환 안갯속
정준호에 작곡가 김형석도 헛수고

문제는 체스게임이 감독기관인 과기정통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경영권을 지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린비티에스 측은 지난해 4월22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5000만원어치의 신주를 주당 882원에 인수, 14.01%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겹치고, 씨씨에스 인수를 목적으로 경제공동체를 결성했다. 씨씨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멤버인 정평영, 김영우(이상 씨씨에스 공동대표이사), 권영완, 김지훈(이상 씨씨에스 사내이사) 등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원래 농소락 주식회사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농업회사였는데, 정씨 등이 인수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정씨와 권영완, 김지훈 3인이 사내이사로 들어왔고, 농소락 시절 이사인 한향숙, 정근원, 김혜연도 자리를 유지했다. 정씨가 40%, 권씨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씨에스를 동반 인수한 퀀텀포트와 정씨의 다른 회사인 메토모스도 각각 10%의 지분이 있다. 정씨와 권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씨씨에스 신주 인수자금 전액을 차입했다. 100% 무자본 M&A였다. 두 회사의 자본금을 전부 합해도 8억원이니 차입은 불가피했다. 자금을 빌려준 곳은 코스닥 상장사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비상장사인 광명길과 메토모스 등 4개 법인과 노모씨, 서모씨 등 2명의 개인이다.

아센디오는 작곡가 김형석이 회장으로 있는 코스피 상장 연예기획사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인수자금 차입을 위해 각각 25억원과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아센디오(45억원), 다보링크(20억원), 광명길(5억원)이 인수한다. 그린비티에스는 노씨와 서씨에게서 각각 5억원, 정씨 회사인 메토모스에게서 5000만원의 현금을 1년 만기로 빌렸다.


최근 정부의 시정명령 등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투자금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지분과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 찾기

결국 충북지역 민영방송사 씨씨에스는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매도를 추진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가압류 및 채무상환을 위해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을 철회하기 위해 경영권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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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