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품질, 낮은 가격 음식이 뜬다!

외식시장에 부는 중저가 바람

실질소득이 줄고 미래 불안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싼 상품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외식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이 일고 있다.

정보분석기업인 닐슨의 자료(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계가 어려워지면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족의 외식비용이 1회 평균 4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1만원꼴이다.

이에 따라 함부로 지갑 열기가 두려운 요즘 ‘초저가 마케팅’을 선보이는 점포들은 불황이 무색하리만큼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테이크를 1만원 미만 가격으로 대폭 낮추고 양을 푸짐하게 한 중저가 스테이크전문점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기존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보다 가격이 낮은 한식뷔페도 인기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저가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가격파괴 점포들은 인건비 절감, 유통거품 제거 등 구조 개선을 통해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운영·결제시스템 등 가격거품 제거
저렴한 1만원대 한식뷔페 인기몰이

보통 4만~5만원선이었던 스테이크전문점도 가격을 낮춰 시장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 소비층이 한정되어왔던 스테이크를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근처에 위치한 ‘리즈스테이크갤러리’는 삼겹살보다 더 저렴한 스테이크를 표방한다. 매장이 골목길 지하에 위치함에도 식사시간이면 항상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인기 비결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스테이크는 격식을 차리고 먹는 비싼 음식이라는 편견을 깼다.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면서도 불황 속 품질, 가격까지 꼼꼼히 따지는 실속소비 경향이 강해진 트렌드에 따라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닭다리·목살·소고기 스테이크를 7900~9900원에 판매한다. 여기에 2900원을 더하면 쌀국수까지 먹을 수 있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해 지갑이 얇은 2030 젊은층과 직장인 고객이 많이 들른다. 스테이크 접시에 샐러드, 감자튀김, 필라프(터키식 볶음밥)를 풍성하게 내놓는다. 쌀국수, 볶음밥 등 잘 팔리는 메뉴만으로 구성해 매출 극대화를 꾀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는 대량 구매와 빠른 결제 처리로 스테이크전문점들이 겪는 재료 수급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식재료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본사와 가맹점주의 부담은 줄이고 가맹점 수익률은 높였다. 또 주방에서 잔손질을 줄이기 위해 조리도 간편하게 해 노동 강도와 인건비도 줄였다.

‘서가앤쿡’은 원플레이트라는 한 접시에 2인분의 양을 제공하는 음식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유명해졌다. 메뉴 하나를 시키면 두 명이서 나눠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두 개의 메뉴를 시켜 여러 가지 메뉴를 나눠 먹는 재미를 준다.

샐러드를 함께 담는 목살 스테이크, 베이컨 까르보나라, 새우 필라프가 주요 메뉴인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목살 스테이크다. 목살, 닭다리, 닭가슴살 스테이크 메뉴가 1만9800원으로 동일하다. 서가앤쿡은 지난 2006년 대구 동성로점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서울과 부산, 경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20~30대 젊은 여성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현재 전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원가 최소화 전략

2012년에 론칭한 ‘스테이크레이브’는 바쁜 시간대에 손님이 직접 주문부터 식기 반납까지 하는 셀프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호주산 냉장육을 직접 수입 하여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원가를 최소화했다. ‘모모스테이크’는 2012년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했는데, 찹스테이크와 함박 스테이크 메뉴로 구성된다.


뷔페도 가격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샐러드, 메인메뉴, 후식 등 적게는 80여 가지, 많게는 100여 가지 이상 메뉴를 갖추고, 1만~2만원대의 가격에 내놓는다. 과거 샐러드바, 해산물 뷔페 등의 가격이 보통 3만원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한식뷔페의 포문을 연 것은 2013년 1월 경남 창원에서 시작한 ‘풀잎채’다. 지난해 한식 붐을 주도한 풀잎채는 백화점, 아웃렛, 대형쇼핑몰 등 특수상권에 입점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풀과 잎이 가득한 집을 콘셉트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강원도 오대산에서 자란 곤드레 나물로 지어낸 곤드레 가마솥밥이 대표적이다. 훈제오리구이와 산채나물, 도토리묵, 모둠 쌈채소, 전, 튀김, 구이 등 100여 가지의 다채로운 한식을 제공한다. 식사를 마친 후 즐길 수 있는 제철과일, 전통 떡, 식혜 등도 있다.

이곳에서는 기존 찬 전개식 한식을 먹기 간편한 일품요리로 선보인다. 가격도 저렴하다. 성인기준 평일점심 1만2900원, 저녁과 주말·공휴일은 1만5900원이다. 돌잔치, 가족모임, 동창모임 등 각종 행사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풀잎채는 그간 강원도 오대산 산나물 등 식재료를 지자체와 공동 생산하여 수급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8년간 다수의 한식 브랜드를 운영한 본사의 노하우를 이곳에 담아냈다. 풀잎채는 아웃렛, 백화점 등 쇼핑몰에 330~396㎡(100 ~120평) 규모 대형 매장 42개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와 본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매장 운영은 본사와 전문매니저가 하는 공동투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수익 증대 전략

2014년 7월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산지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모토로 70종의 음식을 선보인다. 주요 고객층은 40~50대 여성과 가족이다. 이랜드의 ‘자연별곡’은 2015년 5월 경기도 분당 미금에 첫 점포를 열었다. 팔도를 담은 왕의 밥상을 콘셉트로, 전국 팔도 전통 진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격은 1만원대. 올 10월 신세계푸드에서 론칭한 ‘올반’은 종가집 전통 음식을 내놓는다. 현재 여의도와 강남 센트럴시티에 2호점까지 있다.

올해는 가성비가 높은 업종이나 브랜드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로 거품이 낀 상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기존 패스트푸드 햄버거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은 힘을 잃고, 실속형 스테이크전문점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파괴 점포의 문제점은 과연 창업자의 수익성이 보장되느냐다. 저가 전략을 내세울 때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한다. 저가 아이템의 경우 안정성은 높은 대신 수익성은 낮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건비나 임대료 등 고정비용 절감,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이 다른 어떤 구매 요소보다 중요시되는 아이템이 아니라면 금방 식상하거나 싸구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은 낮추면서도 품질은 높이는 ‘저가격 고품질’ 전략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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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