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1 14:22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탈북자들은 그런 짓은 하지 않고 흥이 오르는 대로 자연스레 노래 부르고 춤을 췄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 함께 어울려 어깨춤을 추었다. 주변에서 맴돌다가 청춘인지라 젊은 아가씨 쪽으로 슬슬 다가갔다. 자석의 남극(S)과 북극(N)이 서로 끌리듯. 예로부터 남남북녀라고 하지 않았던가. 남쪽 청년이 북쪽 아가씨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북쪽 아가씨도 남쪽 청년에게 관심이 있지 않겠는가. 휴먼 드라마? 문득 난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북한 여자와 춤추는 기회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피에로 씨가 아니었더라면…. 어쨌든 역사적인 한 순간이라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으랴.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아가씨에게 난 물었다. “혹시 통일에 대해 어찌 생각하세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피에로씨는 예전에 동자동 하숙집에서 열광적으로 시전하던 성공학에다 여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접목시켜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는가 보았다. 즉, 자기 개인의 성공을 넘어 우리 한민족 전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투신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옥탑방에 꽤 자주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와 관련해 제법 기특한 소릴 흥얼대기도 했다. 성공통일교 “목표가 뚜렷하면 어떤 고난도 견뎌내고 실천하게 된다!” 별 대단스럽달 건 없지만, 그나마 공상이나 실없이 뇌까리던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된 모습이었다. 다만, 무엇을 위한 실천행인지가 문제였다. 나쁜 실행은 때론 관념적 우유부단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던가. 나로서는 동자동에서보다 외려 더 걱정스러웠다. 옥탑의 사이비 교주에 대해 그는 별 비판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