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포박’ 친박계 포석

수장 남기고 수족은 자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 압박이 도를 넘었다. ‘복당 금지’ ‘존영 회수’에 이어 관련자는 ‘징계’를 받게 될 것이란 엄포성 공문까지 내려 보낸 상황. 일각에서는 고사작전 이전에 선제적 ‘괴롭히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친박계의 유승민 압박 작업을 분석해봤다.

유승민 의원과 친유승민계(이하 친유계) 인사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과거의 동지에게 서슴없이 비수를 꽂는 모습. 친박계 좌장으로 떠오른 최경환 의원은 ‘당선되면 돌아간다’는 유 의원을 향해 “무소속을 찍으면 야당을 찍는 것과 같다”며 절대 불가를 외쳤다. 중앙당은 물론 각지의 시·도당 또한 친박계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다. 친유계 입장에서 우려할 만한 시그널들이 곳곳에서 잡힌다.

[복당 금지]
배신자 낙인

친박계는 탈당한 인사들에 대해 서둘러 ‘낙인찍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소속으로 당선되신 분들이 복당해서 새누리당에 온다는 것은 안 된다”며 “당헌·당규가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무소속 연대가 대구 정서와 맞는지, 과연 명분이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며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을 복당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친박계가 유 의원을 포함해 친유계 인사들의 복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여론몰이라고 본다. 연이어 복당 금지 이슈를 띄우는 이유가 앞서 유 의원이 한 “제가 이 동지들(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말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금지 명단에 윤상현 의원까지 포함한 이유도 결국 유 의원의 복당 길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복당과 관련해서는 계파 간 해석이 분분하다. 강력하게 금지를 주장하는 조 부대표는 유 의원에 대해 “모든 일에 안다리를 건 사람”이라며 “총선 이후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책임론을 제시했다. 경북도당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무소속을 찍는 것은 야당을 찍는 것과 같다”며 “대구·경북에서 (친박계) 24명을 전원 당선시켜야 박근혜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영 반납]
사진 불가?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조 부대표는 “무소속 후보의 복당 문제에 대해 (김 대표가) 어정쩡한 입장을 갖고 오면 대구시민들은 화가 더 날 것”이라며 “오늘(지난달 30일) 김 대표가 대구에 내려오면 분명히 나한테 (무소속 후보 복당 문제 등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김 대표가 분명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그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 사람”이라고 김 대표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복당 금지에 대한 사전 작업이라고 해석한다. 당 대표이자 비박계 수장인 김 대표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란 관측이다.
 

원 원내대표와 조 부대표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최근 그들의 당내 위상 때문이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대화에서 “최근 당내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을 뽑아보라면 원유철·조원진 의원”이라며 “요즘 모습을 보면 골수 친박계 인사들보다 더 적극적이다”고 평한 바 있다.

탈당한 의원들은 친박계의 복당 불가에 반발한다. 지금까지 당을 떠난 현역 의원은 유승민·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권은희·김태환·류성걸·안상수·윤상현·조해진·주호영·진영 의원. 그중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은 “당선돼서 반드시 복당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서 탈당을 안 할 수 없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탈당을 안 하면 출마를 못하는 마지막 시간까지 몰고 갔으니 어쩔 수 없이 잠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또한 자신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국회의원이 돼서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당규 제5조 ‘제명·탈당자의 재입당’의 ②를 보면 ‘탈당한 자 중 탈당 후 다른 정당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로 국회의원 및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해당행위의 정도가 심한 자가 입당 신청을 한 경우에 시·도당은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복당을 위해서는 2개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시·도당의 ‘허가’와 최고위의 ‘승인’이다.

복당 놓고 충돌…친박 '반' 비박 '찬'
“존영, 돌려 달라” 과잉충성 논란

복당 잡음에 김 대표는 유보적인 태도, 최경환 의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 선대위 첫 회의를 마친 후 김 대표는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 탈당했다가 입당하는 절차는 시·도당에서 하게 돼 있다”며 선을 그었고, 같은 자리에 대구·경북선대위원장으로 참석한 최 의원은 “시당은 탈당 후 2년 안에는 복당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실제 복당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선례를 본다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당 구성을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비박계 및 탈당 의원들은 과거 ‘친박 무소속 연대’의 한나라당 복당을 내세운다. 현재 최고위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당시 복당된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명분상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 전에는 다 그런 소리를 한다. 한두 번이냐”고 되물었다. 유 의원은 발대식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과거의 전례로 보나 우리 당헌·당규를 보나 최고위 의결만 있으면 복당이 가능하다”며 “선거가 끝나고 바로 추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문 발송]
내부자 차단

그러나 최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난항이 예상된다. 친박계가 최고위를 꽉 잡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알려진 것처럼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은 모두 친박계로 통한다. 안대희 최고위원은 아직 뚜렷한 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김을동 최고위원은 최근 김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모습이지만, 친박계와도 교감이 있는 인물이다. 거기에 원유철 원내대표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지고 있다. 협응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하는 탈당 인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모습이 아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최경환 의원이 차기 당 대표로 나올 것이란 소식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비박계에선 대항마로 정병국, 정두언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여러 면에서 밀린다는 게 중론이다.

탈당 의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비박계 다수가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이다. 현실이 되면 유 의원 복당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복당 불발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해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복당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존영’ 논란과 내부 단속 소식은 탈당 의원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앞서 대구시당은 유승민·권은희·류성걸·주호영 의원 등의 선거사무실에 공문을 보냈는데, 내용에는 “대통령 존영을 3월29일까지 반납하라”고 적시돼 있었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대통령 사진을 반납 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진행된 조치였다.

존영 사태는 두 가지 점에서 논란이 됐다. 먼저 ‘존영’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 일제강점기와 독재 정권에서 지도자의 사진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라는 얘기가 전해지면서다. 조국·진중권 등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북한 정권’에 비유했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사진을 마치 북한의 그 분 사진처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생각한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반납’에 대한 부분이다. 대구시당 측은 사진이 걸린 액자가 법적으로 시당 비품에 해당한다며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의원 측은 “‘당선된 후 복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현재로선 반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또한 “비품이라면 회계보고가 들어갔어야 했다”며 “당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선관위 측에서 관여할 만 한 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징계 공문 발송, 모습만 보여도?
유·권·류 공동출정 “친박 심판”

일련의 사태에 비박계는 친박계가 무소속 후보들에 대해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존영 논란은) 좀 그렇다”라며 “개인적으로 존경해서 사진을 붙여놓은 것을 떼라 붙여라 하는 대구(시당)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존영 사태를 꼬집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은 또 다른 공문을 보냈다. 이번에는 징계에 관한 건이었다. 탈당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엄포였다.

전국 17개 시·도당에 내려온 공문에는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군·구 의원 및 주요 당직자가 4·13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보이거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은 ‘경고’와 같은 가벼운 징계는 물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중징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의 황규필 조직국장은 <중앙일보>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당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중앙당의 확실한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압박]
수족도 컷오프?

유 의원과 친유계는 ‘친박계 심판론’으로 응수했다. 권은희·류성걸 의원과 공동 출정식을 가진 유 의원은 “권력이 저희들을 찍어 내리고 아무리 핍박해도 저희 3명(유승민·권은희·류성걸)은 절대 굴하지 않고 당당히 대구 시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로 돌아가, 무너져 내리는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명분은 유 의원에게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원칙을 깼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 공천 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여당 내부 관계자들이 얘기한다.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 위원장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당내에) 많다”며 “중진의 노련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