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문제적 후보들 명단 공개

자녀 병역비리 의혹부터 섹스 스폰서 의혹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야 모두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일부 후보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로 출마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적 후보’들이 있다. 과거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도 뻔뻔하게 출사표를 던진 문제적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갑 박기준 후보는 과거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PD수첩>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말과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송사 PD와의 통화에서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일반인들은 감히 검사에게 질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공분을 일으켰다.

참사 일으키고
승승장구

경북 경주시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 후보의 무리한 진압으로 당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천장까지 받았다.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그 유족을 모독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당사자인 윤후덕 의원을 경기 파주갑에 단수 추천했다. 더민주는 당초 윤 의원을 공천 배제했지만 재심을 통해 구제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윤 의원의 딸을 추가로 합격시켰다. 윤 의원은 “대표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딸의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취업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으로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다가온 총선…이런 후보 뽑아야 할까
법안발의 0건 의원을 또 비례대표에?

더민주는 처남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컷오프에서 구제해줬다. 더민주는 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규 부칙을 신설해 문 의원을 후보자로 의결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처남은 해당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시 처남이 제 처에게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처가 대한항공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제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고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자신의 보좌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경기 수원병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좌진의 정강이를 걷어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폭행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도 “김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자주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는데 국회 등원 1년여 만에 보좌진을 7∼8명이나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보좌진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업무처리가 미숙한 보좌진들에게 다소 언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지만 막말이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취업청탁
억대연봉

새정치를 약속한 국민의당도 문제적 후보들을 다수 공천했다. 전북 정읍·고창에 공천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 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 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을에 공천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당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쥐가 들끓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홍 의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박물관 운영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계약서에서 홍 의원의 도장과 서명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공천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본회의는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경기 수원정에 공천된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 도중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경기 오산에 공천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같은 당 시도의원과 현역 시장, 당원에게 18개월 동안 10만∼30만원씩을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했고,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더민주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과 기장군에 각각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은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었다. 윤 전 장관이 출마지역의 선거조직 일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하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논의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염 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을 받거나 되파는 방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학술단체가 심각한 논문 표절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역시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염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노인 비하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아들인 배우 송일국의 매니저 일을 보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은 "문제 된 매니저는 국회 인턴이었는데, 송일국이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일 때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 둬 잠시 매니저 알바를 시킨 것”이라며 “알바비도 송일국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갑에 공천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들이 ‘혈소판 감소증’으로 군 면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혈소판 감소증 환자가 피해야 할 폭식과 음주 등을 했던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 아들이 완쾌됐다고 적었는데 완쾌된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거짓으로 완쾌됐다고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매우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니 ‘거지근성’이니 하면서 비판한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당선 안정권인 비례 15번에 배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발언을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면면 보니 20대 국회도 암울
컷오프 후보들 구제해주기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른바 ‘빽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신 대표는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지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더민주 비례 1번인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교수의 논문 표절을 두고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민주는 지난해 장관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사실을 집중 공략해 낙마시켰다.

더민주 비례 2번에 배정된 김종인 대표는 과거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도 대표발의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구가 따로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통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

논문 표절
별거 아냐?

김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비례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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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