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선 타는 이복현 금감원장, 왜?

이판사판 공사판, 어차피 나갈 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임명직 인사의 명운은 임명권자에게 달려 있다. 임명된 순간 허리에 줄이 묶이는 형국이라 임명권자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함께 추락하게 된다. 헌정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서면서 이른바 ‘사단’ ‘최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수는 수천명에 이른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부터는 주요 요직을 둘러싼 ‘논공행상’이 시작된다. 이 시기 대통령의 각종 ‘인연’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다.

충정이냐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방향은 ‘검찰’로 귀결된다는 말이 많았다. 정치 경험이 아예 없이 첫 선출직 선거에 덜컥 당선되면서 뒷배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검찰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윤석열정부서 검찰 출신 인사는 약진을 거듭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윤정부에 입성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한때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이었다.

현재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대통령실 인사 가운데서도 검찰 출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폐지됐던 민정수석실을 되살리고 첫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검찰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야권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정부는 ‘검찰 공화국’으로 불렸다.

문제는 ‘윤석열 사단’에 생긴 균열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운명은 임기 4~5년 차에 결정된다. 이 시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대권을 잡기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으면 거리 두기에 나서고 높으면 편승하는 식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꾸준히 지지율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난파선서 탈출하나?
윤 사단 행보 관심

특히 지난 총선서 야권에 과반 의석을 내주면서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선포로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섰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윤정부는 이미 ‘끝’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윤석열호’에 타고 있던 인사의 행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윤 대통령과 철천지원수가 된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을 함께 수사한 인연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린다.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된 사례는 이 원장 이전에 없었다. 임명 당시 ‘또 검찰이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고 있다”며 이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원장은 윤정부 출범 이후 첫 금감원장으로 발탁돼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원장의 언행이다. 이 원장은 탄핵소추안 표결로 한창 정치권이 시끄러울 무렵 관련 발언을 내놨고 상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맞서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12일 “경제엔 대통령 탄핵이 더 낫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부결된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지금은 불확실성 제거가 경제에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탄핵이 더 낫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경제·금융 분야서 외생 변수에 대한 분석이지 탄핵을 정치적으로 지지, 반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경제 상황만 두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이틀 뒤인 12월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이 원장은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반대 의사를 밝혀 국민의힘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당론 처리를 약속한 법안으로 국민의힘은 반대하며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출신 첫 원장
3년 임기 채울 듯

이 원장은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강경한 표현도 사용했다. 지난 13일 이 원장은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 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었다.

이 원장은 지난 18일 법안이 통과된 뒤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서 “위험한 도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며 거듭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자본시장 발전에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안전한 포장도로가 있지만 빨리 갈 수 있는 위험한 도로도 있다”며 “야당 측에 아쉬운 건 위험한 도로로 가는데 안전벨트를 맨다든가 승객들에게 경고한다든가 등의 준비를 하지 않고 너무 빨리 액셀을 밟은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도로로 한참 왔는데 다시 뒤로 돌아가는 건 더 위험하다”며 “그럴 바에야 지금이라도 안전벨트도 매고 승객들한테 주의를 당부한 다음에 빨리 진행하자는 그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됐으니 잘 다듬어서 시행하자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 원장의 ‘거부권 반대’에 국민의힘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원장이 법안 통과 전 한 발언에 “아직 법안 통과도 안 됐는데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그렇게 반응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태도”라며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그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서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에서 반발이 심해지자 역공을 취했다. “지금까지 온 마당에 부작용 완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무엇을 걸 것인지 말씀을 나눠보고 싶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하면서 이 원장은 묘한 상황에 놓였다. 김건희 여사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건이다. 야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인물인 이종호 전 대표가 단체 대화방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올린 후 삼부토건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했다면서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줄타기냐

이 원장은 지난 18일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서 금감원의 삼부토건 조사와 관련해 김 여사와 원 전 장관이 이해관계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원 전 장관이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데려간 것을 언급하면서 그를 조사했는지 물었다.

이 원장은 “정치 테마주라고 해서 모든 정치인이 해당 테마주의 불법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원 전 장관은 관련성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 임기가 6월 초까지인데 제가 있을 때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저희가 지금 들고 있는 사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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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