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경성에 푹 빠진 도미 마사노리 객원교수

서울서 ‘모던경성’ 흔적 찾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김사량 단편 <천마>(1940) 속 주인공 현룡은 아침에 유곽에서 일어나 혼마치(本町) 방향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 유곽은 현재 동국대∼그랜드앰배서더 호텔 사이에 있었고 혼마치는 명동 일대다. 혼마치에서 동료들을 만나 논쟁하다가 소설 말미엔 조선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 로비에 앉아서 존다. 도미 마사노리(67) 한양대 건축과 객원교수는 소설을 보고 현장을 찾아 “김사량이 여기서 그랬구나”라며 ‘모던경성’의 거리 모습을 복원해왔다.     

“명동 예술극장(1936년 메이지좌로 설립)이 상징적 의미가 큰 공간이다. 맞은편에 카바레가 있었고, 뒤엔 주식거래소가 있었다. 여기에 전 세계 정보가 다 모였다. 주식해서 돈 벌면 카바레 가서 펑펑 쓰고 잘 안되면 ‘오늘은 한 잔 하자’ 하고 또 카바레로 갔다. 예술극장 주변엔 예술가가 다 모였다. 지금은 명동8길이 지가가 가장 높지만 당시엔 남대문로와 태평로가 가장 비쌌다.”

1983년 한국으로

도미 교수는 1930년대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지적도와 전화번호부를 구해 등재된 상호와 주소를 지적도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경성거리를 복원해나갔다. 1년6개월이 걸려 종로(일민미술관∼동대문), 명동(신세계 본점∼동국대) 구간 전체 4.8㎞를 입체적으로 재현해 냈다.

혼마치 83곳, 메이지마치 74곳, 종로 102곳의 카페 상호와 주소를 알아냈다. 그의 작업을 통해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김사량의 <천마>에 나오는 거리 풍경을 가늠해낼 수 있다. 건물은 다 바뀌었지만 당시의 대로와 필지는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지난 2011년 ‘이방인의 순간 포착, 경성 1930전'으로 결실을 맺었다.

석 달간 전시하면서 첫 두 달엔 관람자가 뜸했다. 마지막 한 달엔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연구자는 물론 사회사, 패션사, 젠더 연구자가 몰렸다. 그는 틈날 때마다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같은 전시를 동경과 요코하마에서 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서 나고 자란 일본인과 가족이 전시장을 찾았다.


80∼90대 노인들이 “여기 빵가게에서 빵 먹었잖아”라며 미소 지었다. 현재는 없는 고향을 찾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명동에 일본 초등학교가 2개 있었는데 동문회에서 많이 왔다고. 두 나라의 전시 분위기는 그렇게 달랐다.

도미 교수가 한국에 온 것은 1983년, 35세 때다. 주남철 고려대 교수의 논문 <한국의 전통적 주거>를 읽고 한옥의 매력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낭을 둘러메고 양동마을, 하회마을, 부여, 서울을 돌아다녔다.

그는 “내가 연구하고 싶은 앞마당이 한국에 있더라. 깊은 문화에 생활이 보이는 환경이 맘에 들었다”며 “식사도 맛있고 문화수준도 아주 높았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한국문화와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는데 지금부터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몸이 다 아팠다”며 웃었다.

그는 또 “일본은 가볍고 인공적인 건축인데 비해 한국은 무겁고 자연친화적인 건축”이라며 “석굴암과 부석사를 좋아한다. 부석사는 돌이 공중에 떠 있다는 뜻이다. 무거운 것이 떠 있는 것, 그것이 한국건축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도미 교수는 한옥 연구를 시작으로 대만, 만주, 한국, 일본의 근대가옥과 그 변천과정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나라마다 일본인이 남기고 간 일본식 주택에 해당국가 사람이 거주하면서 어떻게 리노베이션 해왔는지가 주제다.

그는 “각 나라의 국민성과 지역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이건 문화 이야기다. 그 시대에 건축을 문화로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제국주의 시대가 좋아 혹은 싫어, 그런 얘기가 아니다. 모르고 비판하면 안 된다. 그런 시대가 앞으로 올 거 같아서 천천히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명동의 일본식 2층 목조주택, 문래동 방적공장 터, 인천 차이나타운, 군산·목포에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다. 한국서 제일 인상 깊었던 일본주택을 꼽아달라고 하자, 군산 이영춘 가옥과 인천 부평구 산곡동 미쓰비시(三菱) 줄사택 단지를 꼽았다. 군산의 대농장주 구마모토 리헤이는 2만명의 한국인 소작농을 거느렸다. 이들은 노역에 시달리며 자주 아팠다. 구마모토는 의사 이영춘을 고용해 이들을 돌보게 했다.


“지자체에서 근대가옥 복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영춘 가옥은 한지붕 밑에 리빙룸, 다다미, 온돌방까지 3개가 다 있어 굉장히 재밌다. 여름엔 다다미, 겨울엔 온돌을 쓴 거다. 지금은 전시장으로 만들어 보존 중인데 건물은 생활이 보이는 방식이 좋다. 전시장은 옆에 만들고 건물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 좋을 것 같다. 부평동은 일제강점기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건축가가 720채에 달하는 대규모 사택을 설계한 거다. 지금은 대우공장이 있다.” 

전통한옥 매력에 빠져 현해탄 건너
조선총독부 지적도로 경성거리 복원

도미 교수는 보통 건축사학자들과 달리 교육과 건축설계도 병행한다. 그는 지난 8일, 한양대 내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학생들과 새 집 천정에 들어갈 한지 조명을 작업 중이었다. 도미 교수는 “학생들이 어렵고 까다로운 연구실에 와서 고생한다”며 취재진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거듭 권했다.

2014년 인천 관동갤러리 작업 당시 학생들과 섞여 지붕 위에서 일했다. 망치질도 하고 톱질도 했다. 건축사들이 설계를 마치면 현장에 잘 가지 않는 것에 비해 도미 교수는 일주일에 2회씩 현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인부들이 “진짜 교수냐”고 물을 정도다.

현재 그는 용인 동천동 마을 건립 프로젝트의 막바지 작업 중이다. 건축사 6명과 공동설계자로 참여했다. 경사지를 그대로 살려 마을을 만드는 레퍼런스를 찾아 건축주와 함께 오사카, 도쿄에도 다녀왔다.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설립한 협동조합이 건축주가 돼 주택 15채와 마을회관, 어린이집까지 마을 하나를 완성하는 큰 프로젝트다. 도미 교수는 이 중 주택 5채를 설계했다.

그는 “보통은 건축에 소통을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는데 처음부터 커뮤니티가 있는 사람들이 땅을 공동으로 사서 하나하나 만든 것”이라며 “어떤 멋있는 마을을 만들어줄까 고민했다”고. 한국에 정착한 지 이제 13년이 됐다. 그 때부터 제자들에게 ‘단독주택 설계시대’가 올 거라며 어떻게 좋은 설계를 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국도 일본도 내 집을 장만하는 데 돈을 쏟아 붓고 나면 여유자금이 없다. 그렇게 구입한 집들은 자녀들이 출가하고 생애주기가 바뀌면 빈 방이 생긴다. 자기 집을 마련하고 나면 결혼한 자녀들 집을 또 걱정한다. 도미 교수는 그런 부분에 건축가들이 주목하고 서포트해야 한다고 했다. 

앞마당 연구

“짓고 싶은 집은 역시 목조주택이다. 다른 재료보다 싸다. 돈이 없어도 잘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설계하고 싶다. 주택엔 일상생활 뿐 아니라 생산적 프로그램도 병행하도록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뜰리에를 만들 수도 있고 비즈니스 매매를 해도 좋고 레스토랑 공간을 만들어 줘도 된다. 결혼한 딸과 함께 사는 2∼3세대 주택도 짓고 싶다. 단독주택은 별채, 반지하, 다락방 같은 재밌는 공간이 많이 나온다. 그런 걸 연구하면 주택난이 해결될 거다.”


<shin@ilyosisa.co.kr>

 

[도미 교수는?]

▲1948년 도쿄 생
▲가나가와대학교 건축학과 졸업(1972)
▲가나가와대학교 재직(1973~2008)
▲서울대학교 재외 연구원(1987~1988)
▲동경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1996)
▲동경대학교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1997~현재)
▲한양대학교 건축대학 전임교수(200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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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