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후 허위공시 공방

대주주가 개미투자자 피 빨았다?

[일요시사 취재2팀] 이창근 기자 = 코스닥기업 ㈜신후가 수상하다. 작년 하반기 1000원대 초반에 머무르던 주가가 11월에 1만3000원을 찍더니 현재는 3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작전세력의 신후 개입설과 신후의 전임 대표이사와 현 대표이사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더불어 회자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이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개미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신문고와 금감원 등에 민원을 넣은 주주와 검찰에 소를 제기한 주주까지 등장했다. 오는 3월30일 오전 9시. 신후 본사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될 주주총회가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이다.

작년 6월18일까지 신후의 주가는 880원이었다. 이전 3년 동안 매출부진과 그에 따른 적자경영으로 인해 주가가 바닥을 긴 것이다. 그러던 것이 6월19일부터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를 쳤다. 그 결과 주가는 4일 만에 120%가 상승한 1920원이 됐다.

나흘간 매일
30%씩 상한가

이러한 신후의 주가상승에는 에너지 신기술사업 진출 공시가 큰 배경이 됐다. 당시 경영진인 정모, 김모씨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장헌(58) ㈜이에스에스콤 대표를 신후의 각자대표로 영입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장헌 대표는 국내 신기술 1호인 에너지저감장치(Ess시스템)의 개발자다. 이장헌 대표의 영입에는 신후의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53)씨 역할이 컸다. 기존 사업의 실적부진 탓에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던 신후 경영진의 ‘신의 한 수’가 시장의 호응을 받은 것이다.


새로 취임한 이장헌 각자대표의 활동은 대단했다. 취임 두 달 만에 중국 가스계량기 1위 제조업체인 단동동발그룹과 단동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로부터 각각 20억원씩 총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사옥 건축현장을 비롯한 2건의 Ess시스템 공급계약을 따낸 것이다.

이러한 호재들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그 결과 작년 6월 880원이던 주가는 10월 슬슬 바람을 타더니 11월에는 1만3000원 고지를 밟았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대박을 낸 것이다. 시가총액도 16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런 신후의 대박은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대표의 영입이 큰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 신후의 매출액은 50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심지어 3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적자만 26억원 규모다. 따라서 신후의 주가폭등은 매출 실적의 반영이라기보다 향후 전개될 신사업의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가 고점을 찍은 11월 이후 신후 경영진이 보여준 행보다. 12월 최대주주이자 각자대표인 김모씨가 갑자기 사퇴를 하고 그 자리를 이사회 의장인 이준희씨가 취임한 것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김씨와 이 의장은 부부지간으로 특수관계인이고, 그간 회사 내부의 결재들도 이 의장이 대리 서명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임 대표를 겸임한 이 의장이 최근 개최한 이사회에서 자신이 영입한 이장헌 각자대표를 해임시키면서 발생했다. 그 동안 감춰진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면화된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 먹튀설과 허위공시를 통한 작전설 그리고 이사회 회의록 위조를 비롯한 전·현직 대표의 횡령과 배임 의혹 등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대주주 먹튀설이다.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김모씨가 주가 최고점에서 대량의 주식을 매각, 100억원 대의 이익을 챙기고 사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량의 주식매각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실을 새 대표의 지시로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이 덧붙었다.
 

공시은폐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차지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엄청난 비난이 잇따를 것이 자명해 보인다. 더불어 김씨와 부부관계에 있는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 될 사안이다.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보를 감춰 온 것은 부부가 짜고 개미들을 유인해 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후의 공시 담당자는 대주주 먹튀설에 손사레를 쳤다. 작년 10월14일과 15일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김씨가 143만주를 시장에 매각한 것은 맞지만 먹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처분단가는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였고,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에 대해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1만3000원대에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는 모함이라는 것이다.

또 “신후가 금감원에 거짓 신고했으면 곧바로 정정요구가 온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정요구가 없다. 정당한 근거 없이 신후를 흠집 내는 세력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신후 담당자의 주장은 한국예탁원에 보관된 주주명부에 의해 사실과 다름이 입증되고 있다. 2015년 12월31일 기준 정기주주총회 주주일람부 세부 변동내역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모씨가 10월15일에 143만주를 장내매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처분단가는 2911원. 1900원에서 2000원 정도에 매각했다는 공시담당자의 발언과는 격차가 있으나 소소한 문제로 치부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탁원이 보유한 주주일람부에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존재한다.

자료에는 작년 12월31일 기준 최대주주였던 김모씨의 보유주식이 343만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씨가 보유한 주식은 580만주. 이 중 장내 매도를 통해 143만주를 매도했으니 437만주가 남아야 한다. 그런데 예탁원의 주주명부상 김씨의 보유주식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는 343만주로 나타났다. 93만주가 빈 것이다.

주가 고점서 최대주주 먹튀
현 대표는 배임 의혹 일어

이미 주주들 중에서는 “작년 11월 주가최고점에 난데없이 무더기로 물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때 김대표가 물량을 털어냈을 것”이란 의혹이 공유된 바 있다. 이번 입수된 예탁원의 자료는 그때의 의혹이 허위가 아닌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당시 주가는 1만원에서 1만3000원 사이에 움직였으니 93만주의 처분총액은 93억원에서 120억원 사이로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93만주의 추가매각으로 인해 김씨의 보유주식이 줄어들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대목이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신후의 최대주주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다. 총 365만주. 김씨의 잔여 보유주식보다 22만주 많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후는 아직까지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개연성은 두 가지. 김씨가 내부 임직원들에게 주식매각 사실을 숨겼거나 아니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면서 이를 쉬쉬하고 있거나다.

코스닥상장협의회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숨긴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거래소의 시장조사팀이나 금감원의 실사결과에 따라 검찰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를 경영하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가 보호예수 주식 외의 주식 전부를 처분하고 회사를 떠난 사실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부분은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 첨언이다.   

수상한 대주주
“물증 나왔다”

공시은폐에 대한 이슈는 이준희 현 대표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11원에 매도한 143만주로 41억원, 여기에 1만원대에 처분한 93만주 금액을 계산하면 최소 130억원 상당의 거금이 부인 통장에 들어왔는데 이를 남편이 모를 리가 없다는 눈총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변경 등이 알려져 개미들이 떨어져 나가면 3000원 전후의 현 주가가 무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은폐했다고 오해 받을 공산도 크다. 공시로 부양된 주가가 공시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희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는 또 있다.

이 대표가 의장 시절에 영입했다 최근 해임한 이에스에스콤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이 대표와 부인 김씨를 상대로 횡령과 배임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장헌 전 대표는 “이준희 현 대표가 내 이름과 기술을 철저히 이용해 먹고 버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이 취임 초에 유치한 중국 투자금 40억원을 이 대표 부부가 횡령 또는 전용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나름 뚜렷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작년 10월29일 신후와 중국 투자자 사이에 작성된 보충합의서가 그 근거다. 보충합의서 제4조에 의하면 ‘투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에스에스콤의 Ess 에너지 절약계열 상품발전에 이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자금의 집행에 있어 각자대표인 이장헌의 사전 승인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도 붙어 있다.
 

자금의 용도와 절차, 승인 주체 등이 명확히 규정된 계약이다. 문제는 이러한 명확한 계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이 집행됐다는 점이다. 작년 10월30일 입금된 중국 측 투자금 40억원은 나흘 뒤인 11월4일부터 12월9일까지 현금 10억원과 수표 30억원으로 전액 인출된 상태다. 이는 이장헌 전 각자대표가 해임 직전에 주거래은행을 통해 확인한 사안이다.

이 전 대표가 신후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과 배임 의혹을 제기한 근거다. 물론 이장헌 대표는 수상한 자금 인출에 대해 김 대표와 이 의장을 추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금의 이동과 집행에 대한 사전 승인을 한 적이 없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각자대표에서 해임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40억원 중국 투자금의 횡령이나 전용은 국제사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후 관계자는 “당시 중국 측 투자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투자받은 것”이라고 반박하다가 보충합의서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기자의 반문에 입장을 바꿨다. 계약을 인정한다고 쳐도 투자금 40억원을 Ess 사업에 집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Ess시스템 관련한 기술과 사업체에 아무런 실체가 없었기 때문”으로 돌렸다. 자금을 집행하려 해도 이장헌 대표의 회사가 이를 받을 상태가 안 됐다는 것이다. 중국 측에 약속한 Ess시스템 샘플의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 40억원은 회사 운영비로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허위증시 증거 확보
공시로 흥한 자 공시로 망하나

그러나 이장헌 전 대표는 “신후 측 담당자가 너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신후에 투자한 것은 에너지사업과 관련한 Ess시스템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계약서에 자금의 용도와 절차를 지정한 것이 그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샘플의 납기를 어긴 것도 당시 신후의 김 대표와 이 의장 측이 모든 자금을 횡령해 간 여파라는 입장이다.

“실체가 없어 자금을 집행할 수 없었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안색이 돌변했다.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문건이 국민보험공단 신축공사를 맡은 협력사가 신후에 보낸 문건이다. 이 문건은 에 Ess시스템 납품함에 있어 신후가 상주시에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어 상주시로부터 채권압류통지를 받았고, 그에 따라 물품공급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후 측은 Ess시스템에 대해 실체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각자대표로 취임했을 때 신후는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 세금, 4대보험 모두 연체 중이었다. 그런 회사에 중국 자금을 유치해 놓으니까 두 부부가 40억원을 다 빼돌려 놓고 이제 와서 오리발이다.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장헌 전 대표 외에도 이준희 현 대표를 벼르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 신후의 소액주주인 채모씨와 김모씨 등이 현 대표를 사문서 위조와 인장, 사인 등의 위조 및 부정사용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이 고발장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회의 일원인 김모 이사의 자필확인서다.
 

확인서 내용을 요약하면, 김 이사는 이사 선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 개최를 통보받거나 참석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사회 회의록에 있는 자신의 도장과 서명은 불법으로 위조, 날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신후 측 담당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신후의 전+현직 경영진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은 검찰과 금감원 등에 의해 그 진위가 드러날 전망이다. 그 여정도 짧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는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이장헌 전 대표의 거센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씨의 주식매도로 인해 이장헌 전 대표의 이에스에스홀딩스가 신후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 해임을 안건으로 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준희 대표를 해임시키고 본인 또는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앉혀서 신후 경영진이 감추고 있는 온갖 비밀을 파헤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동부코어 20억 유상증자의 공시에 대한 진실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당초 신후는 작년 9월 동부코어가 20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올해 1월 중국 홍룬로봇과학기술 유한공사가 대신 투자한다고 공시했고, 다시 지난 3월10일 두 명의 개인 투자자로 정정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은 동부코어 대신 중국 회사가 유증에 참여한다고 변경한 부분이다. 신후의 현 대표가 애초부터 허위공시를 띄워 소액주주를 기만한 정황과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동부코어 유증 발표 시점부터 사기공시였다. 주가를 띄우기 위한 현 대표의 작전에 개미투자자들이 놀아난 것이다. 동부코어가 5개월 동안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또 중국 기업이 대신 참여하기로 한 공시는 완전 사기다. 내가 직접 중국 측에 확인한 사실이다. 나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소액 주주들이 직접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까지 받았다.”

계약 위반은
국제범죄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소액주주들이 회신을 받은 중국 측의 답변이다. 답변 중 주목할 대목은 ‘당사는 신후의 20억 출자에 대해 아무런 약속이나 계약의 서명을 한 적이 없고, 이에 대한 공고나 발표를 한 적이 없다’는 부분이다.

여기에 신후의 이준희 대표로부터 “중국의 투자금 납입은 사실이 아니고 회사를 위해 편리하게 공시한 것이다. 급해서 그랬다. 나중에 자금을 만들어 넣으면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이씨 부부가 상장폐지 직전의 회사를 가지고 한국과 중국 투자자를 기만하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또한 현 대표인 이씨와 부인 김씨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용인될 경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경고했다. 더 이상 실적개선이 아닌 공시조작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30일, 신후의 주총에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할 지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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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