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 들어간' 후보들 판세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는다…진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적진 깊숙이, 마이크 하나 들고 침투한 이들이 있다. 승자독식의 대한민국 선거제도 하에서 이는 분명 놀라운 일. 1%의 지지율에 울고 웃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이들은 ‘뚝심’과 ‘의지’로 오랜 세월 터를 닦아왔다. 과연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호랑이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을 다잡고 있는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치폐해 중 하나로 지역감정을 꼽는다. 이는 유권자들의 특정정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성으로 표현된다는 게 문제.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실감한 선배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영남과 호남을 거대한 ‘철옹성’에 비유한다. 영남과 호남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일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예측불가

여기 편견을 깨고 선전을 이어가는 후보 4명이 있다. 그 중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사람 한 명을 꼽아보라면 단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김부겸 후보일 것이다. 대구 수성갑에 세 번째 도전하는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경쟁자인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앞서고 있다.

<매일신문>과 TBC가 여론조사전문업체 폴스미스에 의뢰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수성갑 후보지지도에서 김부겸 후보가 51.5%로 과반이 넘는 지지율을 기록, 김문수 후보(43.5%)를 8%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우세였다(지난 5일 대구 수성갑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00명 대상, 자동응답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2%포인트).

다른 여론조사를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수성갑 출마를 선언한 이후 김부겸 후보는 단 한 번도 우세를 내주지 않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부겸 후보는 최초로 대구에서 당선된 야당 의원이 된다.


그러나 아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김부겸 후보는 말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여론조사를 본 많은 분들이 ‘이제 김부겸 당선이 확정됐다’고 말하지만 큰일날 일”이라며 “유권자들이 절실함을 잊고 투표장에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지 여론조사로 뽑은 것이 아니다”며 “정당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밀리는 선거에선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지금의 우세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앞으로 치고나가 투표장 민심이라는 변수까지 상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상대방 김문수 후보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서 지난 1월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37.0%로 나타나 50.1%의 김부겸 후보에게 13.1%포인트 격차로 뒤지고 있었다(지난 1월19∼20일 대구 수성갑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42명 대상, 자동응답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4%포인트). 여론조사가 진행되면서 쫓아가는 모습이다.

김부겸·홍의락, 영남권 태풍의 핵
이정현·정운천, 호남권 돌풍 주역

무소속 홍의락 후보는 대구 북을에서 선전을 이어가며 ‘제2의 김부겸’을 노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홍의락 후보의 지지율은 37.3%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의 지지율인 27.1%, 정의당 조명래 후보의 5.4%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2일 대구 북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21명 대상, 유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
 

앞서 더민주 소속이었던 홍 후보는 당을 떠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홍 후보는 더민주로부터 컷오프 당했는데,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의외의 결과였다. 더민주 대구시당이 논평을 통해 “홍 후보 컷오프는 대구의 정치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당의 결정을 비판했을 정도다. 또한 비례대표 현역의원이었던 홍 후보는 당을 떠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됨에도 망설이지 않고 탈당했다. 여기에 김부겸 후보의 지원유세까지 더해지면서 힘을 받고 있다.

최근 홍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선되더라도) 더민주에 복당하지 않는다”며 “대구에서 30년 만에 현역의원인 지역위원장으로 선거를 치르고 싶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더민주) 나를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김부겸 후보가 영남권 변화의 상징이라면, 호남권 변화의 상징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다. 앞서 이 후보는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 곡성에서 당선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한 여당 후보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긍정적이다. <국민일보>와 CBS가 리얼미터·조원씨앤아이와 함께 지난달 31일∼지난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남 순천 후보지지도에서 이 후보가 33.1%, 더민주 노관규 후보가 36.7%,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가 11.1%로 나타났다(전남 순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10명, 자동응답전화(82%)와 스마트폰앱(18%) 조사 병행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

절치부심

제2의 이정현을 꿈꾸는 이가 있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최형재 후보,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와 함께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지난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28.4%로, 더민주 최 후보의 27.9%, 국민의당 장 후보 24.8%보다 높게 나왔다(지난 3∼5일 전북 전주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4.4%포인트). 앞서 19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적 있는 정 후보의 ‘절치부심’이 이번에는 통할 지 결과가 주목된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 가능)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석고대죄에 삭발까지…진박의 몸부림

공천파동으로 역풍을 맞은 소위 ‘진박’ 후보들이 파격 퍼포먼스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최근 일련의 새누리당 공천파동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칼을 빼든 것. 100배 석고대죄에 이어 삭발까지 진행됐다. 대구 북을의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는 지난 7일 대구시당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대구 수성갑의 김문수 후보와 수성을의 이인선 후보는 매일 아침 거리에서 100배 석고대죄를 진행하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그간) 새누리당이 너무 자만하고 오만했다”고 입을 모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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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