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김종인 대권주자 교체론

문재인 뒤통수 치고 손학규 옹립?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호남을 방문해 “특정세력에 좌우돼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며 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총선이 끝나면 여야의 대권 후보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더민주에는 대선주자가 문재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다른 대선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영입해 왔을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러닝메이트 성격이 아니겠냐’고 예상했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직에 집착한 것도 본인이 원내에 있어야 차기 대선후보 지원이 용이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최근 문 전 대표를 향한 김 대표의 싸늘한 태도는 기존의 예상을 완벽하게 뒤엎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호남을 방문해 “대리인이나 바지사장 노릇을 하려면 여기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대리인 성격이 아니냐는 주변의 평가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또 “특정세력에 좌우돼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며 “총선이 끝나면 여야의 대권 후보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표와 친노 진영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다른 대선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의 노림수
문재인과 결별?


이를 뒷받침하듯 더민주가 전략공천한 광주 북갑의 더민주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정 후보는 더민주가 3선의 강기정 의원을 컷오프 시킨 후 전략공천한 정치 신인이다. 강 의원의 컷오프와 정 후보의 전략공천에는 김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는 “모든 선거에서 참패를 하고도 책임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며 문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며 국립 5·18 민주묘지부터 금남로 5·18 민주광장까지 3보1배 행진을 하기도 했다.

정 후보의 이 같은 돌발행동에 대해 김 대표는 정 후보를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후보로서 지역사정을 엄밀히 검토하면 그런 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에서는 정 후보의 돌발행동에 대해 “지역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심각하니까 표를 얻기 위해 문 전 대표와 의도적으로 선을 그은 것 같다”고 해석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대망론에 이은 대권주자 교체론
김종인은 새로운 대권주자를 원한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호남의 반문 정서 때문이다. 노무현정부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최근 SNS에 “광주의 반문 기류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는 “며칠 전 광주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의 반문 기류가 장난이 아니었다”며 “노무현정부 시절 전라도 홀대 시리즈가 네비게이션 안내처럼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 대선주자는 대선주자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9단인 김 대표가 그걸 모를 리 없다”며 “현재로선 문 전 대표가 호남의 민심을 다시 되돌릴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내년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김 대표로서는 다른 대선주자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호남 지원 유세에 나서 “광주가 환영하지 않는 야권의 대선후보는 있어본 일이 없다”며 문 전 대표를 공격하기도 했다. 호남이 환영하지 않는 야권의 대선후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문 전 대표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과 9일 호남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은 특정후보의 지원보다는 호남민들에 대한 ‘위로’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총선 지원보다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호남 민심 달래기 성격이 더욱 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문 전 대표의 호남 총선 지원을 사실상 반대해왔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에 대해 “검토하는 건 자유지만 모르겠다”며 “출마자들이 요청하면 올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 때 과연 요청할 사람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호남 민심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김 대표는 그래도 문 전 대표가 호남 방문을 강행하려고 하자 “그러고 다니면 호남 민심은 더 나빠진다.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일부)지지자들이 반겨주는 것에 심취되면, 정치인으로서 판단 미스를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스스로 자제하고 참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께서 우리 당을 안정시키고 확장하는 것은 잘해주고 계신다”며 “그러나 지금 선거는 그것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지층들을 함께 끌어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호남 방문 금지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동행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가 선거를 5일 앞둔 시점에 호남을 방문하자 호남민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지금까지 호남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선거를 5일 남기고 찾아가 사과하면 호남민들이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아주 오만한 생각”이라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이런 행보는 호남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진심으로 호남에 사과하고자 했다면 좀 더 오래전부터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제거
손학규 옹립

문 전 대표의 너무 짧은 정치 경력도 문제다. 문 전 대표는 더민주의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초선 의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김 대표도 지난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은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본다”며 “인품 좋고 깨끗한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그런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또 문 전 대표는 지난 해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는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죽을 고비를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당시 “당 대표가 안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저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총선 승리를 못한다면 제가 어떻게 대선후보가 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현재 더민주의 총선 전망은 매우 어둡다. 야권이 분열되면서 100석 건지기도 힘들다는 전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문 전 대표는 책임론에 휩싸일 텐데 과연 야권 대선주자가 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나아가 친노 진영은 적극적인 지지층이 있는 반면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확장성의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김 대표로서는 문 전 대표를 배제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가 야권연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총선 패배의 책임을 떠넘겨 문 전 대표를 제거하기 위한 복안이 아니었겠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일시적으로 제기되겠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사퇴할 필요는 없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한동안 잠행 하고나면 차기 대선에서 충분히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더민주, 총선이후 손학규당으로 변모?
야권 뒤흔드는 김종인의 노림수

문 전 대표를 대신해 새롭게 뜨고 있는 인사는 바로 손학규 전 고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손 전 고문의 총선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문 전 대표의 총선 지원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김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는 읍소하다시피하며 총선 지원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수도권 지원이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문 전 대표에게 물어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김 대표는 이날 “손 전 고문은 우리 당대표를 역임하셨고, 유력한 대통령 주자였다”며 “정계를 은퇴하시고 강진에 내려가 계신 분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기가 대단히 송구스럽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출마한 우리 후보들이 손 전 고문의 후원을 원하고 있고, 손 전 고문께서도 항상 선공후사의 마음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손 전 고문께 간절하게, 남은 기간 동안 더민주를 도와주십사 공식적으로 요청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미 지난달 친손(친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을 손 전 고문이 칩거하고 있는 강진에 내려 보내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손 전 고문과 전화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꿈쩍도 안하던 손 전 고문은 김 대표의 제안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손 전 고문은 이날 전남 강진에서 상경해 다산연구소가 주최한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헌다례’에 참석해 정치 복귀의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손 전 고문이 강진에서 칩거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약속하고 총선 지원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정치 거래설까지 나돈다.


친노 극복?
대결 임박

김 대표가 꾸린 당 비대위에는 손 전 고문의 사람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오래전부터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의 교감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됐었다. 더민주의 선거대책본부장·총선기획단장·공천관리위원을 겸했던 정장선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고,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 민병오 경선관리본부장, 이학노 운영지원본부장도 손 전 고문 사람들로 분류된다.

손 전 고문 복귀의 토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평가다. 물론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진영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번 공천 결과 친노 세력이 다소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더민주의 최대계파는 친노라는 것이다. 과연 김 대표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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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