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조카 살인사건' 반전스토리

이모인 줄 알았는데…친엄마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세 살짜리 조카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이모가 붙잡혔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때려 숨진 조카가 알고보니 자신의 친아들이었다는 것이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세 살짜리 조카를 걷어차 숨지게 한 이모 A(27·여)씨를 지난달 17일 붙잡아 조사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4시께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조카 B(3)군의 배를 다섯 차례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폭행 직후 구토를 하며 의식을 잃은 B군을 동네의원을 거쳐 종합병원까지 갔지만 같은 날 오후 5시 28분께 숨졌다.

범행일체 자백

A씨가 조카를 폭행할 당시 B군의 아버지(51)는 출근해 집에 없었고, 어머니(34)는 1주일 전부터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검안 결과 B군의 좌측 이마와 우측 광대뼈 등 몸 여러 곳에서 멍이 발견됐다. 또 생식기와 좌측 팔꿈치 피부 일부가 까져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B군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A씨는 조카가 사망한 당일 경찰 조사에선 “애가 갑자기 놀라 배가 아프다고 했고, 급체 증세를 보여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죽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A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카 5명 중 셋째가 유독 말을 잘 듣지 않아 미웠다”며 “어린이집에 다녀온 조카에게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고 노려보자 화가 나서 발로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이어 “조카가 미워 누워 있는 상태에서 발로 찼고 때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A씨는 조카가 태어난 직후인 2013년 말부터 몸이 불편한 언니의 부탁을 받고 김포로 거처를 옮겨 조카의 양육을 도맡았다. B군 부모는 4남1녀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혐의가 인정돼 김포경찰서는 A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 그러다 경찰은 A씨의 죄명을 살인 혐의로 변경해 지난달 24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B군의 신체상태와 범행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범행 당시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된다.

3세 발로 차 숨지게 한 비정한 모정
“형부에 성폭행 당해 낳은 아이” 진술

경찰은 13kg에 불과한 세 살짜리 조카를 다섯 차례나 발로 찼을 때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두 차례 발로 걷어차 조카가 구토하는 상황에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고 세 차례 더 발로 찬 것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봤다. 그런데 A씨는 조사과정에서 과거 형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죽은 조카는 사실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진술했다.

김포경찰서는 B군의 아버지이자 A씨의 형부인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5일 신청했다. C씨는 2008년부터 당시 19살이던 A씨를 성폭행해 B군을 낳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C씨는 아내와 결혼한 이후 처제인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또한 C씨는 나머지 자녀 4명을 학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2013∼2014년 자신의 집에서 B군을 포함한 자녀 5명을 수차례 학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가 자녀를 학대한 사실이 확인되자 자녀 4명을 C씨 부부에게서 분리해 아동복지기관에서 돌보도록 했다.


A씨는 몸이 약한 언니와 아이를 생각해 신고할 엄두를 못 냈다. A씨는 B군을 비롯해 4명의 조카도 돌봐야 했다. A씨는 “형부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원망과 함께 커가며 아버지를 닮아가는 B군에 대한 엇갈린 증오 때문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C씨에게 성폭행 당해 B군을 출산한 이후 자괴감에 빠져 자신이 낳은 아들에게 극단적인 분노를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조카 5명 중 막내 등 모두 3명의 아이도 낳은 것으로 새롭게 알려지면서 사건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A씨의 실제 자녀가 B군 이외에 넷째(2)와 막내(2개월) 등 2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는 추가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뒤늦게 A씨가 낳았다고 주장하는 나머지 2명에 대해 친자확인 DNA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A씨의 성폭행 피해 진술만 확보하고 B군의 친자확인 DNA검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초기 부실수사 여부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C씨는 성폭행혐의로 구속수감됐다. 그러나 C씨는 “지난 2013년 초 처제를 성폭행한 게 아니라 합의 하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NA검사 결과는?

C씨는 그러나 죽은 B군은 처제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의자 간 진술이 엇갈려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 A씨를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병력 조사해보았으나 정신치료 사실은 없고 형부에 대한 분노감이 높았다”고 전했다.
 

<min1330@ilyosisa.co.kr>

 

 

[성추행한 변태 경찰]

인천 남동경찰서는 새벽 시간에 귀가 중인 여성을 성추행한 현직 경찰관 A(27)순경을 붙잡아 조사했다.

A순경은 지난달 29일 오전 2시55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의 팔을 잡아끄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다른 여성 2명의 집까지 따라간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신고를 접수받은 뒤 인근 폐쇄회로 TV(CCTV)를 분석해 A순경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A순경은 당일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시 술에 너무 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순경을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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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