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후 허위공시 공방

대주주가 개미투자자 피 빨았다?

[일요시사 취재2팀] 이창근 기자 = 코스닥기업 ㈜신후가 수상하다. 작년 하반기 1000원대 초반에 머무르던 주가가 11월에 1만3000원을 찍더니 현재는 3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작전세력의 신후 개입설과 신후의 전임 대표이사와 현 대표이사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더불어 회자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이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개미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신문고와 금감원 등에 민원을 넣은 주주와 검찰에 소를 제기한 주주까지 등장했다. 오는 3월30일 오전 9시. 신후 본사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될 주주총회가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이다.

작년 6월18일까지 신후의 주가는 880원이었다. 이전 3년 동안 매출부진과 그에 따른 적자경영으로 인해 주가가 바닥을 긴 것이다. 그러던 것이 6월19일부터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를 쳤다. 그 결과 주가는 4일 만에 120%가 상승한 1920원이 됐다.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

이러한 신후의 주가상승에는 에너지 신기술사업 진출 공시가 큰 배경이 됐다. 당시 경영진인 정모, 김모씨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장헌(58) ㈜이에스에스콤 대표를 신후의 각자대표로 영입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장헌 대표는 국내 신기술 1호인 에너지저감장치(Ess시스템)의 개발자다. 이장헌 대표의 영입에는 신후의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53)씨 역할이 컸다. 기존 사업의 실적부진 탓에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던 신후 경영진의 ‘신의 한 수’가 시장의 호응을 받은 것이다.


새로 취임한 이장헌 각자대표의 활동은 대단했다. 취임 두 달 만에 중국 가스계량기 1위 제조업체인 단동동발그룹과 단동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로부터 각각 20억원씩 총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사옥 건축현장을 비롯한 2건의 Ess시스템 공급계약을 따낸 것이다.

이러한 호재들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그 결과 작년 6월 880원이던 주가는 10월 슬슬 바람을 타더니 11월에는 1만3000원 고지를 밟았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대박을 낸 것이다. 시가총액도 16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런 신후의 대박은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대표의 영입이 큰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 신후의 매출액은 50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심지어 3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적자만 26억원 규모다. 따라서 신후의 주가폭등은 매출 실적의 반영이라기보다 향후 전개될 신사업의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가 고점을 찍은 11월 이후 신후 경영진이 보여준 행보다. 12월 최대주주이자 각자대표인 김모씨가 갑자기 사퇴를 하고 그 자리를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씨가 취임한 것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김씨와 이 의장은 부부지간으로 특수관계인이고, 그간 회사 내부의 결재들도 이 의장이 대리 서명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임 대표를 겸임한 이 의장이 최근 개최한 이사회에서 자신이 영입한 이장헌 각자대표를 해임시키면서 발생했다. 그 동안 감춰진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면화된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 먹튀설과 허위공시를 통한 작전설 그리고 이사회 회의록 위조를 비롯한 전·현직 대표의 횡령과 배임 의혹 등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대주주 먹튀설이다.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김모씨가 주가 최고점에서 대량의 주식을 매각, 100억원 대의 이익을 챙기고 사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량의 주식매각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실을 새 대표의 지시로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이 덧붙었다.
 

공시은폐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차지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엄청난 비난이 잇따를 것이 자명해 보인다. 더불어 김씨와 부부관계에 있는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 될 사안이다.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보를 감춰 온 것은 부부가 짜고 개미들을 유인해 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후의 공시 담당자는 대주주 먹튀설에 손사레를 쳤다. 작년 10월14일과 15일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김씨가 143만주를 시장에 매각한 것은 맞지만 먹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처분단가는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였고,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에 대해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1만3000원대에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는 모함이라는 것이다.

또 “신후가 금감원에 거짓 신고했으면 곧바로 정정요구가 온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정요구가 없다. 정당한 근거 없이 신후를 흠집 내는 세력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신후 담당자의 주장은 한국예탁원에 보관된 주주명부에 의해 사실과 다름이 입증되고 있다. 2015년 12월31일 기준 정기주주총회 주주일람부 세부 변동내역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모씨가 10월15일에 143만주를 장내매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처분단가는 2911원.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에 매각했다는 공시담당자의 발언과는 격차가 있으나 소소한 문제로 치부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탁원이 보유한 주주일람부에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존재한다.

자료에는 작년 12월31일 기준 최대주주였던 김모씨의 보유주식이 343만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씨가 보유한 주식은 580만주. 이 중 장내 매도를 통해 143만주를 매도했으니 437만주가 남아야 한다. 그런데 예탁원의 주주명부상 김씨의 보유주식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는 343만주로 나타났다. 93만주가 빈 것이다.

주가 고점서 최대주주 먹튀
현 대표는 배임 의혹 일어

이미 주주들 중에서는 “작년 11월 주가최고점에 난데없이 무더기로 물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때 김대표가 물량을 털어냈을 것”이란 의혹이 공유된 바 있다. 이번 입수된 예탁원의 자료는 그때의 의혹이 허위가 아닌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당시 주가는 1만원에서 1만3000원 사이에 움직였으니 93만주의 처분총액은 93억원에서 120억원 사이로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93만주의 추가매각으로 인해 김씨의 보유주식이 줄어들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대목이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신후의 최대주주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다. 총 365만주. 김씨의 잔여 보유주식보다 22만주 많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후는 아직까지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개연성은 두 가지. 김씨가 내부 임직원들에게 주식매각 사실을 숨겼거나 아니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면서 이를 쉬쉬하고 있거나다.

코스닥상장협의회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숨긴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거래소의 시장조사팀이나 금감원의 실사결과에 따라 검찰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를 경영하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가 보호예수 주식 외의 주식 전부를 처분하고 회사를 떠난 사실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부분은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 첨언이다.   

수상한 대주주
“물증 나왔다”

공시은폐에 대한 이슈는 이준희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11원에 매도한 143만주로 41억원, 여기에 1만원대에 처분한 93만주 금액을 계산하면 최소 130억원 상당의 거금이 부인 통장에 들어왔는데 이를 남편이 모를 리가 없다는 눈총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변경 등이 알려져 개미들이 떨어져 나가면 3000원 전후의 현 주가가 무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은폐했다고 오해 받을 공산도 크다. 공시로 부양된 주가가 공시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희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는 또 있다.

이 대표가 의장 시절에 영입했다 최근 해임한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이 대표와 부인 김씨를 상대로 횡령과 배임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장헌 전 대표는 “이준희 현 대표가 내 이름과 기술을 철저히 이용해 먹고 버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이 취임 초에 유치한 중국 투자금 40억원을 이 대표 부부가 횡령 또는 전용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나름 뚜렷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작년 10월29일 신후와 중국 투자자 사이에 작성된 보충합의서가 그 근거다. 보충합의서 제4조에 의하면 ‘투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에스에스콤의 Ess 에너지 절약계열 상품발전에 이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자금의 집행에 있어 각자대표인 이장헌의 사전 승인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도 붙어 있다.
 

자금의 용도와 절차, 승인 주체 등이 명확히 규정된 계약이다. 문제는 이러한 명확한 계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이 집행됐다는 점이다. 작년 10월30일 입금된 중국 측 투자금 40억원은 나흘 뒤인 11월4일부터 12월9일까지 현금 10억원과 수표 30억원으로 전액 인출된 상태다. 이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해임 직전에 주거래은행을 통해 확인한 사안이다.

이 전 대표가 신후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과 배임 의혹을 제기한 근거다. 물론 이장헌 대표는 수상한 자금 인출에 대해 김 대표와 이 의장을 추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금의 이동과 집행에 대한 사전 승인을 한 적이 없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각자대표에서 해임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40억원 중국 투자금의 횡령이나 전용은 국제사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후 관계자는 “당시 중국 측 투자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투자받은 것”이라고 반박하다가 보충합의서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기자의 반문에 입장을 바꿨다. 계약을 인정한다고 쳐도 투자금 40억원을 Ess 사업에 집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Ess시스템 관련한 기술과 사업체에 아무런 실체가 없었기 때문”으로 돌렸다. 자금을 집행하려 해도 이장헌 대표의 회사가 이를 받을 상태가 안 됐다는 것이다. 중국 측에 약속한 Ess시스템 샘플의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 40억원은 회사 운영비로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허위증시 증거 확보
공시로 흥한 자 공시로 망하나

그러나 이장헌 전 대표는 “신후 측 담당자가 너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신후에 투자한 것은 에너지사업과 관련한 Ess시스템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계약서에 자금의 용도와 절차를 지정한 것이 그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샘플의 납기를 어긴 것도 당시 신후의 김 대표와 이 의장 측이 모든 자금을 횡령해 간 여파라는 입장이다.

“실체가 없어 자금을 집행할 수 없었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안색이 돌변했다.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문건이 국민보험공단 신축공사를 맡은 협력사가 신후에 보낸 문건이다. 이 문건은 에 Ess시스템 납품함에 있어 신후가 상주시에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어 상주시로부터 채권압류통지를 받았고, 그에 따라 물품공급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후 측은 Ess시스템에 대해 실체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각자대표로 취임했을 때 신후는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 세금, 4대보험 모두 연체 중이었다. 그런 회사에 중국 자금을 유치해 놓으니까 두 부부가 40억원을 다 빼돌려 놓고 이제 와서 오리발이다.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장헌 전 대표 외에도 이준희 현 대표를 벼르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 신후의 소액주주인 채모씨와 김모씨 등이 현 대표를 사문서 위조와 인장, 사인 등의 위조 및 부정사용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이 고발장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회의 일원인 김모 이사의 자필확인서다.
 

확인서 내용을 요약하면, 김 이사는 이사 선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 개최를 통보받거나 참석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사회 회의록에 있는 자신의 도장과 서명은 불법으로 위조, 날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신후 측 담당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은 검찰과 금감원 등에 의해 그 진위가 드러날 전망이다. 그 여정도 짧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는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이장헌 전 대표의 거센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씨의 주식매도로 인해 이장헌 전 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가 신후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 해임을 안건으로 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준희 대표를 해임시키고 본인 또는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앉혀서 신후 경영진이 감추고 있는 온갖 비밀을 파헤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동부코어 20억 유상증자의 공시에 대한 진실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당초 신후는 작년 9월 동부코어가 20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올해 1월 중국 홍룬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가 대신 투자한다고 공시했고, 다시 지난 3월10일 두 명의 개인 투자자로 정정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은 동부코어 대신 중국 회사가 유증에 참여한다고 변경한 부분이다. 신후의 현 대표가 애초부터 허위공시를 띄워 소액주주를 기만한 정황과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동부코어 유증 발표 시점부터 사기공시였다. 주가를 띄우기 위한 현 대표의 작전에 개미투자자들이 놀아난 것이다. 동부코어가 5개월 동안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또 중국 기업이 대신 참여하기로 한 공시는 완전 사기다. 내가 직접 중국 측에 확인한 사실이다. 나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소액 주주들이 직접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까지 받았다.”

계약 위반은
국제범죄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소액주주들이 회신을 받은 중국 측의 답변이다. 답변 중 주목할 대목은 ‘당사는 신후의 20억 출자에 대해 아무런 약속이나 계약의 서명을 한 적이 없고, 이에 대한 공고나 발표를 한 적이 없다’는 부분이다.

여기에 신후의 이준희 대표로부터 “중국의 투자금 납입은 사실이 아니고 회사를 위해 편리하게 공시한 것이다. 급해서 그랬다. 나중에 자금을 만들어 넣으면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이씨 부부가 상장폐지 직전의 회사를 가지고 한국과 중국 투자자를 기만하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또한 현 대표인 이씨와 부인 김씨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용인될 경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경고했다. 더 이상 실적개선이 아닌 공시조작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30일, 신후의 주총에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할 지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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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대담> 조갑제가 보는 보수 분열 시대

[설 특집 대담] 조갑제가 보는 보수 분열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올해 56년 차 기자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거침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현 정치권의 문제점을 누구에게나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런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비칠까? 지지고 볶는 싸움판 한 가운데서 조 대표의 쓴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따끔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윤석열정부를 파멸시켰다.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민의힘을 갈랐다. 악의 씨앗이다.” 최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무너지는 보수의 문제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설 특집 대담에서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극우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중도층의 거부감이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도를 말하기 전에 우선 보수의 정의를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사람은 보수가 아닌 극우다. 극우는 보수의 반대말이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그 일파는 불법 계엄 옹호자다. 국민의힘은 극우 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 헌법을 부정하는 보수가 어디 있나?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 극좌에 더 가깝다. -왜 그런가? ▲극우와 극좌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두 집단 모두 법을 무시한다. 둘째는 사실을 무시한다. 셋째는 반일, 반중, 반미 등 인종적 선동을 한다. 말발굽의 처음과 끝이 제일 가까운 것처럼 극우는 극좌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 보수, 중도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법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국민이 약 70%다. 어중간한 ‘중도’가 아닌 결정적일 때 발언하고 투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들을 ‘국가 중심 세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특징은 굉장히 활력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아닌 ‘바이털 센터(Vital center)’다.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나가는 집단으로서 4050 세대·중산층·화이트칼라가 주를 이룬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 줬다. 이 중심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표현하셨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싸운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또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싸웠다는 게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다. -한 전 대표도 계엄에 반대했다. 이 대표와 함께 두 사람의 상호 협력과 경쟁을 주문했는데, 두 지지층의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본 것이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면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은 야당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협력할 때는 극적으로 함께했다.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이다. 지도자는 그 지지자를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 전 대표는 세가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 실력이 뛰어나고 참모들도 아주 단단하다. -전한길씨와 유튜버 고성국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손현보-전광훈 등 기존 극우 세력이 구속된 이후 무주공산이 된 극우 세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셈법일까? ▲국민의힘은 자당을 극우화시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는 게 목표 같다. 가장 좋은 예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호선 교수다. 부정선거와 불법 계엄을 옹호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건데, 그런 사람들로 당을 장악해 극우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극우파는 자기들끼리 더 뭉칠 수 있다. 당권파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다. 한동훈 빼고 전한길·고성국 투입 “지방선거 지려고 작정했나” 일침 -보수의 수도권 조직이 축소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이 진보 일색으로 변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도시화가 되면 좌경화가 되고, 진보 표밭이 된다. 대통령선거는 이야기가 다르다. 1대 1로 붙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역설적으로 살기 좋은 수도권을 만든 건 보수 정권으로, 자기 성공의 희생자인 셈이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어떻게 보셨나? ▲논평하고 싶지 않다.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기사화한다거나, 그런 정보로 논쟁거리를 만들면 그 사람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ㅜ부정선거가 그 예시다. 부정선거 ‘선동’이라고 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의혹’으로 부른다. 부정선거는 100% 거짓말이다. 이를 의혹으로 다루니 여기에 속는 사람이 1000만명 이상이다. -장 대표가 단식을 진행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와 직접 그를 만류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대통합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극우를 몰아내고 나머지가 통합해야 보수 재건이 되는 것으로, 극우와 보수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이념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상징성은 있겠으나 표로 환산되는 영향력은 없다고 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경우에도 보수 연합 구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맑은 물에 빨간 점이 하나 딱 들어가면 다 빨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법원이 “친위 쿠데타 성격의 내란”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이번 사태는 기존 양형에 해당되지 않았다. 법원이 새로운 기준으로 친위 쿠데타는 더욱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덕수 피고인의 선고문을 보면 재판장이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으면 독재의 길, 장기 집권의 길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재건이 시급해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일까? ▲보수층은 건재하다. 위기에 빠진 것은 보수 세력이다. 지난 3년간 보수 언론, 보수 지식인, 보수 단체가 윤 전 대통령의 팬클럽이 됐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 부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뛰어내렸다. 보수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고 그런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이 한 몸이 됐다.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여기서 한 전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재건 시나리오 중 한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도 있을까?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다음 극우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으로 당을 꾸리는 게 맞다. 장 대표의 노림수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당권을 잡는 것이다. 재건 과정서 저항이 있을 테고 극우 색채를 유지하려 할 텐데, 그때는 탈당이나 분당 이야기가 불가피하다. “윤 손잡고 다 같이 나락행” 막막한 보수 재건 시나리오 -정부·여당 상황도 짚어보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대통령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실리주의자다. 윤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련했다. 의료 대란, 탈원전 등의 실수를 하고도 체면 때문에 굽히지 않다가 결국 그 길로 망해버렸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고치려고 한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이 대통령의 실리주의가 돋보였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논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 “이건 논쟁거리로 남겨둡시다. 그리고 시급한 외교 문제를 먼저 해결합시다”라고 했다. 분쟁의 소지를 제거했다. 국민은 한미 외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한일 외교가 우선이다. 한일 관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미·한중 관계가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사법개혁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렇다고 보시나? ▲검찰개혁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80년 동안 검찰이 쌓은 수사 노하우가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문제점을 느낄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수사 기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국민이, 다음에는 범죄 피해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법이 복잡할수록 범죄자들이 잔꾀를 부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정치 검사가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게 검찰청 폐지의 이유인데, 그런 수사는 전체 비중에서 5%도 안 된다. 감기 환자를 상대로 대수술하는 격이다. 후유증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나? 검찰청 폐지로 인한 문제는 천천히, 그러나 광범위하고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기는 다음 대통령선거 때쯤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다. 합당이 두 당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까? ▲혁신당의 지지율이 3%고, 조국이라는 브랜드가 절대로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제시했는데 3% 정당과 합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위해 합당을 제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합당을 정 대표 개인의 야망과 연결하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띄우는 등 ‘당원 주권 정당’을 외치고 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 게 마땅하다는 것인데, 본래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법적으로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사람이다. 당원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따라서 당원 중심의 정당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포퓰리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원이 성숙하고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괜찮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상황을 보더라도 당원들이 앞서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고 있다. 의원들이 당원의 눈치를 보니 국민의힘이 극우가 된 것이다. 당원 민주주의는 위험하다. 수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의 극치로 치닫게 된다. 1인1표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좌우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였다. 그럼에도 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다. 그 힘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 문제를 덮지 않고 터뜨리고 공론화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디는 제도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도록 <일요시사> 독자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한민국은 매우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다. 불법 계엄이라는 엄청난 사건에도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했다. 민주주의 수준은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가늠된다. 대한민국은 ‘패스포트 파워 랭킹’ 2위다. 이것이 세계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하고, 세계의 모범 시민이라는 평가를 만든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갖고, 또 자신감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