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판 흔드는 안철수 논개작전 노림수

총선 포기하고 대권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다 같이 죽자는 거냐?” 야권통합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당 곳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차라리 광야에서 죽겠다’며 후보 단일화마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김한길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현역 의원들은 야권연대를 통해 개헌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왜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안한 이후 국민의당 곳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최종적으로 통합거부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당내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통합거부 당론을 정한지 3일 만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야권통합론을 다시 꺼내 들며 안철수 공동대표와 충돌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교섭단체 이상 의석만 확보하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안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들은 야권연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둘로 나뉘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최고위에 불참하며 당무를 거부하다 지난 11일 선대위원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갈등 최고조
분당 임박?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창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통합 제안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후보 단일화는 얼마든지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안 대표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정말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만약 국민의당이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한다면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80여곳 이상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단 2~3%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선거에서 양당이 충돌한다면 새누리당에 대거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실패한 길 그대로 답습
무대책 고집? 진짜 속셈에 주목

이런 상황에서도 안 대표는 왜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안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은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의석을 몇 석 더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교체 희망은 없다”며 “만년 2등, 만년 야당의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당의 분명한 목표는 기득권 양당 체제를 깨는 것이라며 야권연대조차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더민주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수도권 출마자 중 안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등 몇몇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는 무게감 있는 후보자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민주와 무작정 단일화를 하자고 한다면 결국 국민의당 후보들이 대부분 경선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 대표가 이대로 시간을 끌면서 더민주가 백기투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이 임박하면 다급해진 더민주가 수도권 몇 석을 양보하며 단일화를 읍소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 때도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에 몇몇 지역구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또 안 대표로서는 단일화의 명분이 필요한대 시간을 끌면서 더민주에 여러 가지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야권통합 수용의 전제 조건으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당 어부지리?
제3당 성공?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의 목표가 양당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더민주가 최소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협력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선거 승리를 위해 무작정 단일화를 하자는 것은 아무런 감동도 없고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연대 실패의 책임이 오히려 더민주 쪽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진정으로 야권통합이나 연대를 원했다면 ‘안철수 빼고 다 오라’는 무례한 합당 제안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지원 의원도 ‘김종인 위원장의 제안은 진실성이 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의 야권 통합 제안은 사실상 안철수 죽이기 작전의 일환이었다”며 “국민의당이 통합에 응해도 좋고 거부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통합론을 놓고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이던 국민의당의 지지도는 더욱 바닥을 치고 있다”며 “이대로 국민의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사실상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1 대 1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더민주는 총선에서 지더라도 그 책임을 야권연대에 반대한 안 대표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의 이런 제안은 야권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호남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야 한다며 야권 연대 불가론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 안팎에 호소하고 있지만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제안처럼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이 ‘안철수만 빼고 개별 복당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가 정식으로 통합 제안을 한 것이라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전혀 진정성 없이 툭 던진 통합 제안 한마디에 우리 당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그야말로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민주 일각에선 안 대표가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논개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가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며 총선 패배를 유도하고, 그 책임을 떠넘겨 문 전 대표와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안 대표가 총선 목표를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가 아닌 ‘개헌선 저지’로 설정한 것도 총선 승리보다는 대선 승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안 대표의 멘토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벼랑 끝에 선 제1야당과 문재인’이란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며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고 썼다.

논개 작전?
상생 작전?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내년 총선에서 어설프게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친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야권의 체질 개선은 유야무야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지금 철저히 깨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 대표 측은 더민주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 벌써부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안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그저 무대책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있었다.

안 대표는 최근 “평소 말이 없는 아내가 ‘호사가의 안줏거리, 언론의 조롱거리가 돼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돼도, 소위 정치9단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괜찮다고.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며 야권 연대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때문에 뾰족한 수도 없이 명분에만 매달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기초선거 무공천 등에서 발을 뺐던 안 대표가 이번에도 물러난다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안 대표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의 무대책 고집이 야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집에 수도권 그냥 내줄 판
심지어 새누리 입당설도 돌아


이 인사는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모임이라는 제 3당 후보로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끝까지 단일화에 응하지 않자 정치권은 지금처럼 뭔가 대단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결국 야권 텃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기는 허망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며 “이번에도 안 대표에게 뾰족한 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결국 정 전 의원의 실수를 반복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야권 텃밭에서 조차 야권이 분열하자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내줬다. 그런데 안 대표는 정 전 의원이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려 하고 있다”며 “당 이름도 ‘국민모임’과 ‘국민의당’으로 매우 흡사하고 안 대표의 상황인식도 당시 정 전 의원과 소름끼치게 닮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평소 “야권 연대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총선까지 채 30일도 남지 않게 되자 야권일각에서는 심지어 안 대표가 야권을 사실상 궤멸시킨 후 조경태 의원처럼 새누리당에 입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대표의 정책적 지향점이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미 국민의당에는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많이 합류해 있는 상태라 별다른 거부감도 없다는 것이다.

안이한 인식
대선이 최우선?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당장 눈앞의 총선보다는 2017년 대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야권연대 여부는 총선에 도움이 되느냐보다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의당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로서는 차기 대선보다 총선이 중요하다. 그러니 양측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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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