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브레이크’ 새만금 태양광 수사 중간 체크

점점 지워지는 검은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 과정서 사람이 죽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건을 끄집어 올리고 있다.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정부였던 문재인정부의 유산을 지우려는 현 윤석열정부의 횡포일까? 검은 그림자의 존재를 놓치고 있는 걸까?

지난달 28일, 전북 임실군 소재의 옥정호에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47분쯤 옥정호 운암대교 인근서 낚시를 하던 주민이 “호수에 사람이 떠 있다”고 신고했다. 지문 대조 결과 시신은 전북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 A씨로 확인됐다.

실종 13일
시신으로

A씨의 시신은 실종 13일 만에 발견됐다. A씨의 아내는 지난달 15일 오전 8시40분쯤 “남편이 힘들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옥정호 인근서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주변을 수색해 왔다.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익사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A씨의 업체는 2020년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서 이 사업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서 군산시가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줬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검은 군산시와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10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공공·민간서 시행한 40㎿ 규모 이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4건을 집중 점검한 뒤 지난해 6월 강임준 군산시장 등 3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발전사업은 군산시가 출자해 설립한 시민발전주식회사와 한국서부발전이 1268억원을 들여 군산시 내초동 새만금 산업연구용지 동쪽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은 2개 공구로 나눠 추진됐는데 2-2공구서 A씨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결과 발표
중간발표에 군산시장 수사 의뢰

당시 감사원의 감사 과정서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면면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민간 주도로는 최대 규모(300㎿)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 발전소 허가 과정서도 산업부 공무원과 민간업자들이 유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발표를 종합하면 이 사업을 추진한 업체는 군청 반대로 사업부지의 1/3을 차지하는 초지(목장용지)를 개발용지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자 산업부로부터 잘못된 내용의 유권해석을 받아 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해당 업체와 협력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중간발표 이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목표를 상향해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사업 목표와 이행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업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발표 당시 수사 의뢰한 38명을 제외하고 추가로 49명을 고발하는 등 40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산업부가 목표를 무리하게 상향 조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업 목표를 수립한 뒤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하거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까지 올린 과정을 감사원은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2030년까지 20% 상향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달성이 어려웠던 상황서 목표치를 올린 것이다. 

문재인정부
주력 정책

발표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국제적 흐름을 보면 NDC 상향 자체를 문제라고 보지 않으며 청와대 등 상급기관서 산업부에 특정한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NDC 이행 수단은 주무 부처의 몫이고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적정 목표를 설정했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무리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필요성을 계속해서 묵살했고 이 과정서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17년 6월 국정기획위서 ‘신재생에너지 정산 단가는 다른 발전원보다 높아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을 2018년과 비교해 최대 49.5%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는 산업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지적했다. 결국 산업부는 요금 인하 요인만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선별적으로 적용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문정부와 여당은 “향후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는 전문가 검증 등 없이 자체 판단으로 국회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10.9%라고 보고했다. 이 전망치에 대해 국회와 언론 등에서 비현실적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산업부는 문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입장을 고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산업부의 지시로 2019년 7월 국회가 요구한 ‘전력 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 내용은 대거 삭제하고 제출했다. 

총체적 난국
민낯 드러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졸속 운영되는 과정에 관여한 공무원도 대거 적발됐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전,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251명(퇴직자 11명 포함)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제도 혜택을 받아 소형 태양광 발전소 운영 권한을 얻은 2만4000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한국형 FIT는 정부가 2018년 7월 100㎾ 이하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만 증빙하면 조건 없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급격히 올리면서 농업인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로 우대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815명이 서류를 위조해 허위 등록하는 등 ‘가짜 농업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가짜 농업 법인체까지 세워 가며 차명으로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특히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정부서 집중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들어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3월19일에는 전국 군산시 공무원 등에게 군산 일대 사업 공사 수주를 알선하는 등 브로커 역할을 하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브로커가 구속됐다. 

지난달 17일에도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은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 서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북 정재계 인사 실명 거론
군산시의회 “발본색원해야”


서씨는 2020년 군산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새만금솔라파워 사업단장 최모씨에게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새만금 솔라파워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현대글로벌이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최씨는 발주 문제와 시민단체의 환경오염 문제 제기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자 서씨에게 청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9일 최씨 역시 용역업체를 통해 설계‧인허가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2억4300여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한수원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과정서 수행 자격이 없는 무자격 업체인 현대글로벌에 설계용역을 맡겼다는 내용의 공익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새만금호 전체 면적의 약 7%인 28㎢에 2025년까지 2100㎿급 세계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조6200억원에 달한다. 

군산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설경민 의원은 “지난해 7월 검찰의 압수수색 후 브로커가 구속됐다는 상황만으론 비리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와 감사원의 고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들에 26만 군산시민의 마음은 배신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태양광 사업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 오명을 벗고 시의 신뢰도 및 대내외로 추락하고 있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당위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일부 관련자만 처벌하는 수준의 봐주기식 결과는 또 다른 비리 고위층의 범죄를 양산하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발본색원해 신속히 밝혀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관련자 구속
윗선까지?

검찰은 지난 2일 알선수재 혐의로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하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법조계서도 주요 피의자의 사망으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숨진 대표에겐 소환 통보조차 한 적이 없다’며 강압수사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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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