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의실 사용내역 공개

굿판에 음악회까지…목적이 뭐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원회관 1층에는 각 의원실 또는 정당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이 존재한다. 이 곳은 세미나·토론회·간담회, 심지어 콘서트와 시사회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펼쳐진다.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에 <일요시사>는 올해 1월1일부터 총선이 있기 전인 4월8일까지 대회의실과 제1, 2소회의실의 예약부서와 행사명을 기준으로 어떤 행사들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어떤 의원이 대관?

행사들은 크게 정당 행사와 의원실 행사로 나뉜다. 지난 1월10일 제1소회의실에서 있었던 통합신당(현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는 정당 행사의 대표적 사례다. 현장에서는 당시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박주선 의원이 “신당 세력이 하나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수구 보수정권은 국민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나락으로 내몰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 지 오래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총 2017명의 발기인이 참석해 만원을 이뤘다.

1월17일에는 더민주 최재성 의원실의 예약으로 대회의실에서 ‘더불어 컨퍼런스 사람의 힘 행사’가 열렸다. 온라인 당원을 위한 세미나였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도종환 의원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오늘 컨퍼런스(더불어 컨퍼런스 사람의 힘 행사)는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 10만에 이르는 신입 당원들과 새롭게 당에 영입된 신규 인사들을 환영하는 자리”라며 “그런 점에서 오늘 행사는 우리 당에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밝혔다.

2월5일에는 새누리당이 대회의실에서 예비후보자 세미나를 열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인사말로 “국민공천제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정당 민주화의 획을 그은 공천개혁이자 정치 혁명”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공천제는 김 전 대표의 바람처럼 실현되지 못했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을 잘 볼 수 있는 예약 내역도 있다. 지난 3월2일 더민주 이종걸 의원실은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대회의실을 예약했다. 이날은 야권이 8박9일간의 필리버스터를 종료한 날이다. 2월23일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시작 된 필리버스터는 총 192시간30여분동안 39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이 의원은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였다.

외부인 초청 토론회는 의원실에서 하는 행사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행사다. 지난 1월12일 주민자치중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실은 대회의실을 예약하고 지방자치의 내실을 다지고 지역 주민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민자치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민주 문재인 대표 등과 외부 인사인 신윤창 강원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 등 다양한 용도 사용
총선 전 표심 끌기용 이벤트

1월14일 더민주 신정훈 의원실은 ‘지방분권개헌 대국민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가 주목받은 이유는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 14개 지역을 순회한 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토론회 답게 정 의장 등 국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들이 한자리에 참석했고, 그동안 모아진 의견을 반영해 ‘지방분권 관련 헌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도 있다.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실은 2월25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20대 총선거 농업공약 관련 토론회’를 위해 대회의실을 예약했다. 이날 한민수 한농연 정책실장은 ‘20대 총선 농정공약 개발을 위한 현장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농업 인력육성정책의 정비 등을 요청했다. 3월16일에는 국민의당 신학용 의원실이 ‘핀테크의 발전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축사를 한 신 의원은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소정당의 출범식도 있었다. 더민주를 탈당해 기독자유당에 입당한 이윤석 의원은 지난달 1일 제1소회의실에서 해당 정당의 출범식을 열었다.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이 의원은 현장에서 “지난 제19대 국회에서 여러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법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동성애 합법화와 이슬람 침투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독자유당이 정당 득표율에서 약 2.64%를 기록, 비례대표 의석 확보 최소 기준인 3%를 넘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다.

조금은 독특한 행사도 진행됐다. 지난 1월4∼5일까지 대회의실에서는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주최로 ‘2016 음정콘서트’가 열렸다. 해당 콘서트는 정 부의장이 작사한 ‘울산에 가자’가 음원 트로트 차트 100위안에 들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및 명예고문으로 위촉돼 마련된 자리였다.


영화 시사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귀향’은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실의 주최로 지난 2월23일 국회에서 상영됐다.

1월29일 국회에서는 굿판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당시 제1소회의실에서는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가 열렸는데, 4·13 총선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과 북핵 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원한다는 취지였다. 사회를 맡은 새누리당 김주호 종교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국운 발표회를 열고 재수 굿을 하는 것은 국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종교 화합의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행사도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한국교계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성명을 통해 “기가 찰 노릇”이라며 비판했고,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종교위원장이며 장소 예약자인 이이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소만 제공했을 뿐 굿이 벌어지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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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