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1.3조 에어로스페이스로 이전 검토

김동관 부회장 등 ‘3형제 대주주의 희생’
승계 자금 불식 및 주주친화 정책 강화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는 8일, 유상증자 정정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이하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이 확정, 실행되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3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이달 내에 시가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는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다. 시가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점은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소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에 주식(한화오션) 매각 대금으로 지급한 1.3조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1.3조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

또 지난달 김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김 부회장 등이 법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겠다면서 강조한 ‘정도 경영’ ‘투명 승계’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한화에어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공시에 앞서 이사들을 상대로 사전 설명회를 갖고 오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3.6조원에서 2.3조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화에너지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갈 수 있는 1.3조원 만큼 축소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는 이사회 등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 손재일 대표는 1.3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6조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3.6조→2.3조
한화에어로, 소액주주 부담 완화

시급하고 절실한 해외투자를 위해 필수적인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달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 조선, 에너지 업체들의 견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투자 실기는 곧 도태’라는 생존전략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초일류 육해공 종합 방산업체’로 입지를 다지면서 한화오션과 함께 ‘글로벌 톱티어 조선-해양-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이사들 대상 사전 설명회를 열어 ‘승계 자금’이라는 억측이 제기된 한화오션 지분 매각 대금 1.3조원을 한화에어로에 되돌려 놓기 위한 조치를 논의했다. 여기에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있다.

한화에너지 이재규 대표는 “1.3조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 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그동안 해외 현지 생산기지 확보 및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초일류 육해공 종합방산업체’의 입지를 다지는 데 사업 초점을 맞춰왔다. 또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글로벌 톱티어 조선-해양-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너지, ‘승계 무관’ 1.3조
한화에어로 원상복귀 추진

한화에어로는 방산사업 확대를 위해 2016년 두산DST를 인수, 자주포뿐 아니라 장갑차, 대공체계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22년엔 ㈜한화의 방산 분야 합병을 통해 탄약, 유도탄 사업의 시너지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함정, 잠수함 등 해양방산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등 ‘육해공 종합방산업체’로 성장했다.

폴란드서 K9 자주포 수출 등 25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고, 유럽에 유도탄과 탄약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사우디와 현지 국가방위부 지상 장비 공급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 방산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미국 법인 설립(2021년), 폴란드 법인 설립(2023년), 호주의 자주포 및 장갑차 공장 완공·루마니아 법인 설립(2024년)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조선-해양-에너지 부문 성장의 기폭제는 2023년 한화오션의 인수였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등과 2조원 상당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오션을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만으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한화에너지가 500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에어로, 에너지 참여 1.3조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검토
한화에너지, 시가로 주식 매수·에어로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또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등 한화오션 지분 보유 계열사들이 기존 지분율(42.28%)에 따라 1.5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후 한화오션은 꾸준히 사업 성과를 내 시장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 10조원 돌파,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록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한화에어로는 꾸준히 해외 유력 방산-조선-해양-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왔다. 미국 LNG 터미널 넥스트디케이드에 지분 투자를 했고, 해양플랜트 건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 다이나맥 홀딩스를 인수했다.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미국과 호주의 함정을 건조하는 호주의 오스탈 지분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가 지난달 3.6조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더 큰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필수적이고 시급한 해외 투자가 목적이었다.

한화에어로, 한화오션 지분 인수 
‘패키지 영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은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회사-자회사 간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육해공 패키지 영업’을 하는 게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입찰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폴란드, 사우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한화오션은 모회사 한화에어로의 방산 무기체계를 포함하는 육해공 통합 솔루션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글로벌 네트워크는 자회사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

한화에어로도 육상 위주 포트폴리오에 해양 방산 자회사의 역량이 더해져야 경쟁 입찰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통합 방산 시스템 구축으로 해외 경쟁 업체들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전(신형 호위함 11척, 약 10조원 규모)서 실패한 이유에 대해 육해공 통합 패키지 솔루션 시너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됐던 바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는 모회사-자회사간 결속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화오션 지분 추가 취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에 따른 이익 증대, 글로벌 조선 경기 회복,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조선 및 해양 방산 분야 한미 협업 기대감 확대 등을 고려해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것.

한화에어로는 지난 2월10일 당일 종가(주당 5만8100원) 기준으로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 인수를 결정했다. 이후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한화에어로는 55.6%(41만3000원→64만2000원), 한화오션은 7.6%(5만8100원→6만2500원) 상승했다.


이는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게 모회사-자회사 간 패키지 영업을 강화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순수한 사업 목적이었다는 점을 시장이 인정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한화에어로, 과감한 대규모 투자
지속·생존 전략 차원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매출 11.2조원)을 달성했으며, 처음으로 해외 수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10년 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속하게 해외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안보 위협 증가로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지난해 3595조원에서 2035년까지 4315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며, 각국의 방위산업 자국화 추세가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 변화는 한화에어로 같은 기업에겐 기회이자 위협이 되고 있다.

조선-해양-에너지 사업 시장도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트럼프 관세 정책 및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따른 해상 물류 재편과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에 따른 한국 건조 선박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또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탈탄소화 및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LNG 분야는 오는 2040년까지 60% 성장, 해상풍력 분야는 2030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 등 유럽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및 중동지역 조인트벤처 설립, 해외 조선소와 친환경 해운 사업(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 위한 연구개발(1조5600억원)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2조2900억원) ▲항공우주사업 인프라 구축(9500억원) 등에 중장기적으로 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6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4조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은 향후 1~2년 내 영업 현금흐름을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 소요가 예상되는 상황서 뒤처지지 않고 생존하기 위한, 회사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시점이다. 유럽의 방산 블록화가 완성되는 시점보다 빨리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에 현지 생산시설을 단독 또는 합작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유럽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될 위험이 분명하다.

한화에어로는 실기하면 도태될 수 있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사업활동을 위해 앞으로도 생존 전략 차원서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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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