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복싱과 골프 비교

그린에 검은 바람 ‘언제부터?’

2015년에는 몇몇 흑인 선구자 골퍼가 세상을 떠나 많은 골프팬들이 슬퍼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PGA투어 12승의 캘빈 피트(1943〜2015)와 찰리 시포드(1922〜2015)다. 피트는 어릴 때 부러진 팔을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해 그 구부러진 팔로 드라이버를 가장 똑바로 친 선수다. 10년 동안 이 분야 1등을 했고 앞으로도 피트만큼 공을 똑바로 치는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복싱챔피온 상당수 ‘골프광’
허가받은 폭력 vs 신사의 스포츠

시포드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첫 흑인 회원으로 골프에서 메이저리그의 인종 차별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선구자는 아니다. 미국 PGA대회에 처음 참가한 흑인 선수는 골퍼가 아니라 복서였다. ‘황색 폭격기’로 불리며 11년 넘게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조 루이스(1914~ 1981)다.

극단에서 통한다

조 루이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에 펀치를 날리며 10대 후반부터 뛰어난 복서로 빛을 봤지만 골프는 스물한 살 때인 1935년에 시작했다. 27승 무패를 달리던 루이스는 36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독일의 막스 슈멜링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바가 있는데 그 이유가 골프 때문이었다. 루이스의 아들은 “아버지가 골프에 빠져 너무 오랫동안 골프 코스에서 시간을 보내서 졌다”고 주장했다.

2년 후인 1938년 루이스와 슈멜링의 재대결은 최근 열린 매니 파퀴아오-플로이드 메이웨더 경기 이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슈멜링은 독일 나치를 상징했고, 루이스는 자유의 나라 미국의 상징이었다. 실제 그렇지는 않았지만 미디어가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 루이스는 그 경기에서 2분4초만에 KO승했고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됐다.


선수 시절 내내 루이스는 골프와 여자를 좋아했다. 51년 링에서 내려온 루이스는 52년 PGA 샌디에이고 오픈에 스폰서인 자동차회사 쉐보레의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쉐보레는 중요한 걸 몰랐다. PGA에 ‘백인만 가입’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셀러브러티였던 루이스는 참지 않았다. 그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위헌소송을 냈다. 이로 인해 PGA는 루이스를 아마추어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시켰다. PGA는 9년 후 그 규정을 없앴다. 복서인 루이스가 뚫어 놓은 길을 찰리 시포드가, 캘빈 피트가, 타이거 우즈가 달렸다. 최경주나 LPGA투어의 한국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골프와 복싱은 극단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기자는 스포츠를 야구류와 축구류로 본다. 축구류는 피지컬이, 야구류는 멘털이 강하다. 축구류는 열정과 본능의 경기고 야구류는 이성의 스포츠다. 둘 중 뭐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아니다. 빨간색이 좋은가 파란색이 좋은가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축구류는 특별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야구류는 자꾸 끊어진다. 투수가 공을 하나 던지고 나서 특별한 상황, 그러니까 안타가 나오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경기는 중단된다. 경기가 끊어지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 때 몸이 아니라 머리가 움직인다. 투수는 무슨 공을 던질까 고민을 하게 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축구류는 기본적으로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공이 있으면 뛰고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달리고 점프하고 찬다.

복싱은 허가받은 폭력, 전쟁이다. 반면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며 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배가 나와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골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전쟁은 사각 캔버스가 아니라 두 귀 사이, 즉 뇌에서 벌어진다.

골프는 샷을 한 번 한 후 다시 샷을 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샷 결과를 보고 생각하고, 경쟁자들의 샷을 본 후 또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내가 어떤 샷을 해야 하나 또 생각 하고, 이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또 생각하고, 걱정하고 기대도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아니라 뇌가 경기를 지배하게 된다.

복싱과 골프는 극단적으로 다른데 극단끼리 통하기도 한다. 두 종목 모두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동료가 패스를 안 해줘서라든지, 감독의 작전이 잘 못되어서라든지 등 남 탓을 할 수 없다. 또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는 맷집이 필요하다. 골퍼는 캐디, 복서는 세컨드라는 보좌역을 두고 있다.


1초에 1억원 가까운 대전료를 받는 메이웨더가 나왔지만 복싱은 헝그리 스포츠의 대표종목이다. 골프도 비슷했다. 부자들의 스포츠로 알려졌지만 뛰어난 골퍼는 극단적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나왔다. 예전 서양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캐디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 아이들 중 프로골퍼가 나왔다.

벤 호건은 기차역에서 신문을 팔았는데 캐디를 하면 두 배를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골프장에 찾아갔다. 캐디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종이었기 때문에 일자리를 잡는 건 쉽지 않았다. 선배들의 텃세를 이겨내야 했다. 그는 키가 한 뼘이나 큰 형과 맨손 복싱을 해서 버텼다. 그 후에야 캐디백을 멜 수 있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골프를 배우고 위대한 골퍼가 됐다.

줄어든 흑인 골퍼

1960~1970년대 미국에서 흑인 프로골퍼들이 꽤 나왔다. 대부분 캐디 출신이다. 요즘 이런 경향은 사라졌다. 카트가 나온 이후 캐디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는 가난한 집 아이가 아니었다.

프로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타이거 우즈가 시들해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선수다. 돈다발을 쌓아 두고 SNS에 자랑질을 한다. 15세 아들에게 황금빛 밴틀리 골프카트를 생일선물로 사주기도 했다. 그 카트 때문에 흑인 골퍼들이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을 메이웨더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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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