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브레이크’ 새만금 태양광 수사 중간 체크

점점 지워지는 검은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 과정서 사람이 죽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건을 끄집어 올리고 있다.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정부였던 문재인정부의 유산을 지우려는 현 윤석열정부의 횡포일까? 검은 그림자의 존재를 놓치고 있는 걸까?

지난달 28일, 전북 임실군 소재의 옥정호에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47분쯤 옥정호 운암대교 인근서 낚시를 하던 주민이 “호수에 사람이 떠 있다”고 신고했다. 지문 대조 결과 시신은 전북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 A씨로 확인됐다.

실종 13일
시신으로

A씨의 시신은 실종 13일 만에 발견됐다. A씨의 아내는 지난달 15일 오전 8시40분쯤 “남편이 힘들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옥정호 인근서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주변을 수색해 왔다.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익사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A씨의 업체는 2020년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서 이 사업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서 군산시가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줬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검은 군산시와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10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공공·민간서 시행한 40㎿ 규모 이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4건을 집중 점검한 뒤 지난해 6월 강임준 군산시장 등 3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발전사업은 군산시가 출자해 설립한 시민발전주식회사와 한국서부발전이 1268억원을 들여 군산시 내초동 새만금 산업연구용지 동쪽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은 2개 공구로 나눠 추진됐는데 2-2공구서 A씨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결과 발표
중간발표에 군산시장 수사 의뢰

당시 감사원의 감사 과정서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면면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민간 주도로는 최대 규모(300㎿)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 발전소 허가 과정서도 산업부 공무원과 민간업자들이 유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발표를 종합하면 이 사업을 추진한 업체는 군청 반대로 사업부지의 1/3을 차지하는 초지(목장용지)를 개발용지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자 산업부로부터 잘못된 내용의 유권해석을 받아 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해당 업체와 협력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중간발표 이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목표를 상향해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사업 목표와 이행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업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발표 당시 수사 의뢰한 38명을 제외하고 추가로 49명을 고발하는 등 40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산업부가 목표를 무리하게 상향 조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업 목표를 수립한 뒤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하거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까지 올린 과정을 감사원은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2030년까지 20% 상향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달성이 어려웠던 상황서 목표치를 올린 것이다. 

문재인정부
주력 정책

발표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국제적 흐름을 보면 NDC 상향 자체를 문제라고 보지 않으며 청와대 등 상급기관서 산업부에 특정한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NDC 이행 수단은 주무 부처의 몫이고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적정 목표를 설정했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무리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필요성을 계속해서 묵살했고 이 과정서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17년 6월 국정기획위서 ‘신재생에너지 정산 단가는 다른 발전원보다 높아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을 2018년과 비교해 최대 49.5%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는 산업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지적했다. 결국 산업부는 요금 인하 요인만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선별적으로 적용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문정부와 여당은 “향후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는 전문가 검증 등 없이 자체 판단으로 국회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10.9%라고 보고했다. 이 전망치에 대해 국회와 언론 등에서 비현실적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산업부는 문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입장을 고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산업부의 지시로 2019년 7월 국회가 요구한 ‘전력 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 내용은 대거 삭제하고 제출했다. 

총체적 난국
민낯 드러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졸속 운영되는 과정에 관여한 공무원도 대거 적발됐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전,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251명(퇴직자 11명 포함)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제도 혜택을 받아 소형 태양광 발전소 운영 권한을 얻은 2만4000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한국형 FIT는 정부가 2018년 7월 100㎾ 이하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만 증빙하면 조건 없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급격히 올리면서 농업인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로 우대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815명이 서류를 위조해 허위 등록하는 등 ‘가짜 농업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가짜 농업 법인체까지 세워 가며 차명으로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특히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정부서 집중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들어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3월19일에는 전국 군산시 공무원 등에게 군산 일대 사업 공사 수주를 알선하는 등 브로커 역할을 하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브로커가 구속됐다. 

지난달 17일에도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은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 서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북 정재계 인사 실명 거론
군산시의회 “발본색원해야”


서씨는 2020년 군산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새만금솔라파워 사업단장 최모씨에게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새만금 솔라파워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현대글로벌이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최씨는 발주 문제와 시민단체의 환경오염 문제 제기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자 서씨에게 청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9일 최씨 역시 용역업체를 통해 설계‧인허가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2억4300여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한수원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과정서 수행 자격이 없는 무자격 업체인 현대글로벌에 설계용역을 맡겼다는 내용의 공익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새만금호 전체 면적의 약 7%인 28㎢에 2025년까지 2100㎿급 세계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조6200억원에 달한다. 

군산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설경민 의원은 “지난해 7월 검찰의 압수수색 후 브로커가 구속됐다는 상황만으론 비리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와 감사원의 고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들에 26만 군산시민의 마음은 배신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태양광 사업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 오명을 벗고 시의 신뢰도 및 대내외로 추락하고 있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당위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일부 관련자만 처벌하는 수준의 봐주기식 결과는 또 다른 비리 고위층의 범죄를 양산하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발본색원해 신속히 밝혀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관련자 구속
윗선까지?

검찰은 지난 2일 알선수재 혐의로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하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법조계서도 주요 피의자의 사망으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숨진 대표에겐 소환 통보조차 한 적이 없다’며 강압수사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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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