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쿠팡의 고집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06 13:58:51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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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보상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쿠팡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입차 제한 등을 통해 배송기사를 사실상 해고한 행위에 관해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또 그동안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작업장 내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택배기사 과로사와 블랙리스트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인 쿠팡이 국회 청문회서 질타를 받았다.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하는 등 핵심 증인이 빠졌기 때문이다.

청문회 불참

지난 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열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쿠팡 사장단은 노조 활동을 한 배송기사의 차량 출입을 제한(입차 제한)한 행위에 관한 피해 보상과 복직, 캠프 내 노조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대한 정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직접 사과,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을 받기까지 560일이 걸렸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쿠팡은 송정현 쿠팡노조 일산지회장 등 3명의 택배노동자 차량을 캠프 내 출입 제한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쿠팡캠프서 노조 활동할 권리가 있다”며 송 지회장 등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제기한 ‘출입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 대해 원심 결정의 출입금지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이 쿠팡의 입차 제한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쿠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차 제한을 해제하면서도 정작 택배노동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입차 제한으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영업점과의 계약이 해지된 데 대해서도 “대리점과 해결할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송 지회장은 쿠팡의 이 같은 약속에 대해 “쿠팡은 (입차 제한으로)장시간 피해받은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기보다, 자신들이 보여준 명백한 노조 탄압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노조와 함께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쿠팡의 직접 사과와 피해보상 및 복직, 노조 활동 보장 등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했다.

송 지회장은 “과로 노동, 클렌징, 입차 제한, 노동 탄압 등 주요 과제가 100%로 해결되지는 못했다”면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이 상황이 해결된다는 근거가 없었는데 이제야 사과와 복직,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감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쿠팡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프레시백’ 회수, 휴대전화 사용금지 등에 관해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하다 허용
사회적 대화 첫 참여 “택배 근로 개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쿠팡에선 1년에 노동자 100명 중 2명 이상이 다친다”면서 “전관 영입 비용이나 변호사 선임비 중 일부라도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했다면 수십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쿠팡의 업무강도와 업무량, 업무시간, 근무 환경 등이 집적돼 ‘죽음의 공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적절한 휴게 시간 지급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2017년 9월부터 6년에 걸쳐 물류센터를 거친 노동자 1만6450명의 실명·연락처·취업 배제 사유 등을 적은 문건이다. 노조 조합원과 간부, 언론인 등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정종철 CFS 대표도 “해당 자료(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 보도한 언론과 블랙리스트 제보자에 대한 고소·고발도 취하하겠다고 답했다.

쿠팡 측은 또 ‘쿠팡의 성장세에 비해 노동자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결론에 대해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강도를 완화하고 휴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신선식품을 담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작업이 노동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근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사고 예방을 위한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이 오히려 불씨를 키우면서다. 이천 화재의 경우, 불난 것을 발견한 직원이 휴대전화가 없어 119에 즉시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랑 PDA는 뭐가 다른가?
이천 화재, 휴대폰 없었기 때문?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부와 단절된 채, 관리자의 판단과 지시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렇듯 열악한 노동환경, 에어컨 미비 등 최소한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학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서 보장하는 ‘통신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쿠팡은 근로기준법서 정의하고 있는 휴게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쿠팡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명분은 ‘안전’이다. 컨베이어벨트, 지게차가 돌아가는 창고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물류센터노조 등이 지난 2021년 9월 진정을 넣었다. 노조는 “쿠팡의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는 노동자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2022년 9월 인권위는 물류센터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쿠팡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쿠팡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 안건을 앞서 의결하며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물류센터 현장 조사 등을 거친 뒤 물류센터 작업장서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통신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쿠팡 측은 “물류센터 내 반입은 가능하지만, 안전상 이유로 작업 현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개인 사물함 등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점심시간 등 휴게 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판단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해 왔으나, 전면 반입 허용된 일부 물류센터서 올 한 해 반입 허용을 시범 실시키로 했다. 이후 전면 반입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청문회서 이용우 의원은 사업장 내에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정책 방침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종철 CFS 대표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산재 조사표를 보시면 가장 많은 게 넘어지고 부딪힌 부분”이라며 휴대전화 사용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다 말하는데, 인권위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인권위서 결정한 사항을 왜 자꾸 어기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종업계 외국기업인 아마존도 2년 전부터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냐고 재차 지적했다.

달라진 분위기

그러면서 “노동자들 대부분이 PDA를 지참하고 근무하는데 휴대전화 보면서 사고 난다고 말한다”며 “PDA 보고 일하는 것과 휴대전화와 뭐가 다르냐. 인권위서 정리된 문제고 불법이니까 시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대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쿠팡의 업무용 PDA는 고객의 주문내역을 즉시 작업자에게 전송하는 ‘인공지능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PDA를 켜면 각 작업자에게 맞는 업무량과 배송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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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에 가담한 국정원 고위직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종합특검팀은 이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와 정보기관에서는 종합특검팀의 판단에 의문을 던졌다. 일부 사실관계를 오인해 공소장을 적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란 특검팀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정보원 정무직은 국정원장을 포함해 기획조정실장, 1·2·3차장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기소된 인물은 3차장을 제외한 전부다. 가장 주목받았던 인사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다. 그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유일하게 윤석열씨의 지시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와 내란 재판 증언대에 섰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홍 전 차장을 정의로운 인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고 봤다. 전시·사변 훈련이 왜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달 19일 직무유기, 국정원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위증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이 조 전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관련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 전 원장이 이를 윤씨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해 통화기록 등 전자정보를 없앤 증거인멸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은 비화폰 계정 삭제로 통화기록 등이 삭제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안전 가옥(이하 안가) 회동에서 윤씨가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진술, 계엄 선포문을 보거나 전달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한 진술 등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안가 회동을 포함해 일부 내용은 종합특검팀이 수사한 내용과 겹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정원 정무직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용현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윤씨가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 사실을 알았다. 같은 해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실시된 을지연습 때는 2024년 1월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해 계엄 상황 발생 시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조 전 원장은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과 다수의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하는 도상연습(2024년 8월19일 을지명령 제2호)을 실시하고 같은 해 9월3일 을지연습 강평에서 계엄 시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국방부가 계엄사령부직제(대통령령)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계엄 선포 시 합수본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미리 검토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후 2024년부터 합수본 파견 불가능해져 국방부, 국정원 합수본 파견 가능케 계엄사 직제 개정 작업 진행 조 전 원장은 12·3 내란 당일 오후 9시10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접견실로 나오면서 윤씨로부터 교부받은 문건을 접어서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종합특검팀은 이 문건이 비상계엄 수행 관련 조치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은 국정원 청사로 복귀해 같은 날 오후 11시30분 홍 전 차장과 황원진 전 2차장, 윤오준 전 3차장, 김남우 전 기조실장 등을 불러 정무직 대책회의를 개회하고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며 “을지연습 때 했던 대로, 고민했던 대로 그에 준해 부서에 맞게 준비하자”고 했다. 조 전 원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을지훈련’을 말한 건 다른 의미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은 계엄 매뉴얼이 없다. 계엄 하에 국정원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태용 전 원장의 질문에 대해 기조실장이 확인해 보겠다고 한 후 을지훈련이 비슷하지 않겠냐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장 직할의 감찰 담당 부서는 을지훈련 때 했던 충무사태별 조치 사항을 참고했다. 담당 책임관들은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 내부 안정과 결속력 강화가 필수적이고 국정원 주둔 계엄군 대상 보안조치 강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계엄 수행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계엄 상황 下 감찰부서 수행업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55분에 내부 이메일을 통해 소속 부서 간부 4명에게 전송했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정무직 대책회의 참석을 마치고 김모 전 해외정보국장 등 1차장 산하의 부서장들을 불러 산하 부서장 회의를 개최해 조 전 원장의 계엄 수행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각 부서별로 계엄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순차적으로 지시했다고 결론 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국제범죄조직이 준동할 수 있음 ▲보안시설 내 사보타주, 무기 탈취 등이 우려됨에 따라 사전 안전·예방 활동을 철저히 시행해야 함 ▲경찰청과 안전부 부서장이 직접 컨택 채널을 구축해야 함 ▲경찰청, 지방청과 협조해 안전부 부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현안 ▲경찰청 상황실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예방 중요 ▲앞으로 다가올 대전에서 안전단 중심으로 시위 관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함 ▲지역담당 지부에도 똑같이 전파해 본부와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함 등이다. 대테러 부서장은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42분 부서 간부 회의를 열고 “합조팀 즉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본부뿐 아니라 지부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계엄 매뉴얼 따로 없다 대테러 부서장 직속 국가보안 담당 사무실은 같은 날 오전 1시19분 국가보안시설 담당자의 계엄사 참여·정보수집 활동 수행, 국가보안시설 무기고 통제 및 무기 불출 준비 등 내용의 ‘계엄 시 국가보안담당 사무실 업무’ 문건을, 상황실은 오전 1시48분 계엄사에 국정원 직원 파견 등 내용의 ‘대테러상황실 긴급 상황 처리 방안’ 문건 등을 각각 작성·배포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해외 분석 ▲해외 수집 ▲경제 안보 담당 부서장들에게 “해외 분석 담당 부서는 계엄 배경을 작성해 해외 수집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고, 해외 수집 담당 부서는 이를 주한 거점들에게 전달해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 “경제 안보 담당 부서는 해외 반응, 향후 경제 반응을 일보 체계로 작성, 안정화될 수 있는 방향을 잡을 것” 등이라고 지시하면서 비상계엄을 수행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의심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국장이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부서 간부 회의에서 산하 직원들에게 위의 내용을 전파하고 외교부 전문 방송망을 통해 해외 거점 파견 직원들에게 비상계엄에 관한 미국 등 각국의 반응을 수집해 일일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다. 해외 수집 부서 정보협력 책임관은 CIA(미 중앙정보국) 측과 통화 후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시그널로 다른 CIA 관계자와 연락하면서 “계엄이 해제됐으니 양 기관 협력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같은 날 비화폰으로 홍 전 차장에게 “회의 때 지시한 바와 같이 CIA 관계자에게 ‘한미 간 정보협력 채널은 이상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조치 결과를 보고했다. 오전 6시50분에는 관련 내용을 최종적으로 보고받고 국정원장 비서실 산하 정보 부부서와 홍 전 차장의 보좌관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실제 홍 전 차장이 지시한 내용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존재한다. “계엄 상황에서 매뉴얼이 없는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다음 날 보고하라”고 했던 조 전 원장의 유일한 지시에 대해 부서장들이 홍 전 차장이 일부 언급한 내용을 다이어리에 섞으면서 포함된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종합특검팀은 국정원이 여론조작에도 나서려 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은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왜곡·과장된 사실의 SNS 전파 여부 및 국내 언론과 댓글, SNS 등의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일부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반발이 있었음에도 홍 전 차장이 독촉했다고 적시돼있다. 인지전 대응 부서는 적국 또는 외국이 국내에 여론 조성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걸 임무로 하는 부서다. 통상 영향력 행사를 가짜 뉴스, 영상 유포, 선전 선동 등을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사이버상에 유포되고 있어 이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게 인지전 대응 부서의 통상 업무다. 잘못된 해석 두 부서는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같은 날 오전 7시30분 그 결과를 ‘비상계엄 관련 가짜 뉴스 유포·허위 선동 동향’ 제하 보고서로 작성해 내부 이메일을 통해 비서실 산하 정보 담당 부부서 및 홍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전송했다.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인지전 담당은 1차장이 아닌 3차장 산하라고 지적한다. 즉, 공소장에 적힌 홍 전 차장이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지시한 것은 단순 ‘동향 모니터링’일 뿐 사이버 여론 조작 및 공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제 사이버 여론조작이나 공작을 준비해 비상계엄에 도움이 되려 했다면 3차장 산하 직원들도 있어야 했다. 3차장은 기소되지도 않았고 산하 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종합특검팀의 말대로 인지전 대응 담당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한 부분은 정보기관으로서의 통상 업무라고 볼 수 있다. 계엄 사무와는 관련이 없다. 직원들이 반발한 부분은 상황이 민감한 상황이기에 그렇게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김모 전 방첩 담당 부서장에게 “지금 경방·방산은 큰 의미가 없고 계엄 상황에 집중해야 할 것” “방첩사와 컨택 포인트 구축” 등의 지시를 하고 이 부서장은 “종북 좌파 등의 특이 동향도 밀착 감시하겠음”이라고 보고했다. 김 부서장은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첩 담당 부서 책임관과 방첩공유센터 책임관을 불러 홍 전 차장의 지시를 전달했다. 이후 방첩담당 부서 산하 각 부부서는 같은 날 오전 1시45분 ‘비상계엄 下 방첩업무 추진방안’ 문건과 ‘비상상황 下 부부서 주요업무 추진 방향’ 문건을 작성하고 1시간 뒤에는 ‘국가 비상상황 下 부부서 업무 추진계획’ 보고서를 각 부부서와 전략 담당 사무실에 배포했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무관 다이어리에 ‘정무직들도 갑자기 닥친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원장님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지금 당장 뭘 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답도 없음’ 등 다들 정신이 없었다는 내용이 언론에서 즐비하게 보도되지 않았냐”며 “정말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부분은 공소장에서 제외된 거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각 정무직 산하 각 산하 부서장들이 실무 회의에서 지시를 별도로 혹은 독립적으로 내리고 생성된 문서들은 집행력이 없거나 혹은 집행을 예정하고 있는 보고서들이 아니다. 계엄 하에서 국정원이 해야 할 수도 있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들을 무작위로 실무 라인에서 생성해 보고용으로 작성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을지훈련 관련성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 담당 “타 부서 알 수가 없다” 공소장 일부 내용 와전? “인지전 3차장 관할…동향 모니터링과 달라” 황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정모 전 안보조사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공수사권 폐지로 합수본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2024년 을지연습’을 통해 인지했음에도 “합수본에 직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황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에게 정무직 대책 회의에서 “합수본이 만들어지면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전 국장에게 “현 계엄법 하에서 안보조사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검토해 봐라”라고 지시했다. 정 전 국장은 부서 간부 회의에서 “충무계획을 참고하고, 계엄사 요청이 있을 시 계엄사 합수본에 연락관이나 조사관 파견 인원 선발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황 전 차장은 구내전화로 다른 간부에게 “대공수사권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 봐라. 대공수사권이 생기면 곧바로 수사해야 할 텐데, 누구를 수사해야 할지도 포함해서 정 전 국장과 상의해라”고 언급했다. 이 간부는 판단○○처 간부들을 불러 “충무계획 상 부서의 임무를 구체화해 국정원 지휘부와 용산(대통령실) 보고용 보고서 작성 및 계엄사나 용산이 자료를 요청하면 수사권 부여를 상정한 수사 대상자 선정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보○○처 책임관은 “계엄사에 연락관 파견은 가능하지만 합수본에 파견은 불가하며 국정원 충무계획에 따라 활동한다”는 ‘계엄상황 下 안보조사 담당부서 활동 근거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49분 정 전 국장에게 보고했고 정 전 국장은 5분 후 황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신원조사 담당 부서도 황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신원조사 접수·회보 절차 이행’ ‘비상 운영체제 전환’ 등 비상 업무체제 운영 계획 보고서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했다. 김 전 실장은 행정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비상계엄이 발생하면 연락관을 파견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 수사 분야와 북한 분야에서 각각 보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보고받고 합동참모본부에서 “계엄상황실 연락관 파견 요청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사 담당 부서장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황 전 차장의 선임보좌관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서장은 안보조사국과 대북 담당 부서에서 각각 2명씩 총 4명의 파견 대상 후보 인원을 통보받은 후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 같은 결론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종합특검팀은 ‘능력’이다. 결과적으로 종합특검팀은 과거 3대 특검팀(김건희·내란·채 해병)에 비해 수사 성과와 압수수색·구속영장 발부율 모두 처참했다.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하면서 수사만큼 재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법원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내란 사건들에서 몇몇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점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무죄·공소기각 가능성도 국헌 문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계엄에 가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쉽게 말해 계엄 선포 이후 절차를 검토해 매뉴얼대로 움직였다는 것만으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대법원도 상부 지시나 매뉴얼에 따른 단순 가담은 내란죄로 보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5·17 내란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뇌부를 내란죄로 처벌했지만, 광주에서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에 대해선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명령에 따른 계엄군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